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반가운

by 무랑

바뀐 계절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들이 있다. 보드라운 바람, 따스한 햇살, 푸른 하늘, 초록초록 흔들리는 잎사귀들, 많은 힌트들 중에서도 내 마음을 두근두근 설레게 하는 생명이 있다. 분홍빛 꽃잎, 그 많은 분홍빛 꽃들 중에서도 수줍은 인상을 품은 듯한, 새벽이슬을 머금고 있다 때가 되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꽃, 진달래를 보면 그제야 봄이 왔구나 싶었다.
대학 생활을 시골에서 했는데 기숙사에서 버스를 타고 캠퍼스로 이동해야 했다. 20여분의 구간을 지나는 동안 책을 읽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풍경을 구경하기도 했다. 날이 따스해졌다고 느끼던 어느 날 덜컹거리는 버스 창밖으로 분홍빛 물체가 흘끗 지나갔다. 나는 창문 쪽에 거의 코를 박다시피 했다. 아직 차가운 창문에 서린 입김을 지워내니 분홍빛 진달래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반가워서 감탄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다 친구들이었다면 얘들아 진달래야! 진달래가 폈어! 너무 이쁘지? 정말 봄이 왔나 봐.라고 신이 나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나는 어쩐지 혼자였고 이 기쁜 순간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아쉬움과 외로움을 느꼈다.

모든 순간이 늘 그렇게 흘러가듯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지만, 온종일 내 마음 한 자락에 아른히 남아 하루 내내 생기와 활력을 북돋아 주었다. 그 작은 분홍빛이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 기억이 지금도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그때의 반가움과 기쁨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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