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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Nov 12. 2024

초산 유도분만 성공 후기

근데 이제 낳고 보니 3.9kg인

내 마지막 브런치 글은 신혼여행 첫째 날에 머물러 있는데, 언제 임신하고 출산까지 했는지..^^;;

내 일생일대의 가장 큰 일이었던 출산과정에 대해 잊기 전에 생생히 기록해보고자 한다.


<유도분만 시도 이유>

일단 나는 여건이 된다면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태어나서 수술이란 걸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고, 출산을 한번 해볼지 두 번 해볼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분만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가는 임신 중기 때부터 꾸준히 큰 아기였다. 35주 차에 머리 직경이 9cm를 넘어가고, 38주에는 머리직경 9.52cm에 체중이 이미 3.5kg이 넘었기 때문에 자연 진통이 걸릴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난산이 예상되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과 상의 끝에 예정일 하루 전날인 39주 6일에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유도분만 전 상황>

하루에 만보 걷기, 쭈그려서 걸레질하기, 계단 오르기 등등의 운동들이 아기를 내려오게 한다고 해서 출산휴가 들어온 37주부터 매일 꾸준히 몸을 혹사시키며 운동을 했지만.. 초산이라 그런지 애기는 한참 위에 있었고, 심지어 유도분만 하루 전 검진에서도 아기가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어서, 20시간 진통 후 응급제왕의 주인공이 될 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이슬도 비치지 않은 상태)


유도분만은 11월 8일 새벽 6시에 병원에 입원하여 진행하기로 되어있었다. 유도분만일 2~3일 전부터 새벽마다 생리통 같은 가진통이 있었는데, 혹시나 이슬이 비치지 않을까 기대하며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임신기간 내내 이벤트도 없이 주수의 정석대로 크는 아이였기 때문에, 이슬이 비치길 간절히 바랐는데, 세상에 유도분만 입원 2시간 전에 이슬이 비친 것이었다..!! (이토록 이슬에 집착한 이유는 이슬과 진통 전혀 없이 유도분만을 했을 때, 실패한 후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ㅜㅜ)


계속 가진통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잔 채 남편과 병원으로 향했다.  


<유도분만 과정>

6:00~6:30 / 입원 수속 후 환복

6:30~6:45 / 주삿바늘 꽂음, 항생제 테스트

 - 유도분만 후기를 대략 50개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거는 촉진제를 넣는 18G(?)의 수술용 주삿바늘과 항생제 테스트, 공포의 내진이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가족분만실에 입원 후, 누워있었는데 간호사선생님이 일단 주삿바늘 먼저 꼽을 건데, 수술용이라 좀 아플 거라고 하셨다. 두근두근.. 주삿바늘이 들어갔는데 정말 1도 아프지 않았다..ㅎㅎ 그리고 바로 항생제 테스트를 했는데 예방주사 맞는 수준이어서, 무서웠던 2개를 별 일 없이 끝내고 나니 갑자기 유도분만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7:00 / 1차 내진(간호사), 자궁문 1cm

- 주삿바늘을 꼽은 후 간호사 선생님이 내진을 하셨는데, 깊게 한 내진이 아니어서 그런지 크게 불편함은 없었고 내진 결과 자궁문이 1cm가 열린 상황이었다.

7:00~7:40 / 촉진제 사용 시작(제일 낮은 단계)

- 7시부터는 촉진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오기 전부터 가진통이 있었는데 병원에 도착한 6시부터 갑자기 하나도 아프지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ㅜㅜ 촉진제를 넣기 시작한 7시부터는 통증이 느껴지긴 했는데 생리통 수준이었다.

7:50 / 2차 내진(담당의)

- 임신기간 내내 보았던 담당 과장님께서 가족분만실에 오셨고, 첫 내진을 해주셨다. 아직 자궁문이 1cm 정도 열려있고, 촉진제 써 보고 좀 이따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셨다.

8:00~9:30 / 촉진제 한 단계 높임

- 제일 낮은 단계의 촉진제를 쓴 이후 큰 변화가 없어서 촉진제 투여량을 한 단계 높인다고 하셨다. 이때부터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복통이 시작되었다. 평소 생리통이 심한 편인데 평소 겪는 생리통의 딱 3배 정도 되는 진통이 오기 시작했고, 진통주기도 거의 3분 미만이었다. 그래도 유튜브에서 본 진통 호흡법을 열심히 따라 하며 진통을 견디고자 노력했다.

9:45 / 3차 내진, 자궁문 3cm

- 과장님께서 다시 방문하셨고, 3차 내진을 시행했다. 이때 내진은 전에 1,2차 내진과는 달리 조금 강하게 휘젓는(?) 느낌이 났는데 그래도 참을만했다. 내진 결과 자궁문은 3cm 열렸으나, 아기가 아직 많이 위에 있다고 하셨고 12시 정도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셨다. 과장님이 3cm가 열렸다고 하셔서 너무 놀랐다. 보통 3cm부터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내가 본 자연분만 후기에서는 무통을 맞을 수 있기까지 엄청난 고통과 기다림이 있었는데, 나는 입원 후 3시간 반 만에 3cm가 열린 것이기 때문에 속으로 생각보다 할만한데..? 나 출산 체질인가ㅋ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0 / 4차 내진(공포의 단발 간호사선생님...)

- 내 가족분만실에 굉장히 많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왔다 갔다 하셨는데, 그중 베테랑처럼 보이는 단발의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내진을 하겠다고 하셨다. 이 전까지는 내진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서 내진에 담담히 임했는데.. 세상에 거의 내 장기들을 훑는 느낌으로 내진을 하셨고, 얼마나 세게 하셨는지 양수가 터져버렸다. 이제 진통이 더 심해질 거라는 얘기를 하고 나가셨고, 무통 준비를 해주겠다고 하셨다. 4차 내진 전까지는 남편한테 오~ 나 벌써 무통 맞나 봐~ 이러면서 약간의 여유가 있었는데 이 이후부터는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 시작되었고, 산후조리원 드라마에서 엄지원이 그랬던 것처럼 무통을 울부짖기 시작했고 남편한테도 계속 무통 언제 주는지 알아보라고 난리를 쳤다.

10:30 / 드디어 무통

- 무통 시술해 주시는 분은 간호사 선생님은 아니고 마취과 선생님인 것 같았다. 나는 죽어가는데 라디오를 들고 다니시는 건지 계속 노랫소리가 나서 화가 났다ㅋㅋ 이미 진통을 진통대로 겪은 뒤라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고 지금이 실습기간인지 뭔지 간호과 실습생들이 자꾸 내 방에 들락날락거리면서 계속 실수하시고 그래서 몸과 마음이 더 힘들었다.. 새우자세를 한 다음에 척추에 뭔가 시원한 것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고, 무통 시술한 지 10분 정도 뒤부터 효과가 생기는 듯했다. 근데 무통천국까지는 아니고 감통정도의 효과였다..ㅎㅎ 그래도 무통 맞은 후로는 남편하고 셀카도 찍고 장난도 치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이 시간을 즐겼다.

11:50 / 5차 내진, 자궁문 5cm

- 무통 효과가 1시간 반~2시간이라고 하던데 정말 한 시간 반이 지나가니 3분 간격으로 미칠 것 같은 진통이 시작되었다. 1분 미친 듯이 아프고 2분 쉬는 시간 또 1분 아프고.. 이렇게를 몇 시간 동안 반복하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특히 고통이 지나가도 곧 다시 올 거라는 생각에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단발 간호사선생님이 오셔서 또 내진을 하셨는데 애기가 너무 위에 있다고 힘을 세게 줘보라고 했다. 진통+내진+힘주기를 한꺼번에 하려니 정말 미칠 것 같았지만 여기서 응급제왕으로 가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열심히 힘을 줬다. 간호사 선생님은 2차 무통을 줄수도 있지만 무통을 맞으면 진행이 더딜 수 있다고 좀 참아보라고 하셔서 일단 참겠다고 했다..

12:40 / 관장, 2차 무통

- 생각해 보니 관장을 안 했다. 원래 촉진제 넣기 전에 하는 거 같은데.. 남편한테 말씀드려 보라 했더니 바로 관장을 준비해 주셨다. 근데 문제는 진통이 너무 심한 상황에서 관장으로 인한 복통까지 합쳐지니.. 정말 화장실에서 소리 없이 울부짖고 있었다ㅜㅜ 너무 힘들어서 간호사 선생님께 무통을 놔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여전히 진통이 너무 심했고 전과 다른 항문통증(?)이 느껴졌다. 정말 똥꼬에 뭔가가 끼어있는 듯한 느낌과 아랫배 복통이 동시에 지속되었고, 여러 후기에서 똥꼬에 끼어있는 거는 애기가 많이 내려와 있어서 그런 거라는 후기를 기억하고 그 아기를 더 밑으로 내리기 위해 진통이 올 때마다 힘주는 연습을 했다. (근데 원래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힘주라는 말 하기 전에는 혼자 힘주면 안 됩니다.. 저처럼 회음부가 많이 찢어질 수도 있어요..)

13:20 / 6차 내진, 자궁문 10cm 다 열림

- 12시에 오신다던 과장님께서 1시 20분에 오셨고 내진 결과 자궁문이 다 열렸다고 하셨다...!! 근데 문제는 아기가 아직 위에 있어서 빠르면 오늘 오후 3~4시 출산 예상한다고 하셨다. 한 시간 반을 더 이래야 한다고..? 그때 되면 무통빨도 다 떨어질 텐데.. 무조건 낳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아까와 같이 진통이 올 때마다 미친 듯이 힘을 주었다.

13:40 / 출산준비 시작

- 계속 힘을 주다 보니 갑자기 정말 응가가 당장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한테 빨리 간호사선생님을 불러달라고 말했고, 아래를 한번 보시더니 출산 준비를 하겠다고 하셨다. 누워있던 침대가 출산을 위한 침대로 변신했고, 간호사 여러 명이 여러 기계와 도구들을 갖고 가족분만실로 들어왔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이제부터 힘주기 연습 5번 하고 의사 선생님 불러올 거라고 하셨고, 진통이 올 때마다 다리사이에 팔을 끼고 상체를 들면서 힘주기를 연습하라고 하셨다. 남편이랑 같이 연습하라고 하셨는데, 남편이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너무 보기 힘들어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혼자 연습을 하겠다고 했다. 혼자 힘주기 연습을 5번 정도하고 나니,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들어오셔서 내가 힘줄 때 자궁문을 더욱 열어주셨다. *출산 전 자연분만 후기들을 봤을 때, 누구는 응가하듯이 힘을 주라고 하고, 누구는 좀 앞쪽에 힘을 주라고 해서 어떤 거가 맞는지 헷갈렸는데,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극심한 변비 느낌 그 자체였다. 20년 변비 인생으로서 1주일 응가 못쌌는데, 신호 와서 싸려고 할 때 그 느낌 하고 비슷했고(물론 강도는 천지차이지만), 내가 힘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항문 쪽에 힘이 들어갔다.

14:00 / 출산 임박, 담당의 방문

14:32 / 출산

- 도대체 담당 과장님은 언제 오시는 건지 미쳐버릴 것 같을 때, 드디어 담당 과장님이 오셨다.. 이제 정말 낳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힘을 줬는데, 아까 너무 힘주기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하루종일 진통을 해서인지 힘을 오래 주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기 머리도 컸기에 간호사 두 분이 내 배 위에 올라가서 온몸이 덜컹거릴 정도로 배를 눌러주셨다. 배를 위에서 누르는데 힘을 주라고 하니까 더 힘주기가 힘들었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충격적인 고통에 정신이 혼미했다. 힘을 열심히 주는데 갑자기 힘을 빼라고 했고(아마 머리가 나온 듯?), 또다시 힘을 주라고 해서 힘을 줬더니 똥꼬에 뭐가 낀 느낌이 사라졌다. 아기가 나왔나..?? 아기 울음소리는 바로 안 들렸는데, 남편한테 뒤돌아서 앞으로 오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기 입에 들어있는 것들을 빼는 공기 소리가 들린 후에 꾸에에엥 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14:33~16:00 / 출산 그 후

- 출산 직후 남편이랑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 상태를 확인했고, 이후 나에게 아주 따듯한 아기를 안겨주었다. 아기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놀랬지만..ㅋㅋ 남편이랑 나름 셋이 가족사진도 찍어주셨다. (아! 아기는 예상보다 더 큰 3.87kg에 54cm였다..!) 그다음에 회음부 처치가 이어졌다. 무통빨이 끝나가서인지 꿰매는 느낌이 너무 생생하게 들어서 아파했더니, 회음부에 마취주사를 놓아주셨다. 아기가 크고 내 살이 약해서 사방팔방으로 회음부가 찢어졌다고 하셨고ㅜㅜ 거의 30분 이상 꿰매셨다. 오후 3시 정도 회음부 처치를 끝내고 출혈양상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분만실에 1시간 정도 있으라고 하셨다. 이때는 남편하고 둘만 있었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자꾸 눈을 감으니 남편이 식겁하며 자꾸 눈 뜨라고 해서 좀 웃겼다..ㅎㅎ 그리고 남편이 원래도 대단한 거 알았지만 진짜 독하고 대단하다고 해줘서 매우 뿌듯했다^^


유도분만 하면서 오후 5시 전 출산을 목표로 했는데, 생각보다 진통 시간도 길지 않았고 아기도 빨리 나와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산 5일 차인 지금도 도넛방석 없이는 앉지도 못하고 진통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파워 J 엄마를 위해 시간 맞춰 나와준 우리 아가한테도 너무 고마울 뿐이다.


<마무리>

초산 유도분만이라고 무조건 응급제왕 엔딩은 아닌 것 같고, 여러 상황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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