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 월요일 아침부터 회의의 연속, 하나의 회의가 끝나면 이 회의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회의의 소집.
내 편집일을 해야 하는데, 내내 연속된 회의에 이제 4시. 멍하고 멍하다.
가끔 드는 생각은,,
"모를 수는 있는데, 왜 매번 모르는 것에 당당할까?"
이것은 함께 일하는 공간 안에서 너무 태만 아닌가.
자신의 직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몰입이 없다는 뜻 같다.
# 한 병에 커피값 정도 하는 종합비타민을 일주일치 샀다. 동료의 추천도 있었고 꼼꼼히 읽어본 후기들도 다 칭찬이었다. 첫날 택배 오자마자 회사에서 액체형 비타민을 마시고 (끈적끈적함) 위에 붙은 약 두 알을 먹었다. 플라시보 효과처럼 기분이 금방 좋았는데, 퇴근 무렵부터 너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처음 겪는 증상이라 당황할 정도.
다음날 나의 생체실험(?)은 계속되어 이번에는 액체형만 마시고 알약은 그다음 날 먹는 걸로 했다. 액체만 마신 날 마감으로 야근이었는데, 다음 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나눠서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오늘 또 액체만 마시고 있는 책상 앞. 이번 주 그래도 몸 상태는 괜찮다고 여겼는데, 입 안은 헐어있고. 내 참...
알다가도 모를 이 몸이여.
(커피는 아깝지 않은데,, 왜 이 약은 쪼금 아까울까)
# 1년부터 극심한 두통에 야금야금 타이레놀을 하루 반알 씩 먹어왔는데, 아무래도 아무리 디스크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계속 지속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대학병원 신경과에 예약을 하고 연차를 낸 지난 수요일 진료를 보고 왔다.
사실, 3차 병원인데 의뢰서 등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서 간호사부터 당황하였고 미쳐 생각을 못한 나도 당황. 하지만 상황을 설명드리고 일단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두통이 시작된 시점, 두통의 강도와 빈도 등을 물으시고 좀 더 명확하게 알고 싶다면 CT나 MRI를 찍어봐야 하는데 보험처리가 안 되는 MRI는 부담이 되지 않겠냐며 먼저 의견을 주신 선생님. 너무 다정다감하신 거 아닙니까... 결국 12월 초에 CT를 찍기로 했다. "스트레스"라는 명목으로 몸이 주는 신호를 간과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 오전 일찍 진료를 보고 병원에서 나오니 오전 10시 반 정도.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택시를 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당일 온라인 예약으로 관람이 가능.
20대 때 6년간을 살았던 삼청동은 왠지 갈 때마다 조금 아련해진다. 익숙한 곳곳의 모습에 안도를 하다가도,
매해 바뀌는 가게들의 모습에 그때 술 마시고 앉아있던 그 골목의 느낌이, 다소 흑역사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날 것의 연애사를 담은 그 거리의 정취가 없어지는 것 같아 내 과거의 사진들을 앨범 채 잃어버린 느낌이 들곤 한다.
그래도 이곳에 현대미술관이 생긴 것은 너무나 좋은 일!!
사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탁 트이고, 넓은 곳곳의 빈 공간들 때문이다.
작품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지만 저 공간을 바라보는 그 시간들 자체가 무척이나 힐링이다.
올해 젊은 아티스트로 지목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정말 '예술'이란 끝도 없는 재창조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 아래 이제 새로운 것은 없다고 느껴지면서도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수만큼 또 창조되는 생각과 감상들과 같다고 할까.
특히 현대차 시리즈 2021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마을에 대한 작가적 해석과 상상
시야가 조금 넓어진다.
사실 매일의 일상, 반복되는 문제들에 지치면 반복되는 행복마저도 귀찮아지는 것이 사람이니까.
시야를 넓히는 것이 내게는 점점 필요한 일이 된다.
# 미술관에서 또 제일 좋아하는 아트샵에서 50% 할인하는 컵을 사고 집으로 2시쯤 돌아왔다.
늦은 점심과 무알콜 맥주.
(근데, 컵라면으로 먹는 너구리 순한 맛은 좀 그냥 그러네요.)
# 이번 주도 이렇게 흘러가고, 주말에 또 일거리를 가져가야 할 것 같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매번 느끼지만 내 입으로 '너무 바쁩니다. 이건 이때 못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못할 바에는
내 스스로 조절하며 할 수밖에. (그래도 변명하지 않고 팩트 그대로 현 상황을 서술하는 능력치는 좀
높아진 것 같다. 이곳에 입사 8년차만에...)
오늘 저녁 도수치료는 제발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세계관에서 오늘 제일 중요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