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속 연교의 대사를 떠올리며
비 오는 날의 감성을 좋아한다. 창가에 앉아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에 막혀 있던 응어리들이 쏴아아-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바깥에 비가 쏟아지지만, 나는 집 안에서 ‘안전’해야 한다. 당장 밖에 나갈 일이 없어 저 흉폭한 빗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돼야, 온전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충격이 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던, 기택 네 가족과 폭우와의 사투. 누군가에게 ‘비’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비가 오면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 따뜻한 차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조건인 ‘주거’ 환경이 잠기는 것에 노심초사해야 한다. 안락한 거실 소파에 앉아 전면 유리로 비를 감상하던 박 사장 네 부부의 모습에 ‘내’가 겹쳐졌다.
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없네요
- 기생충 中 연교의 대사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거리 두기’에 경제적으로 전혀 영향 받지 않는 우리집은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다.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대화도, 추억도 많아졌다. 그렇다고 ‘코로나 덕분에’ 라는 표현을 내뱉기엔 마음 속 양심이 쌍수를 들고 말린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들, 그의 가족들을 생각하라고. 안 그래도 어려웠지만 거리 두기로 인해 회생 불가한 경제 상황까지 맞닥뜨린 소상공인들, 물량이 늘어 감염을 감수하고 일할 수밖에 없는 택배 노동자들을 떠올리라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에 오늘 같은 날은 파전을 먹어줘야 한다고, 별생각없이 배달 앱을 켜서 주문을 넣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나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 되자. 낭만에 젖기 이전에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을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마음 졸이는 사람이 되자.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이 아닌, 약자들을 생각하는 '감수성'에 먼저 반응하자.
폭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