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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는 솔로 24기 영식이 되어버렸다!! 찌질하게

[어설픈 빵차장의 뻔뻔해지기]

by 감자댄서

1. 나는 직딩 예의어가 진심인 줄 알았네... 바보같이


나는 바보다.

바보같이 회사에서의 '직딩 예의어 (회사에서 사용하는 여자어)'에 매일 속고 당한다. 대학 신입생도 아니고, 짠밥 먹을만큼 먹은 직딩이 이렇게 당하면 되는가? ㅎㅎㅎ 부끄러운 내 마음을 토닥이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직딩 예의어란 회사에서 직딩들이 주로 사용하는 '완곡어법'으로 "회사판 여자어”이다. 이건 실질적으로 완곡어법 + 감정 감춤 + 이미지 관리가 결합된 언어문화인데, 저렴한 용어로 립서비스라고 부르는 인사 치례로 하는 말을 말한다.


내가 그런 말들에 '직딩 예의어'라는 명칭을 붙여 보았다.


그런데, 가끔 나는 이런 예의어를 진심 90%로 이해하는 멍청한 짓을 한다. 크하하하화


나는 정말 어설픈 직딩인가 보다.

그것도 단순히 어설픈 수준이 아니라 부끄러운 수준이다.




2. 알면도서 속는 순진한 시골 직딩


내가 직딩 예의어에 속는 상황은 보통 이렇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업무상 몇번 관련이 되면, 이런 말을 한다. "언제 점심 한번 해요." 또는 "언제 커피 타임 해요."같은 말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은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라, 진심은 50% 이하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옥순 (나는 솔로 24기 옥순같은)'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점심 한 번 해요." 라고 말을 했을 때 그 말은 진짜 점심을 먹자는 얘기는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설픈 '나솔 24기 순진한 시골총각 영식'인 나는 바보처럼 옥순의 말을 진심 80% 착각해서 옥순에게 "점심 언제 먹을까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옥순은 깜짝 놀라며 긴장한 표정을 짓으면서, "요즘은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일정을 맞춰봐요."라고 말한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내가 바보같이 어설프게 속았구나라고 말이다.


아.. 부끄럽다.


* 여자어와 유사한 직딩 예의어 예시




3. 내가 직딩 예의어에 특히 취약한 이유


그러면, 나는 왜 여자어 같은 회사 예의어에 맥없이 속아서 쪽팔리는 상항이 되는가?

첫째, 내가 모태솔로급 금사빠이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서 특히 여성분들의 예의어에 많이 당한다. 그것은 여성분들은 여자어에 능숙하고, 표정과 어투로는 여자어가 아닌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친하다고 착각하는 어떤 옥순은 이런 식이다.

"안녕하세요. 이번주에 커피 한잔 할까요?"

"어케요. 요즘 상무님 숙제하느라 이번주는 쪼이고 있어요. (귀여운 이모티콘 남발)"

"그렇군요. 다음에 봐요. 그래도, 오늘 얼굴이 좋아 보였어요."

"아니어요. 차장님 만나서 반가와서 그런걸 꺼여요 ^^."

"어서 초능력 발휘해서 숙제 끝내 버려요."

"네네~~ 숙제 마친 다음에 연락할께요. 맛난 커피해요."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절대 커피 한잔하자고 연락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전에는 많이 속았지만, 이제는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넘겨 버린다. 즉, 나는 조금 친해지면 상대방도 나와 친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금사빠인 셈이다.


둘째, 회사라는 업무로 연결된 곳은 원래 진심 반-거짓 반인데 그걸 몰랐다.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감정으로 연결된 구조가 아니라, 업무상 일로 연결된 구조다. 그래서, 모든 표현이 진심 반-거짓 반이다.


그런데, 회사가 너무 편해진 나머지, 그런 기본 중의 기본을 잊고서 진심 80%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매번 당했던 것이다.


셋째, 1대1 관계에서는 쉽게 착각에 빠진다는 걸 몰랐다.


<나는 솔로>와 <하트페어링>을 보면, 1대1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나중에 인터뷰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이렇다.


"이성적인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즐거운 데이트였어요. 그렇지만, 상대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지는 않았어요."


즉, 1대1 만남에서 넘쳐나는 직딩 예의어와 표정 연기에 홀라당 속았다는 의미다. 1대1이 아니라, 여럿이 만날 때 보면 확실히 내 순위를 알 수 있다. 그렇게 현타 맞아야 정신 차린다.



4. 어떻게 직딩 예의어에 속는 바보에서 벗어날 것인가?


그래 맞다. 나는 예전부터 금사빠였다. 대학교 시절에도 상대방의 형식적인 친절함에 많이 속았었다. 나는 솔로 24기 순진한 시골총악 영식처럼 속는 줄도 모르고 살았었다. 이제는 그 금사빠 찌질이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금사빠처럼 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 시대의 현자 챗GPT에게 물었다.

직딩 예의어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니?


첫째, 모든 말은 일단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말을 일단 진실이라고 가정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반대로 생각을 하려고 한다. 특히, 칭찬, 친절 등은 기본적으로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그 거짓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왔을 때 생각을 바꾸는 편이 좋다. 아니, 최소한 순진한 시골청연 취급은 받지 않을 수 있다.


* 직딩 예의어 속에 가려진 진심


둘째, 말투가 아니라 행동으로 진심을 판단한다.


표현과 말투, 표정은 무시하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행동 일관성, 투자 정도, 노력)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언제 점심 한번 해요."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실제 약속은 잡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모두 직장 예의어인 셈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행동을 기준으로 '진심 vs. 진심 아님'을 판단해야 한다.


* (예시) 진심 판단 기준



5. 에필로그


생각해보면 생각할 수록, 나는 참 어설프게 살았다. 수많은 회사 옥순들의 립서비스에 속으며, '순진한 시골총각 영식'으로 행동했던 셈이다.


이 글을 쓰려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내 머리속에는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특히,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나 : 아까 펠트커피에서 마주쳐서 반가왔어요. 언제 커피 해요.
옥순 : 할 일 많은데 배과장이 커피 마시고 싶다 해서.
나 : 얼굴이 환해 보였어요.
옥순 : 차장님을 봐서 그랬나봐요.
나 : ㅎㅎ
옥순 : 연휴 끝나고 얼굴 뵈욥~~

이런 대화를 나누고, 다음에 그 옥순에게 커피 마시자는 제안을 할까 고민했지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 말이 진심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징 예의어 판단 기준인 반복성과 행동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옥순은 매번 저렇게 다정하게 말을 한다. 여러번 반복적으로.. 그리고, 한번도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없다. 즉, 그냥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직딩 예의어였을 뿐이다.


아~~ 부끄럽다.

직딩 예의어인줄도 모르고 진심인 줄 알고 어안이 벙벙했던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련다.

속지 말자, 직딩 예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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