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소심함'을 버리고 '허세'로 채우다!

[제 1 휴성일] MBA 출신 직딩의 육아휴직 서바이벌 어드밴처

by 감자댄서

* 제 1 휴성일 : 소설이자 영화 '마션'에서 제 O화성일로 표기하는 것처럼 내 육아휴직도 휴(직)성(다른 세계라는 의미)일로 불러보고자 합니다. '마션'의 주인공 와트니가 화성에서 홀로 서바이벌 해야했듯이, 나도 휴직기간 혼자 서바이벌해야하니까요...


* 그리고, 내 일상생활을 MBA의 기본 이론을 적용해 보고 간결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MBA 이론이 경영뿐만 아니라, 일생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션'의 주인공 와트니가 자신의 과학 지식을 활용해 화성에서 서바이벌했듯이...


프롤로그

"나는 망했다!"


소설 '마션'의 시작은 이 말로 시작합니다. (음.. 실제 소설은 '망'자 대신 다른 글자를 사용하지만, 저는 그 단어를 쓸 수 없어서 '망'자로 썼어요.) 나도 '마션'의 주인공 와트니처럼 망했습니다. 이제 월급 없이 1년을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휴직하고 회사를 나가지 않은 첫날 답답한 마음에 영화 '내부자들'을 보았습니다.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는다면, 나는 단언컨데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할랑가?'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감독은 모히또와 몰디브의 단어 위치를 바꾼 대사를 사용했을까요? 그 답을 못 찾겠네요..

여하튼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내부자'에 속하지 못한 '족보도 없는 놈'에 내가 속한 것 같아 답답하여 낯선 곳으로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떠나냐고요? 우리 나라에서 낯선 곳 하면 당연 제주도이지요. 같이 갈 사람도 없으니 혼자 떠나기로 했습니다. 너무 궁상 맞은거 아닐까 생각했지만, 일단 떠나보자라고 나 자신을 설득했습니다.


[이론 1] : 변화의 3단계 이론 (레윈의 3단계 이론)

ㅇ 의의 : 조직이든 개인이든 변화에는 저항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 저항을 최소화하고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3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이론

ㅇ 3단계

1) 해빙 : 기존의 문화/관습을 해체하는 과정. 당사자들이 변화의 욕구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

2) 변화(혁신) : 새로운 것을 내면화하는 단계

3) 재동결 : 기존의 것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 및 모니터링하는 단계

ㅇ 시사점 : 개인도 변화를 위한 시작은 '해빙'이어야 한다.

그 '해빙'을 위해서 나는 낯선 곳 '제주'로 떠났습니다.

안락함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그야말로 마법같은 일이다. - 이원재
"이 길로 가면 어디로 가게 되나요? 행운의 천사는 대답한다. "새로운 삶으로.." - 파울로 코엘료, 아크라 문서


첫번째 Action : 선택과 집중


나에게 주어진 제주도 여행은 하루입니다. 말이 하루이지 시간으로 따지면, 약 8시간뿐인데다가 제주도내에서 이동하는 데 사용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여행은 5~6시간 정도입니다.

내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니?"
"힘들었던 2015년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나를 괴롭게 했던 것들을 활활 불태워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혼자 낮술 한잔 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바다로 가야지요.. 무엇을 버리기에는 바다가 제격이니까요.. 그래서 요즘 핫한 카페가 많다는 세화와 월정리로 가기로 결정! 그런데, 제주 가면 스타벅스 성산일출봉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거기를 들려가면 어떨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곧 그 소망은 포기했습니다. 너무 많은 곳을 가면 한정된 시간을 길에서 소비하게 되니까요.. 어쩔 수 없이 그곳은 포기..


[이론 2] :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 경영전략 이론의 대가 Michael E. Porter의 경쟁우위 전략에 따르면, 3가지 경쟁우위 전략이 있습니다.

(아래 표 참조)

Michael E. Porter의 Generic Strategy (본원적 전략)

제조업체가 아닌 지식노동자 또는 1인기업가는 무조건 '틈색 시장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즉, 선택과 집중해야지요.. 그런 관점에서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도 나만의 차별화 전략에 적합하지 않는 것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사려니숲, 생선회 등)




두번째 Action : 멍하니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다!


1시간을 달려 세화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한적한 시골 바닷가 분위기였습니다. 해변가에 카페 몇개가 있는 것을 빼면, 여기가 그 유명한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적막했습니다.

바다 전망이 좋은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습니다. 그 카페는 앞면이 통유리이고 바다 방향으로 의자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냥 구수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편안하다~~"


한참 멍하니 있다가, 따스했더 커피가 식어갈 때 월정리로 출발했습니다. 세화에서는 낮술 한잔을 못했습니다. 월정리까지 운전해야 했으니까요.. 월정리에서는 한잔 하고 바닷바람을 쐬면서 쉬다가 다시 공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세번째 Action : 버리기가 쉽지 않구나~


월정리에 도착했습니다. 해변 모래와 바다 색깔이 동남아의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더군요.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더군요. 대부분이 20대 연인들이고, 간혹 가족 끼리 온 경우가 있구요..

갑자기 주눅이 팍 들었습니다.

뻘쭘한 이 느낌을 어떻게 하지..
어디 가서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야 하나..


아자자자!
쫄지 않기 위해 계획한 대로 낮술 한잔을 흡입하기로 했습니다. 해변가에 가장 잘 보이는 회국수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난생 처음보는 성게 국수를 시키고 맥주 한병을 같이 주문했습니다.

국수가 나오기 전에 맥주 한잔을 벌컥 들이켰습니다.

'술아 술아!
내가 쫄지 않게 해다오!'


그리고, 따스한 성게 국수를 후르르륵 흡입했습니다.
'아~~ 든든하다.'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썬글라스를 꺼내 썼습니다. 썬글라스를 쓰면 왠지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못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뻔뻔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하.. 그렇다면, 이번에 내 '소심함'을 제주 푸른 바다에 버리고 가야겠다.'

식당에 앉아 남은 맥주 한컵을 벌컥 들이키고, 종이 한장에 '2015년 내 소심함이여 안녕!'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편의점에 들러 껌과 라이터를 샀습니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 뻔뻔해 지더군요.. 마치 반항끼 있는 청소년 마냥... 그리고 바닷가로 나가서 종이에 불을 붙였습니다.

"안녕! 내 소심함이여..
이 제주 바다에 영원히 잠들이어다."


헉~~ 그런데 종이에 불이 붙지 않습니다. 겨울바닷바람 때문에 불이 붙지 않는 것입니다.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안되겠다. 화형식은 포기해야 하나..'
'안돼.. 쫄지마 쫄지마!'


쪼그라든 마음을 부여잡고, 바람을 막아주는 곳으로 갔습니다. 해변과 도로를 연결해주는 곳에 돌담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불을 붙였습니다.

"활활~~"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소심함이 단 3초만에 까만 재로 변했습니다. 참, 간단하네요.. 재가 되어버린 소심함을 하얀 모래에 묻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향했습니다.



네번째 Action : 버리니까 채워지더라


바다가 보이는 2층 카페에서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렸습니다. 파아란 하늘과 바다를 보고 있으니,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자신감도 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소심함이 사라진 빈 자리를 자신감이 채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_^

그리고, 종이를 꺼내 이런 저런 낙서를 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내부자들'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악당들에게 정통으로 복수를 한 조승우는 왜 변호사를 선택했을까? 검사로 남아 있지도 않고, 정치계에 들어가지도 않고 말이지요.

조승우의 선택과 이병헌의 대사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할랑가?'는
무슨 관계일까?


조승우의 변호사 선택은 예상치 못한 '제 3의 길'입니다. 그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권력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나쁜 권력자들에게 멋지게 한방 먹였습니다. 그런데, 왜 변호사냐고요...

검사 조승우는 악당들에게 복수는 했지만, 이 세상에 그들 말고도 더 많은 악당들이 있고 그들을 모두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아닐까요?


검사 조승우에게는 그 악당들과 손을 잡거나,
그들에게 복수하는 두 갈래 길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3의 길도 있었습니다.
그 세계에서 벗어나는 길 말이지요..


깡패 이병헌의 '모히또' 대사도 그런 의미 아닐까요?


내가 알고 있는 길에서 살짝 단어 위치만 바꾸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제 3의 길이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내가 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 말입니다.



에필로그


다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가 떠올랐습니다. 겨울 석양의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서울까지 향하는 내내 그 햇빛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소심함을 버리고 '제 3의 길'에 대한 희망을 안고 돌아온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까페에 적혀있던 문구가 떠오릅니다.

"갈곳을 잃고 헤맬 때를 위해
바다가 있는거랍니다."
세화 '바보카페'의 벽에 걸려있는 글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