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에 이의 있습니다_8편
부모라면 자기 자녀가 행복한 어른이 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대를 갖는 것과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자신의 원가족에서 심어온 부정적 정체성을 내다 버릴 각오를 하는 것이다.
잠재의식에 가까운 부정적 정체성을 갈아치운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우리는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초인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모이기에 어쩌면 가능한지도 모른다. 나에게 상처를 준 과거의 내 부모도 문화적 흐름 안에서 어쩔 수 없었음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부정적 정체성을 내다 버리기는 조금 쉬워진다.
다 큰 어른의 정서 온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말에 누군가는 반기를 들지 모르겠다. '다 커서 사춘기도 아니고' ' 먹고살기 바쁜데' '배운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일을 어떻게 ' '긍정적인 사람은 따로 있는 거고 나는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거다' 많은 이유로 현실에 가로막혀 배척하고 외면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부정적 정체성 안에서 외면당하고 상처 받고 있을지 모를 당신의 자녀를 생각해보고 꼭 한 번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내 부모가 불평등 사회에서도 가정의 안녕을 위해 억척스럽게 생계를 이끌어 나갔듯 우리는 단절되고 외로운 세상에서 가정의 안녕을 위해 억척스럽게 닭살스러운 존중과 기다림과 배려를 연습하고 이뤄낼 수 있길 바란다. 상처를 이겨내길 바란다. 자신이 어른임을 인정하길 바란다. 나와 내 아이의 안녕 그리고 삭막하게 분리되고 흩어져가는 미래를 위해서. 인류의 한 자리를 차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함께 세우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계속해서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알지 못해 가정 안에서 부정적 정체성을 확산하고 서열 상위에서 아이에게 굴림하고 아이의 외로움과 혼란을 방임하는 실수가 계속된다면 더욱더 단절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미래가 될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은 그들의 생명을 위협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가족보다 더 큰 사회 역시 존중과 협력과 온전한 자유를 경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내 아이의 안녕은 물론 나와 우리의 미래의 안녕도 계속 멀어져 간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삶을 행복하게 누리게 하는 치료 약이나 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부모 스스로 긍정하고 가능성을 누리는 모습을 선보여 주는 길'만이 방법이다. 자존감을 가지고 삶을 누리는 부모의 솔선이 있어야 아이가 자존감을 갖고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의 어른들이 두루 괴로워하는 프레임. '이미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으면서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없이 내가 누군지, 뭘 하고 싶은지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굴레'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잠재의식에 붙여 준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는 아이가 살아가며 넘어지면 다시, 또 넘어지면 또다시 일어서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이다.
성실과 근면을 압도할 수 있는 비난과 지시의 파괴력을 기억하자.
과거의 부모와 나를 안타까운 과거로 인정하고 떠나보내 주자.
내 부모에게 보고 자란 성실의 자세로 억척스럽게 배려를 연습하는 부모로 살아가 보자.
부정적 정체성, 피해의식이라는 최악의 유산을 피하고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을 상상해 본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
긍정적 시각에서 오는 마음의 여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
물론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커다란 저택, 서울의 빌딩, 세금만 억대로 내야 하는 많은 유산도 많은 이가 꿈꾸는 유산이겠지만 그 유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할 수 있다는 따뜻한 격려와 긍정적 자기 정체성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면 커다란 상속 금액에 비해 감사와 행복의 크기는 매우 작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산의 크기에 합당한 마음의 그릇을 함께 물려주지 못했다면 아무리 큰 재산이어도 불화만 남기고 하수구에 물 빠져나가듯 빠져나갈 수 있다. 그래서 큰 재물 하나만 가지고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로 인해 안정성과 자립심을 갖춘다면 설령 내가 아무런 재산을 주지 못해도 아이 스스로 그보다 큰 재산을 일구고 감사와 보람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살다가 세게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서 다시 잘 살 수 있는 힘을 품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유산은 절대반지와 같은 최고의 유산이다.
내 아이가 자기 부모인 나에게서 유쾌함과 안정을 경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희망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상상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가볍고 알차게 오늘 하루를 살고 있다. 감사와 만족이 버무려진 나의 행복한 하루하루가 쌓여 아이들에게 배려심과 여유와 자신감을 물려줄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다.
작은 개인의 변화가 모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기에 나의 안정과 행복이 미래 사회를 한 걸음 더 안녕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나와 우리 아이는 물론 힘든 하루를 보내는 많은 자녀와 부모들도 재 정립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안정적인 부모의 태도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이 되도록 기여하고 싶다.
아이가 아닌 나의 자존감을 딛고 일어서 큰 꿈을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