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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 모태솔로 '영식'과 대화를 끊다.

[나는 오피스 빌런이다. #1]

by 감자댄서

1.


나는 회사의 영식 때문에 오피스 빌런으로 흑화했다.


"나 지금 어안이 벙벙해. 정말 어안이 벙벙해. 옥순이 데이트에서 나를 선택하겠데."

"지난번에 데이트에서 나를 선택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나를 선택 안했어?"

"옥순아, 너가 1%라도 나를 좋아한다고 해도 좋아."


<나는 솔로 24기> 영식의 명언록이다. 영식은 옥순의 어장 관리 플러팅에 완전히 당했다. 그래서, 주옥같은 명언들을 남긴 채, 대한민국 찌질남 모태솔로의 대명사로 역사에 길이갈이 남게 되었다.


그런데 회사에도 '업무 모태솔로'들이 있다.

들 영식의 특징을 생각해 보자.

(1) 객관적 자기 인식이 거의 제로다.

(2) 허세가 있다.

(3) 말이 많은데다가 눈치 없이 쓸모없는 질문을 한다.


이런 회사 업무 모태솔로 영식들 때문에 나는 INFJ에서 INTJ로 흑화했다. 분노 발사~~~~




2.


회사 업무 모태솔로 '영식'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첫째, 말은 많지만, 핵심이 없다.


회사 업무 모태솔로 영식은 일단 말이 많다. 자꾸 대화에 끼어들려고 엉뚱한 소리들을 한다. 그들이 주로 하는 말은 "이번에 셀프 설치 제도를 없애는 거예요?"같은 질문이다. 앞에서 셀프 설치 제도 없앤다고 말했는데,그들은 다시 질문으로 바꿔서 묻는다. 환장할 노릇이다.


거기다 셀프 설치 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자기 담당 업무인 와이파이 공유기 얘기를 꺼낸다. 그래서 뭐라고 하면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시뻘건 분노의 활화산을 폭발시키는 영식의 한마디다.

"그랬어요? 저는 몰랐습니다."


둘째, 눈치가 거의 제로다.


팀 전체가 점심을 먹고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영식은 묻는다. "팀장님, 빵 먹어도 될까요?" 그러고는 빵 3만원어치를 주문한다. 팀장이 웃으면서 "빵 많이 샀네. 누가 다 먹나? ㅎㅎㅎ"라는 어색한 멘트를 날린다.


그런데, 그 다음주가 더 대단하다. 또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영식은 또 묻는다. "팀장님, 오늘도 빵 많이 사도 될까요?" 분노한 팀장은 말한다. "오늘은 빵 사지마!"


셋째, 논리적 사고 제로다.


영식들은 기본적으로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1도 모른다. 그래서, 좌충우돌만 할 뿐, 스마트하게 업무를 해내지 못한다. 업무 조언을 하면, "저는 원칙이 이래서 이렇게만 하겠습니다."라는 말 밖에 못한다. 회사 일이 원칙대로 100% 이루어지는 성격이면, 사람이 할 필요가 없다. AI도 아니고, 그냥 구식 컴퓨터가 해도 될 일이다.


이 업무가 어떤 목적에서 진행되는 것인지, 체크 포인트가 무엇인지, 보고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바보 영식이다.




3.


그래서, 회사 업무 모태솔로 그들과 말을 안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들하고 말을 두 마디만 하면 머리에 스팀이 계란을 삻을 정도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무조건 한마디만 하려고 한다. Yes 또는 No.


똥은 피해가야 한다. 불변의 진리다.





4.


그런데, 관점을 바꿔보면, 그들 영식 입장에서 '오피스 빌런'은 바로 나같은 인간들일 것이다.


업무 관련해서 지적질 하고, 잔소리 하면서 화를 내는 빌런 말이다.


맞다. 그들에게 나는 100% 빌런이다. 그래서 내가 빌런되기 싫어서 그들과 대화를 끊는 셈이다. 지적질과 잔소리는 팀장이 할 일이다. 내가 뭐하러 하겠는가? 답답하지만 참아라.


회사 모태솔로 영식들 때문데, 내가 빌런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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