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분기 한 번은 어디 갔다 올 만큼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올해는 꽃샘추위가 오기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먼저 찾아왔다.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당연하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는데 여행을 갈 생각이 들 리가 없다. 그렇게 1/4분기가 지나갔고, 2/4분기를 어영부영 맞이하다 보니 4월 끝자락에 와있었다. 무심코 달력을 보고 놀랐다. '어라, 다음 주 황금연휴잖아?'
출처: 중앙일보 1월 1일 자 기사 달력을 본 순간 내 속에 잠들어있던 여행 욕구가 꿈틀거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데 지금 국내 감염자가 열 명 내외로 유지되고 있고,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 결국 욕구를 누르지 못하고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어른이 되기로 한 것을 고백한다. (그래도 마스크 잘 쓰고 다녔습니다ㅠㅠ) 그렇게 4월 28일, 이틀 후에 강릉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 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숙소도 예약했다. 무려 3박으로.
강릉에 3박 4일로 갔을 때 두 가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1. (여자) 혼자 왔네요? 원래 혼자 다니는 거 좋아해요?
2. 강릉에 3박이나 있는다고요? 당일치기나 1박이면 충분한데?
내 기준에서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소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를 묻는다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누군가와 추억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아한다. 또한 하루 이틀 만에 즐기기에는 강릉은 크다고 생각했다.
3박 4일 동안 강릉을 진득이 즐기며 나를 비우고 또 채웠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채로운 커피를 마셨다. 하루 만 보 이상 걸으며 주변 경치를 즐겼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책을 세 권 정도 읽고, 생각한 것을 메모했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 사용 설명서'를 업데이트했다. 몸과 마음이 참 든든해지는 여행이었다.
따스한 봄날 떠났던 강릉 여행은 내게 파스텔빛 이미지로 남아있다. 나의 4일간의 여정은 이렇다. 정리해놓고 보니 먹부림의 연속으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이다.
뚜벅이 여행이라 주변에 사천해변, 주문진, 정동진은 못 가고 강릉 시내를 십분 돌아다녔다.
4/30(목)
16:00-16:30 바로방
16:30-18:00 테라로사 커피공장: 아트숍, 박물관 구경
18:00-19:00 강릉커피공장
19:30-20:30 소문난부대찌개
20:30-21:30 중앙시장 구경
21:30-22:00 월화거리 산책
5/1(금)
10:00-11:00 금학칼국수
11:00-12:30 봉봉방앗간에서 커피 한 잔 (&베이커리 가루의 빵)
12:30-14:30 초당 순두부마을에서 차현희순두부청국장 & 순두부젤라또 먹기
15:00-17:00 오죽헌 & 선교장
17:00-18:00 남향막국수
18:00-20:00 경포대, 경포호수 및 경포해변 산책
20:00-22:00 카페 기와
5/2(토)
11:00-13:00 토박이할머니 순두부집 & 초당커피 정미소
13:00-16:00 테라로사 경포호수점
16:00-17:00 강문해변 및 안목해변 산책
17:00-18:00 머구리횟집
18:00-20:00 보사노바
20:00-21:00 고래책방
5/3(일)
10:00-12:00 커피내리는 정류장
12:00-13:00 포남사골옹심이
13:00-15:00 고래책방
15:00-16:30 교동899
강릉 맛집을 정복하겠다는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어지는 포스팅으로 하루하루를 더 곱씹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