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단상

욕을 하는 마음에 대한 고찰

2023.6.14.

by 하얀밤


"X발, 하기 싫은데."



학교 모둠활동에서 이끎이 역할을 하게 된 딸이

모둠원 하나가 참여를 안 하고 자꾸 욕을 한다고

내 앞에서 재연하며 뱉은 말이다.


내 아이 입에서 욕이 나오니

가슴이 철렁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초등학교 5학년이 그렇게 욕을 하냐니까

훗, 하고 웃는다.

정도쯤이야 뭐, 이런 의미겠다.


욕을 하는 아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으니

세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거 같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미완의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서

강한 척하는 것이

욕이라 생각한다.


예전엔 욕하는 사람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욕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지,

자신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는지,

욕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인지,

그리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바를 얻었는지?


또래를 무작정 따라 하는

청소년 시기가 지난

어른이

욕을 습관처럼 쓰는 건

해결하지 못한 욕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외면해서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린

간절히 바랐던 무엇에 대한 아쉬움.

꿈꿔왔던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아쉬움.


습관적으로 하는 욕은

마음에 켜진 비상등이다.


비상등을 직면할 용기를 내는 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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