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빵차장의 소심한 일상]
1.
영화 <청설>을 볼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 그래서, 작년에 극장에서 <청설>을 볼까, <위키드>를 볼까 고민하다가 유명세를 따라서 <위키드>를 보기도 했어.
후회된다.
그때 <청설>을 봤어야 했어. 기대보다 훨씬 느낌있는 영화였어. 10점 만점의 9점!!!
2.
<청설>의 이야기는 20대 초반 청춘 로맨스야. 대단한 액션은 1초도 없고, 큰 사건이래봐야 주인공 둘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사건 정도야. 그냥 드라마 장르의 로맨스야. 주인공들도 모두 착해.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아.
왜냐하면, 배우들이 얼굴 표정으로 연기를 너무 잘하거든. 여자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라,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영화의 절반 이상인데, 그 장면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 남여주인공이 수어에 맞는 얼굴 표정으로 정말 연기를 하기 때문이야. 물론 자막으로 표현해주기도 하지만.
얼마전에 본 <말할 수 없는 비밀> 한국 리메이크하고는 100% 딴판이야. 그 영화는 주인공 2명이 정말 연기가 별로거든. 둘이 다정한 모습으로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표정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야. 영화 <청설>을 보니까 너무 비교된다.
3.
영화 <청설>을 보고 이런 질문을 나에게 했어. "사람과 사랑 간에 진짜 소통을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야, 왜 이런 생각을 했냐고?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말로 대화를 하지 않고, 수어로 대화를 해. 그런데 말로 하는 것보다 그 두 사람은 소통이 더 잘 돼. 그게 신기했어.
왜 그럴까?
첫째, 수어는 직설법
나는 솔직히 수어를 1도 몰라. 그런데 영화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수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수어는 은유, 비유처럼 돌려 말하기가 없는 것 같아. 내가 너를 보고 싶으면 수어는 "나는 너를 보고 싶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 그런데 현실에서는 돌려 말하지.
둘째, 얼굴 표정이 수어를 보완해준다.
말을 사용할 때는 어투로 감정 등을 표현할 수 있지만, 수어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 그래서, 단어에 담을 수 없는 느낌을 얼굴 표정으로 표현하는 거 같았어.
4.
카톡으로 하는 소통을 생각해 봤어. 솔직히 말해서, 요금 대면에서 말로 대화하는 거보다 카톡으로 하는 대화가 훨씬 많잖아. 그런데 가끔 카톡으로 대화하다가 짜증날 때가 있어. 뭐냐면 상대방이 퉁명스럽게 말할 때가 있잖아.
카톡으로 대화할 때는 목소리 톤과 뉘앙스, 얼굴 표정을 전달할 수 없잖아. 그래서, 감정과 뉘앙스 전달을 하려고 이모티콘을 주로 사용해. 그런데,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고, ㅎㅎ ㅋㅋ도 사용하지 않는 대화가 몇 번 반복되면, 상대방이 나를 귀찮게 생각한다고 느끼게 되더라고.
진짜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는 없어. 내가 괜히 오버하는 거일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나, 상대방이 나를 귀찮아했고 대화하기 싫어했다는 거는 확실히 느껴. 물론, 그가 그 순간에 바쁘거나 아니면 다크 모드에 빠져있을 수도 있어. 그러나 자신이 그때 다크모드였다고 말해주지 않는 한 나는 알 수가 없지. 나에게 남는 건 그 사람이 퉁명스러움 뿐이야.
그 순간 나는 고민해. 이 사람과 손절해야 할까? 아닐까?
손절이 정답이지 헷갈릴 때는 무조건 손절이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