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주었던 너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하며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그의 핸드폰 사진첩에서 널 처음 봤어. 마른 몸에 비해 조금은 커보기는 얼굴이 꽤나 귀엽게 느껴졌지. 남자친구의 집에 처음 갔던 날, 너를 처음 보게 되었는 데, 모든 게 어색하고 어려웠던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어주는 네가 참 고마웠어.
남자친구와 둘이 사는 집에 너를 데려오게 되었을 때,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만 가득했던 것 같아. 작은 평수의 집에 어설픈 살림살이 속에서 간이 옷장이 제 침대인양 잠을 자는 너를 보고 많이 웃기도 했어. 강아지나 다른 애교 많은 동물들처럼 먼저 안기지는 않았지만, 회사일로 집에서 눈물짓는 일이 많았을 때 넌 꼭 내 근처에서 날 바라봐주곤 했지. 물론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우리를 마중 나오진 않았지만, 현관문을 열며 집안 어딘가에 있을 네 생각에 설레곤 했어.
우리가 결혼을 해서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나름 너의 방도 만들어주고 최고급 화장실도 선물해 줄 수 있어서 기뻤어. 너도 우리 셋이 알콩달콩 사는 게 좋았던 걸까, 날이 갈수록 개냥이가 되었지. 퇴근하고 오면 문 앞에 마중도 나와주고, 먼저 안기는 일도 많아져서 고달픈 하루하루에 큰 위로가 되었어. 에메랄드빛의 예쁜 너의 눈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힘들었던 하루가 잊히는 기분도 들었어.
우리셋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2년을 함께 살고, 이제 우리 아가와 넷이 행복하게 살 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언제부터 아팠던 걸까? 갑자기 아프게 된 걸까 서서히 아프고 있었던 걸까..? 평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기만 했던 너라서 너의 미세한 변화를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걸까..? 최근 들어 더 애교가 많아지고 안기려고 한 게 몸이 아파서 그랬던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을까 봐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이것마저도 이기적이라 미안해..
네가 많이 아프다는 걸 알게 되고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들로 우리가 고민하는 걸 느꼈을까? 2주가 채 되기도 전에 고양이별로 떠나버린 너.. 최근 며칠은 대소변도 못 가려서 매일 이불빨래를 하며 너에게 받은 사랑을 이제 돌려주겠노라며 이런 이불빨래 정도는 매일하고 살아도 상관없다 생각했는데, 너는 그것마저도 못하게 가버렸네.. 우리 가족에게 사랑만 주려고 태어나서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를 배려하고 사랑해 준 마고야! 우리 가족한테 와주어서 너무 고맙고, 네가 줬던 사랑 절대 잊지 않을게. 우리 집 창문틀에서 매일 바깥구경 했던 것처럼 고양이별에서 우리 가족 사는 모습 꼭 지켜봐 줘.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꼭 다시 만나자. 잘 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