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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Jul 17. 2024

Ten minutes, 광화문에서 포르투칼을 상상하다!

#13 인간관계 손절도 뻔뻔하게

1.


나는 인간관계에 뻔뻔하지 못한 스타일이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뻔뻔하게 호감을 전달하거나, 만나자고 말하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내 마음을 상대에게 들키면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상황이 우습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리고, 나에게 호감이 약해진 사람과의 관계를 과감하게 끊어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냥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흔히 듣는다. 솔직히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닌데, 그 사람들 관점에서는 그냥 좋은 사람이고, 심하게 말하면 '호구'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에 뻔뻔해질까 고민을 하는 사람이다.


-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까/

- 시절 인연이 끝나서 멀어져 가는 사람을 어떻게 놓을까

- 나는 주위 사람에게 어떤 매력 또는 어떤 쓸모를 제공할 것인가?

 



2.


그런데, 이번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 예전에 좀 친했던 사람인데, 시간이 흘러 서서히 멀어지는 관계에 있다. 그래도 그 사람과 멀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약속을 잡았다. 잠시라도 멀어지는 속도를 정지해보고 싶었다. 약속 전날이 왔다.


"미안한데, 내일 약속을 다음주로 연기해도 될까요?"

"네, 그래요."

"다음주 화요일은 어떤가요?"

"수요일에 선약이 있어서 애매하네요.."

"그러면, 다음에 다시 약속 잡죠."


나는 이 대화에서 상대방이 꼭 나를 만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굳이 나도 상대방을 만나고 싶다고 말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쪽팔리니까 말이다. 짝사랑도 아니고 참 쪽팔리는 일이다.




3.


마음이 씁쓸하다.


이럴 때는 기분전환이 필요한데 어떻게 할까... 그러다, 갑자기 포르투칼에 가고 싶어졌다. 팀 동료 한 명이 1주일 전에 포르투칼 여행을 다녀온 영향이었다. 내가 있는 광화문에서 포르투칼이라...


포르투칼에서 에스프레소 한잔하면서 마음의 거친 물보라를 잔잔하게 토닥이고 싶었다. 에스프레소 하면 사람들이 보통 떠올리는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책을 읽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고층 건물과 양복 입은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 광화문에 서 있다. 포르투칼은 너무 멀리 있다.


그러나, 내 주위에 있었다.


서울 종로구 포르투칼동이라 부를 수 있는 곳..

포르투칼식 에스프레소와 나타 (에그 타르트)를 하는 거기!! 바로 '쏘리 에소프레소바'...


 내 상상처럼 여유로운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는 없지만, 10분 간의 상상 속 포르투칼 여행은 가능할 것 같다. 가자! 그곳으로...


나같은 소심이에게 여기는 꽤나 편안한 공간이다. 왜냐하면, 아주 작은 공간에 스탠딩으로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서 혼자 가도 뻘쭘함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탠딩 카운터에서 벽에 붙어 있늨 포르투칼 사진을 보며 그곳을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


우선 카운터에 가서 에스프레소 콤보를 주문한다. 에스프레소만 주문하면, 한모금 또는 두모금에 다 마셔버리면 그곳에 10분간 있기가 또 뻘쭘해진다. 그래서, 나는 항상 콤보를 주문해서, 뻔뻔하게 그곳에 10분간 머무룬다. ㅎㅎㅎ


주문을 하고 이어폰을 귀에 끼운다. 단 10분이라도 포르투칼을 상상하려면, 광화문의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뉴진스 하니의 '푸른산호초'를 플레이한다. 포르투칼 노래는 아니지만, 하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두 눈이 감기고, 에메랄드빛 포르투칼 지중해 바다가 떠오른다. 그 상태에서 포르투칼 원두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한모금 입에 머금고 혀를 굴리면, 포르투칼 냄새가 내 코와 머리를 채운다.

아...

여기가 포르투칼이구나...


째깍째깍.. 12시 50분이다.

이제 포르투칼에서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올 시간이다.


그리고,

뻔뻔하게 말하려고 한다. 


- 당신의 그럼 말투가 나는 꽤 불편하다고...

- 당신이 나를 무시하니 무척 서운하다고...

- 당신은 삼진아웃 손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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