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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은 잘못이 없다! 그들도 옥순의 쓸모가 필요했을뿐

[MBA에서 안 가르쳐주는 한 가지 #7] 24기 옥순을 위한 변명

by 감자댄서

1.


왜 <나는 솔로> 24기 옥순은 그렇게 플러팅을 하면서 여지를 주었을까?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이 궁금증이 내 고민의 시작이었어. 그리고, 그 고민의 해답은 바로 이것이야.


"쓸모!!!"


옥순에게 6명의 남자는 쓸모가 있었던 거야. 그녀는 그 6명을 어장관리해서 어그로를 끌고, 그 인기를 토대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겠지. 그래서, 이성적 매력을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6명에게 계속 플러팅을 하면서 여지를 준거야. 영식처럼 매번 울면서 찌질이처럼 행동을 해도, 광수처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말만 늘어놓아도 말이야.


반대로 영식-영수-상철에게도 옥순이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형성된 것 같아. 그 쓸모는 아마도 '이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쓸모 아닐까? 옥순은 진정성 1도 없이 플러팅을 하지만, 그 플러팅을 받는 그들은 '이쁜 설레임'을 느끼거든. 그렇기 때문에 옥순 어장 안에서 머무르고 있는 셈이야.

옥순의 플러팅, 너드남들도 그것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쓸모'라는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행동은 <나는 솔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아닌 거 같아. 내 인관관계에서도 그 쓸모를 기준으로 연결과 손절이 매일 일어나고 있더라고. 쓸모 있으면 친해지고, 쓸모 없으면 그냥 아웃되잖아. 냉정하게...




2.


인간관계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시작된다.

첫 번째는 인간적인 호감 또는 매력,
두 번째는 쓸모.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래 그림처럼 (1) 인간적 호감&쓸모에서 관계를 시작해서, (2) 쓸모만 남은 관계를 지나 (3) 호감과 쓸모 모두 사라진 관계로 변하기 마련이야. 그 과정에서 서로는 상대에게 인간적인 호감 또는 쓸모를 무기로 '플러팅'을 해서 인간 관계를 유지시키는 셈이지. 그리고, 호감과 쓸모 중에 핵심은 '쓸모'인 것 같아. 왜냐하면, 인간적 호감이 약해져도 '쓸모'가 있으면 인간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이야.

인간관계의 핵심은 '쓸모'


그렇다면, 이런 쓸모 관점에서 내 인간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까?


내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과 쓸모는 무엇일까?

첫번째, 회사 사람들에게 내 쓸모는 유능한 업무 능력이야. 뭘해도 평균 이상 아웃풋이 나오니까.

두번째, 편안하게 얘기를 잘 들어주는 쓸모가 있어. 이거는 회사 내에서 업무상 엮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거 같아.

세번째, 회사 주변 맛집 특이한 곳을 알려주는 쓸모


그래서, 상대방이 이러한 내 쓸모를 인정해 주면, 가끔 관계 유지 목적의 '플러팅'을 해주더라고.

"어제 차장님 생각이 났어요. 곧 커피 타임 해요."
"저 요금 답답한 일이 있어요. 얘기 좀 해요."
"차장님하고 얘기를 하니, 답답한 마음이 나아졌어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나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아. 어떻게 그것을 아냐고? 간단해. 내가 먼저 연락하면, 그들은 사무적으로 성의없게 대답해. 그런데, 본인이 내 쓸모를 활용하고 싶을 때만 선톡과 이모티콘을 보내며 플러팅하듯이 말하거든. 옥순이 어장관리가 필요할 때 너드남들에게 여지를 찔끔찔끔 흘리듯이 말이야.


그런 플러팅을 당하면, 영식-영수-상철 너드 3인방처럼 나도 착각에 빠졌었어. 상대방이 나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이야. 순진한 시골총각 바보처럼...




3.


작년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하면서 지인들이 떠날 때, 이런 '쓸모 플러팅'이 넘쳐났지. 희망퇴직을 하면서, 그들은 한가지 불안함이 있었나봐. 회사라는 인간관계망의 상실 말이야. 상사와 동료들 뒷담화하고, 이런저런 뉴스를 전하는 그런 인간관계 말이지. 즉, 회사의 인간관계는 일종의 인간적인 호감보다는 쓸모 비중이 높은 관계였던 셈이야.


그런데, 그들은 나에게 인간적인 호감이 있는 것처럼 거짓 플러팅을 하더라고.

"내가 단톡방에 말이 없으면, 뭐라도 말 좀 해줘요."

"송별회 해줘요. 그리고, 퇴사해도 가끔 만나고요."


그러나, 그들이 퇴사하고 2달정도 지나자 '쓸모' 관점에서 나는 '손절' 당하기 시작하더라고. 단톡방에 말을 붙여도 반응없고, 모임을 하자고 하면 '날짜 맞춰봐요.'라고 말하지만 결국 모임이 만들어지지 않게 되지.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이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들과의 관계가 처음에는 인간적인 호감이었겠지만, 이제 남은 것은 '쓸모'뿐인데, 직장이라는 같은 환경이 사라지자 마자 그 쓸모마저 희미해져 버린 것이니까.


그런데, 내 마음이 힘들 때가 있어. 나는 그 사람을 인간적인 호감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나를 쓸모로만 생각한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때 말이야. <나는 솔로> 옥순과 영식의 관계처럼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잖아. 옥순은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영식이 필요했고, 반대로 영식은 옥순의 플러팅에 넘어가서 인간적인 매력 관점에서 옥순을 대했잖아. 이렇게 서로 목적에 어긋난 관계는 결국 파탄이지. <나는 솔로 24기> 마지막 최종 선택처럼 말이야.


"여러사람을 만나 최선을 다했지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낌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4.


나를 '쓸모' 취급하는 관계는 모두 손절하기로 했어. 내 쓸모를 바라보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말이야. 그래서, 쓸모없는 카톡 단톡방에서 모두 나와버렸어. 아마도 그들은 내 쓸모가 필요할 때 연락을 할꺼야. 그러면, 나는 사무적으로 응대해 주면 되는 거야. 진정성 없는 맞장구와 플러팅을 날려주면서 말이지. 그 관계를 끊는다고 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


그리고, 그들의 쓸모가 필요할 때는 내가 먼저 연락하려고 해. 진정성을 가장한 플러팅으로 그들의 쓸모를 활용해야지. 이렇게 하면, 세상 공평하잖아. 내가 너무 흑화됐나.


그런데, 영식-영수-상철처럼 '호구'로 당하지 않으려면 이런 '경각심'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하거든.


세상은 냉정하니까...

인간적인 호감이 아니라 '쓸모'가 지배하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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