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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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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나 Jun 25. 2019

전지적 시청자 참견 시점


  작년, MBC 간판 예능인 <나 혼자 산다>를 위협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와 모두의 주목을 끌었던 예능이 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니저들의 거침없는 제보로 공개되는 스타들의 리얼 일상'이라는 취지를 내걸고 인기 있는 관찰카메라 형식에 매니저라는 소재를 더해 차별화를 두었다.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메인 MC인 이영자가 MBC 연예대상 수상함으로 <전지적 참견 시점>은 그 인기를 증명해 보였다. 기세 등등 무섭게 성장할 줄 알았던 <전지적 참견 시점>은 최근 시청률 하락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전지적 참견 시점>은 어려움을 딛고 재반등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까.


빛나는 별 옆 반짝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뒤에서 인생의 주연 자리를 내주고 조연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군가는 그들이 되길 기피했고, 누군가가 하찮게 여겼던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스타들의 매니저들이다. 스타들의 삶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다면, 그들을 빛내기 위해 발 빠르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전지적 참견 시점>은 주목했다.

 그림자 같은 매니저들의 일상이 재미있을까?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성공은 어쩌면 처음에 누구도 예상 못했던 일일 수도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초기에 스타를 매니저와 동반 출연시켜 스타를 집중해 바라보는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또 다른 관찰 예능이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시청자들은 스타가 아닌 매니저들에 더 주목했고, 자연스레 카메라의 시선도 그들의 매니저로 향하게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존재했던 매니저의 활동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스타가 나오지 않은 매니저의 관찰 영상이 시청률이 더 잘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느 날의 우리였던 송이

 특히, 그 예로 지금은 하차한 개그맨 박성광 씨의 전 매니저 임송양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까지 시청자의 누적 재생수가 가장 높은 <전지적 참견 시점> TOP 5의 클립 중 3개가 그녀의 영상이다. 첫 사회생활의 긴장된 모습으로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실수를 연발하는 그녀의 미숙한 순수함은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가장 인기 있는 클립은 박성광에게 사인을 받고 싶은 친동생을 순수한 평소의 모습과 다르게 카리스마 있게 제압하는 그녀를 담은 영상이다. 문득 회사생활 앞에 달라지던 내 자아를 떠올리게 하지는 않는가. 그 언젠가의 우리와 닮았기에 더욱 정이 간다. 사회생활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었고, 그에 따른 창피함과 미숙함은 덤으로 따랐다.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송이 매니저의 영상은 시청자들의 묘한 공감과 함께 지지와 응원을 이끌었다.

 그런 송이 매니저가 지난 4월, 회사를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누군가의 뒷자리에 묵묵히 서있는 직업을 택한 그녀. 현재를 원망하기보단 한 발짝 더 달리기를 택한 그녀에게 너무 많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성장일기처럼 그녀가 첫 직장에 적응해 사회인으로 발돋움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애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새 출발에 대한 지지와 함께 떠남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또 한 명, 그녀의 스타인 박성광의 하차도 이어졌다. 이 시점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평범한 일반인의 스타를 원했던 것일까. 아니면, 스타들의 일상을 자연스러운 시점에서 녹여보고 싶었던 것일까.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의 하차는 <전지적 참견 시점>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 평균 10%를 유지했던 시청률이 6%대로 하락했다.


 균형 잡기, 반전 매력 청하처럼!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제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연예인으로만 치우치면 자칫 다른 예능과의 차별점을 찾기 힘들어지고, 매니저로만 치우치면 스타의 존재 자체가 무색해진다. 또한,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는 매니저들은 스타와 함께 시청자들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만큼, 이제 매니저 개인의 매력은 출연의 필수 요소이다. 물론, 송이 매니저나 송팀장과 같이 평범함과 순수함으로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미 스타화 된 프로그램에 등장할 새로운 매니저를 시청자들이 이와 같은 순수한 눈으로만 바라보기는 힘들 수 있다. 즉, 순수함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매니저의 캐릭터가 필요한 것이다. 평범한 매니저가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매력과 독보적인 스타의 자연스러움이 더해졌을 때, 프로그램은 그 둘의 케미로 더욱 유쾌해질 수 있다.

 최근에 등장한 청하와 매니저는 이 균형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매니저라고 하기에는 돋보이는 외모와 아담한 체구.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매니저의 이미지와는 다른 청하 매니저의 반전 매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체대 출신에 빠른 달리기와 청하의 밀착 경호를 도맡는 청순한 그녀의 모습이 방영된 직후 화제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새로운 유형의 매니저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이 돋보였던 이유의 중심에 청하가 있었다. 평소, 노래실력과 춤으로 정평이 난 청하는 민낯을 스스럼없이 공개하고, 양갱을 즐겨먹는 할머니 식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선보였다.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자신의 새로운 앨범 콘셉트 회의까지 빠짐없이 참여하는 청하의 모습은  기존에 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새로운 유형의 매니저가 보여주는 반전 매력과 '갓청하'로 불리는 무대 퀸의 수수한 모습은 <전지적 참견 시점>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훌륭한 케미였다. 해당 회차에 시청률은 6%를 유지하던 기존과 달리 8.3%로 소폭 상승하며, 해당 콘텐츠 역시 화제의 콘텐츠로 떠올랐다. 물론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지속적으로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토리와 재미와 매력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하와 매니저가 보여주는 케미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매니저와 스타의 균형 그 어디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남았던 것이다.


시청자 참견 시점

<전지적 참견 시점>은 현재 진행 중이다. 평범한 일반 직장인과 같은 매니저의 일상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지수는 타 프로그램보다 높으며, 그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스튜디오에는 전현무와 이영자를 비롯한 다수의 참견인들이 존재한다면, 스크린관 밖에서는 <전지적 참견 시점>의 매니저처럼 다수의 애청자들이 그들의 행보를 시시각각 주목하고 있다. 단기간 스타의 홍보나 화제성을 올리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우직한 나무가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그러한 나무는 매니저와 스타가 공존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둘의 균형 어디쯤에서 케미를 발산했을 때 더욱 성장할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을 지속하였을 때, 시청자들은 오늘도 깐깐한 시청자 참견 시점으로 <전지적 참견 시점>을 더욱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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