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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Jul 05. 2024

나는 살사 댄스를 추던 뻔뻔한 젊음이었다.

#11 쿠바노 샌드위치 먹으며 꿈을 그리다.

1.


내 연애운은 결국 꽝이었다. 


어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 여사친을 만나 보았지만, 역시 그 사람은 연애운의 대상이 아니었다. 생각해봐라. 예전에도 연애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무슨 연애운 타령인가? ㅎㅎㅎ 그냥 직딩 아재의 헛발질이었다.


내 연애운이 좋다는 르노르망 카드의 점을 정말 정말 믿고 다. 그러나, 머릿속 상과 너무나 다른 현실에 핑크빛 꿈은 와창창 깨지고 말았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자 뭔가 다른 점심 메뉴를 고르기로 했다. 을 꾸게 해주는 점심이라고나 할까...




2.


꿈을 꾸게 해주는 점심이란,

그 공간에서 점심을 먹으면 머릿속에 파아란 꿈과 환상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곳 말이다.


쿠바!!!


그래, 쿠바로 가자. 1년 365일 24시간 흥겨운 라틴 음악과 파아란 하늘과 바다가 있을 것 같은  그곳... 회사 근처에 한 곳이 있다. 쿠바노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단 한 곳! 델리오쉬!!!


쿠바노 샌드위치는 약 10년 전쯤에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 나와서 알려줬던 음식이다. 주인공 셰프가 레스토랑에서 쫓겨나서 푸드트럭 메뉴로 정한 샌드위치였다. 영화 내내 쿠바노 샌드위치를 깨무는 '빠사삭' 소리 때문에 침을 질질질 흘리게 만든다. 노란 치즈와 갈색빛 잘 구워진 고기의 비주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쿠바 사람들의 음식이라 그런지 영화 내내 쿠바 라틴 음악과 댄스가 나온다.


빠사삭, 빠사삭!!


(왼쪽) 주문한 쿠바도 샌드위치, (오른쪽) 내 환상을 그려본 AI 그림


3.


쿠바노 샌드위치를 먹다가 불현듯 살사 댄스가 떠올렸다. 20년 전에 내 삶에 있다가 갑자기 소멸해버린 그 단어, 살사... 잠시 눈을 감고 쿠바에 여행 가서 화려한 오렌지빛 하와이얀 셔츠를 입고, 살사 댄스를 추는 나를 상상해 본다.


예전에 읽었던 쿠바 여행 에세이가 떠오른다. 작가님은 평범한 직딩이었는데, 3개월 동안 살사 댄스를 배우고 쿠바에 갔다고 한다. 왜냐하면, 쿠바 광장에서 살사 댄스를 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광장에서 살사 댄스를 추었고 너무너무 행복한 느낌에 빠졌다고 한다.


내 상상을 AI로 그려보았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살사 댄스를 배웠던 청년이었다. 지금은 직딩 아재지만 그 시절엔 살사 댄서였다. 매주 월요일 나는 압구정으로 가서 살사를 배웠고 선생님으로부터 '소질 있어요. 리듬 잘 타는데요. '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 시절 나는 조금 뻔뻔했던 것 같다. 살사라는 댄스에 관심을 갖고 직접 배우고 살사바에도 갔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뻔뻔했던 시절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살사의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파트너와 마음이 연결되어 춤을 추던 내 모습...

 

너무 그리운 걸...




4.


생각해보면, 직딩의 삶은 오늘 포기하고 내일 또 포기하는 삶이다.


회사 일을 위해서 내가 원하는 일은 포기해야 하고,

직딩 상사의 생각에 맞추기 위해서 내 생각은 포기해야 하고,

출근에 어울리지 않으면 내가 입고 싶은 옷도 포기해야 한다.

 

나는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사 댄스를 포기했었다. 이제는 다르게 살고 싶다. 포기를 포기한다. 하지 못해도 좋다. 그냥 꿈을 꾸겠다.


뻔뻔한 삶이란 포기하지 않고 꿈을 계속 꾸는 삶인 듯 하다.


지금 나는 네이버에서 살사 댄스 학원을 검색한다.

(왼쪽) 포기한 삶, (오른쪽) 꿈꾸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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