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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Oct 31. 2020

조의 관계 (Key Relationships)

근친조와 5도권

조성 음악에 사용되는 조(Key)가 얼마나 될까. 간단히 계산해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반음으로 되어있고, 각 음을 Tonic으로 하여 장음계와 단음계를 만들면 총 24개의 조(Key)가 나온다. 음의 기능에서 음과 음 사이의 관계를 알아봤던 것과 같이 이 24개의 조와 조 사이에도 상호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조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곧 음의 관계의 확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조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 지 판단하는 것은 음계에 서로 얼마나 많은 음을 공유하는가에 초점을 둘 수 있다. 가까운 조일 수록 서로 공유하는 음이 많을 것이며, 이는 곡의 진행에서 서로 다른 조로 이동하는 전조(조바꿈, Modulation)가 그만큼 쉽다는 의미이다.

 


나란한조 (병행조, Relative Key)


장음계와 단음계는 서로 다른 음 간격으로 만들어진 다른 종류의 음계이지만, 하나의 장음계와 하나의 단음계는 꼭 하나의 조표를 공유한다.

위와 같이 C음으로 시작하는 장음계 C Major와 A음으로 시작하는 단음계 a minor는 구성된 음들이 모두 원음으로 동일하여 서로 같은 음을 공유한다. Tonic인 C와 A 사이의 거리는 음정상 단3도 차이다.


마찬가지로, G Majore minor 또한 모든 음이 동일하다. 아래의 F Majord minor 역시 같은 음을 공유한다. 각 장/단조의 Tonic 간 음정은 역시 단3도이다.

이렇게 마치 서로 세트처럼 하나의 장음계와 하나의 단음계는 같은 조표를 공유하게 되는데 이 두 음계의 Tonic은 항상 단3도 관계이며 이를 '나란한조 (Relative Key)'라고 부른다. 즉 하나의 장음계와 단3도 아래의 단음계는 서로 나란한조이며, 음계의 모든 음이 동일하므로 마치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것처럼 두 조를 왔다 갔다 이동하여도 자연스럽게 진행이 가능한 아주 가까운 관계인 것이다.



같은 으뜸음조 (동주음조, Parallel Key)


시작음(Tonic)이 같은 각 장음계과 단음계의 관계를 '같은 으뜸음조 (Parallel Key)'라고 한다. 으뜸음이 같으므로 오히려 계산하기 쉽다. C Major의 같은 으뜸음조는 c minor이다. 같은 으뜸음조 관계의 장/단음계는 3음, 6음, 7음을 제외하고 모두 같은 음을 공유한다. (화성단음계로 볼 경우 Leading Tone인 7음도 같아진다.)

같은 으뜸음조는 무엇보다 같은 Dominant를 가진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특징이다. 화성적으로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화성적 용도에는 화성단음계를 사용한다.) Dominant는 Tonic으로의 종지적 진행을 통해 조성을 확립하는데, 두 조의 Dominant가 같기 때문에 Dominant에서 장조의 Tonic으로 가느냐, 단조의 Tonic으로 가느냐에 따라 조성이 쉽게 바뀔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서로 간 이동이 단순하고, 명료한 전조가 가능한 가까운 관계이다.



딸림조 (Dominant Key)


배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어떤 한 음을 기준으로 나타나는 배음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가까운 음은 바로 완전 5도위의 음, Dominant였다. (C음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음은 G음이다.) 음이 서로 가깝다는 것은 곧 서로 가장 많은 배음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준 음계에서 완전5도 위의 음계는, 음의 배열을 살펴볼 때 거의 비슷한 음을 공유한다.

C MajorG Major는 각 F와 F#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음이다. 즉 두 조는 한 음만 빼고 같은 음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조끼리의 딸림조도 마찬가지이다. (a minor - e minor) 따라서 딸림조 또한 전조 시 음 하나만 바꿔주면 되므로, 바로 이동이 가능한 아주 가까운 관계이다.

음의 기능에서 Dominant가 Tonic으로 진행하는 흐름이 조성을 확립하는 역할을 하는 이유도 결국 서로의 음간 공유하는 배음이 많고, 그만큼 자석처럼 잘 붙는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겠다.



버금딸림조 (Sub-dominant Key)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기준음으로부터 완전 5도 아래의 Sub-dominant도 역으로 완전5도 관계를 가지며 이 또한 음계의 한 음을 빼고 같은 음을 공유하는 가까운 관계가 된다.



딴이름 한소리조 (이명동음조, Enharmonic Key)


음이름에서 하나의 음이 여러 개의 이명동음을 가질 수 있다고 배웠다. 음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리는 같지만 표기가 다른 음계를 '딴이름 한소리조 (이명동음조, Enharmonic Key)'라고 하는데, 더블샾과 더블플랫은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F# Major-Gb Major (나란한조는 D# minor-Eb minor), B Major-Cb Major (나란한조는 G# minor-Ab minor), C# Major-Db Major (나란한조는 A# minor-Bb minor)만 사용된다.



근친조 (Closely Related Keys)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어느 한 조를 원조로 하여 그와 가까운 관계의 조들을 음악에서 '근친조 (Closely Relative Keys)'라고 한다. 이들은 음계를 구성하는 음에 공유되는 공통음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곧 서로 가까운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이동(전조)이 용이하다. 원조의 나란한조, 같은 으뜸음조, 딸림조, 딸림조의 나란한조, 버금딸림조, 버금딸림조의 나란한조를 포함하며, 조표로는 변화표가 서로 한 개로만 차이 난다. 정리된 근친조의 도식을 아래의 예와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조성 음악에서 완전5도, Dominant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딸림조 관계의 조는 서로 한 음을 제외한 모든 음이 공통됨을 살펴보았다. 이는 곧 음계에 사용되는 변화표(조표)가 서로 하나씩만 차이 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12개의 반음 중 한 음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완전 5도씩 음계를 올리거나 혹은 내려간다면 조표가 하나씩 추가되거나 덜어지는데, 이를 하나의 순환구조로 만든 것을 ‘5도권 (Circle of Fifth)’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완전 5도를 계속적으로 올리면(시계방향) Sharp이 하나씩 붙게 되고, 반대로 완전5도를 계속적으로 내리면(시계 반대방향) Flat이 하나씩 추가된다. 조표는 이 5도권에서 변화표가 하나씩 붙는 순서대로 표기한다. 결국 Sharp은 순차적으로 5도 위음, Flat은 계속해서 5도 아래음이 붙게 된다. (#: 파-도-솔-레-라-미-시 / b: 시-미-라-레-솔-도-파)

완전5도의 근친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5도권을 통해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단 어디서 시작하든 완전 5도씩 올리거나 내리면 12반음을 모두 돌아서 결국 원음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12개의 조가 완전5도 관계로 순환되는 모습을 볼 때, 모든 장, 단조는 결국 완전5도 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5도권을 통해 근친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조를 기준으로 양 옆에 위치한 조는 기준 조의 가장 가까운 조가 되며 조표는 서로 하나씩 차이가 난다. 즉 한 음 빼고 모두 같은 음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서로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조의 관계도 멀어지고 공유하는 음도 적어진다. C Major를 기준으로 90도, 3시 방향은 A Major, 9시 방향은 Eb Major로 각각 단3도, 장3도 차이가 난다. 장/단조 간 같은 으뜸음조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반면 C Major의 180도 가장 반대편 조는, 곧 C Major와 가장 거리가 먼 조로 F# Major이며 음정상 증4도 관계이다. 증4도는 악마의 음정이라고 별명이 붙을 만큼 조성 음악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금지된 음정으로 여겨졌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만약 거리가 먼 조로 전조를 하게 된다면, 근친조의 경우 한, 두 음 정도만 바꾸면 되는데 비해 달라지는 음이 많으므로 그만큼 건너가야 할 절차가 까다롭고 많아질 것이다. 조성이 막 정립되던 고전시대의 음악에서는 근친조에서 벗어나는 전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원조에서 가까운 조로만 조를 살짝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변화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데 반해, 낭만시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더 먼 조성으로 전조되는 것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는 근친조 외에 단3도, 장3도로의 전조가 여럿 시도되었으며, 19세기 말에는 심지어 완전 반대편이었던 증4도 관계의 조로 바로 전조해버리는 파격적인 진행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반음계적 화성이 극적으로 발전하고 조성이 모호해짐에 따라 점차적으로 전조의 의미는 많이 사라지게 된다.



조성 음악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바로 Dominant(5도)의 역사가 아닐까. 그래서 Dominant(지배적인)가 되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러한 조성 음악이 본질적으로 추구했던 것은 바로 ‘조화 (Harmony)’였다는 것이다. (특히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도 서양 음악이 추구한 조화는 특히 음고(Pitch)에 많이 집중되어있다.) 완전5도, Dominant를 그토록 강조했던 것도, 그들은 가장 조화로운 것을 자연에서 찾았고, 특히 자연에서 발견되는 배음의 원리와 질서를 토대로 음을 정의하고, 음 간의 관계를 구성하고, 그 질서를 적용하여 세운 조성 체계가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자 가장 조화로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의 관계의 조화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았던 서양 음악의 역사는 곧 조성 음악의 시대를 화려하게 꽃 피웠다. 20세기 초, 기존 음악에 대한 가치를 거부하며 무조음악, 현대음악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조성 음악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어쩌면 자연의 질서에서 찾은 그 조화로움이 우리들의 귀에도 아직까지 아름답다고 무의식 속에 공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대음악의 역사는 아직 짧다. 몇십 년 뒤, 몇백 년 뒤에 음악이 추구하는 가치가, 또 받아들이는 우리의 사상과 귀가 어떻게 변할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다시 처음으로, 음악의 정의로 돌아가 보자. 소리(음)를 재료로 하여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즉, 음을 의미 있게 선택하고 잘 배치하는 것. 어떤 음을 선택하는가는 음악적으로 중요한 사고와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며, 그 답을 조성에서 찾았던 긴 서양 음악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이 음악 이론이 필자의 바람대로 음악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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