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을까?
얼마 전, 카페에 앉아 자소서를 열심히 쓰다가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써볼까 하다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그럴싸한 블로그 이름을 만들고, 카테고리를 만들고, 배경화면을 고르고... 상상만으로 급격히 피곤해져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사그라들었다. 그렇지만 자소서를 너무 쓰기 싫었던 탓일까, 나를 포장하는 글이 아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만 쓰고 싶어졌다. 그러다 문득 정식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작가가 되어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가 생각났다. 네이버에 '브런치 작가 되는 방법'을 쳐보니, 작가 이름을 만들긴 해야 하지만, 신청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했고 무엇보다 정말 글만 쓰면 된다는 생각에 '이거다!' 싶었다.
우선, 브런치에 가입을 하려면 작가 이름과 작가 소개를 간단히 작성해야 한다. '내가 작가라니..' 왠지 나를 어떤 작가로 소개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워서, 급하게 우리 집 고양이를 작가로 만들어버리고(?) 우리 집 고양이를 소개해버렸다. 이제 가입은 완료했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야 한다. 브런치에 내 글을 써놓아야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출판을 했다거나 SNS를 활발히 하는 것도 전혀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되려면 글 몇 개는 써놓고 신청하는 것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전부터 꼭 글을 쓰고 싶었던 주제가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 이야기. 주제를 정하니 글은 30분 만에 뚝딱 써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니, 이렇게 글쓰기가 재밌을 수가 없다. 물론 여러 번 읽으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쳐 첫 번째 글을 완성했다. 그렇지만, 글 1개로는 브런치팀에서 날 작가로 만들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2개의 글을 완성하고 작가를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쓰고 싶은 주제는 많지만, 최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퇴사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다. 깔끔하게 떨어졌던 첫 번째 글과는 달리, 퇴사에 대한 스토리를 쓰고 있자니 점점 대하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마다 직장생활을 하며 퇴사를 생각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테고, 고작 3년 일한 내가 회사생활에 대해 이렇게 논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글쓰기를 제한하다 보면 쓸 수 있는 글이 없겠다 싶어, 그냥 내가 겪은 경험들을 팩트만 작성하려 노력했다.
브런치에 가입한 지 이틀이 지났을 때, 나는 작가 신청을 했다. 첫 시도부터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메일로 합격 소식이 온다고 하길래,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보는 메일함을 하루에 서너 번씩 들어가 보곤 했다. 지난주 금요일은 오전부터 기분이 침울했다. 공들여 쓴 자소서에도 불구하고, 2곳의 회사에서 불합격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보란 듯이 잘 살 거라고 큰 소리 떵떵 치며 나왔는데,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스칠 무렵 습관처럼 들어간 메일함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세상에.. 첫 시도만에 작가가 되다니!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글쓰기가 회사에서는 인정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글쓰기 실력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카카오 브런치 팀에서는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너무나 설레고 기뻤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내 첫 글이 한 시간 만에 조회수 1,000을 돌파하더니, 작가가 된 첫날 24,000 조회수를 달성한 것이다.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읽어봐도 그렇게 심금을 울리는 글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다음 메인 같은 곳에 소개가 되면 조회수가 몇만 씩 나오기도 한단다. 그래서 다음을 여기저기 찾아봐도, 내 글은 보이지 않았다. 내 조회수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자, 평소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한 나는 원래 첫 글은 브런치 팀에서 조회수를 좀 책임져주시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오늘 아침 확인한 조회수는 71,500이다.
글 통계를 보니 다음 어플로 인한 유입이 5.5만, SNS(카카오톡)으로 인한 유입이 1.5만 정도 되는 것 같다. 내가 찾진 못했지만, 아마 다음 메인 어딘가에 내 글이 실렸던 것으로 추측 중이다.
어쨌든 생각지도 못한 화려한 데뷔(?) 덕택에, 내 글쓰기 실력과 그다지 풍부하지 않은 소재들이 걱정되지만 "브런치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됩니다. 당신이 원하던 글을 써 보세요."라는 브런치 소개 글처럼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