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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Nov 04. 2022

엄마가 떠났다 [6]

2022/10/23 18:16

일요일이었지만 남편은 회사 일 때문에 집을 비웠고 아이와 나 그리고 강아지 셋이서 조용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낮에 잠시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는데 날씨가 정말 따뜻했다.


유난히 조용했던 날 오후 5시쯤 되어서야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좀 어때?

-그냥 뭐.. 좋지는 않네…

-가족들 면회하려면 하라고 하네 의사가…

알겠어 다음 주에 내가 가니까 이모들 오려거든 오라고 할게…


이모 나야

엄마가 많이 안 좋대 가족들 면회할 수 있다니깐…

다음 주에 내가 주말에 병원에 있을 건데 그때 올래?


이모랑 나는 많이 울었고 다음 주에 보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요즘따라 엄마 껌딱지가 되어 칭얼거리는 아이를 안아가며 저녁 이유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시간이 아빠와 통화를 나눈 지 불과 2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빠에게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 가족들 다 모이랜다….


가족들 면회하라는 의사 말에 예상은 했지만 바로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난 서울에 가려면 적어도 3시간은 걸리고 아기 짐은 어쩌지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아까운 시간만 흘렀다. 우선 남편한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하고 서울에 사는 막내 이모한테 전화를 했다. 빨리 좀 가보라고…


난 이유식을 데웠다가 다시 집어넣었다가 또다시 꺼내서 보온 통에 담았다. 그러다 아이를 업었다. 그날따라 내가 찾는 여행가방은 왜 이렇게 보이 지를 않는지 창고를 다 뒤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꺼냈다. 눈에 보이는 아이 옷은 모조리 담았다. 기저귀 물티슈를 담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집안을 뛰어다녔다. 엉엉 울면서 뛰어다니니 강아지도 걱정됐는지 날 따라서 같이 뛰어다녔고 평온했던 일요일 저녁은 패닉 상태가 되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마저 짐을 싸주고 전화를 끈은지 1시간이 채 안돼서 서울로 출발했다.


출발하는 차에서 핸드폰을 보니 아빠한테 전화가 와 있었다. 다시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아서 막냇동생한테 전화를 했더니 엉엉 울고 있었다. 설마 아직은 아니겠지 하고선 빨리 가겠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동생이 연락이 안 돼서 몇 분 뒤 다시 막냇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까 이미 막냇동생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내가 예상했던 엄마의 임종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내 상상 속의 임종은 누가 영상통화라도 걸어와서 마지막 말이라도 하고 돌아가실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허무하게 돌아가셨다는 사실만 전달받고 말았다.


아빠 말로는 그냥 똑같이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시는 줄도 모르게 모니터에 혈압만 떨어졌다고 했다. 편안했다고 한다.  병원에 간지 정확히 두 달 만에 엄마는 천국으로 떠났다.


가는 차 안에서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왜 나는 이렇게 멀리도 이사 와서 살았을까 처음으로 후회가 되었다. 왜 그동안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도 못하고 살았을까. 사람이 아파도 아프기만 하겠지 설마 죽을 거라곤 전혀 생각 못한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7월 초에 엄마를 동생이 일하는 리조트에서 만났었다. 그게 엄마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엄마는 그때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있다고 했었다. 우리는 빨리 씻고 약 먹고 푹 자야 낫는다고 씻지 않고 누워만 있는 엄마가 답답하다고 모두 나무랐었다. 약국 약을 먹고 엄마는 괜찮아졌다고 하니 그저 감기인 줄 알았다. 그때 병원에 갔으면 달라졌을까. 나처럼 나쁜 딸은 없다. 아기 체온계도 가져가 놓고 왜 엄마 열한 번 재볼 생각을 못했을까.


후회만 가득했다. 지금도 후회뿐이다.


장례식장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것도 너무 작은 곳 밖에 없었다. 그날은 장례식을 포기하고 다음날 아침부터 사용할 수 있는 근처에 제일 큰 곳으로 예약을 했다. 당장 오늘은 아이를 맡길 시누 집에서 자야만 했다. 지옥 같았다. 지금 당장 울지 못하고 집에서 하루를 자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부고도 알리지 못했다.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엄마는 지금 차가운 곳에서 혼자 누워계시겠지 생각하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엄마는 투병도 짧게 장례식도 짧게

끝까지 가족들 힘든 일 시키지 않게 하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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