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 교사로서… 의 부닥침
8살 먹은 딸에게 얼마 전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를 소개했다. 해리포터. 스무 살이 갓 넘어을 땐가.. 충격적으로 재밌게 보고는 그 뒤로도 명절이나 연말이 다가오면 이상하게 꼭 한 번은 봐야 감성충전이 되나마나 이러면서 보곤 했는데…
모전여전.
내 8살 난 딸도 해리포터에 빠져버렸다.
소품샵 가는 건 아가씨 때부터 해서 돈 아껴 써야 하는 아줌마가 된 지금까지 좋아하는 일 중 하나.
해리포터빠가 된 큰 딸이랑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중 하나인지. 오랜만에 쉬는 날, 딸의 손을 잡고 캐릭터 소품샵 구경을 나섰다. 수많은 캐릭터 구경에 모녀가 눈이 돌아가기 직전쯤에..
“꺅..!”하는 딸아이의 기쁨의 외침.
한쪽 구석에 해리포터 캐릭터 소품이 가득하다.
흥미롭긴 하지만
실용성 없고 가성비도 꽝인 물건들.
구경만으로도 난 충분한데,
우리 딸은 흥분의 도가니.
꼭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담으라고 쥐어준 바구니에
크기도 한참 안 맞는 론의 마법지팡이 소품을 꾸역꾸역 담아가지고 나온다.
장난치지 말라고 깔깔 웃었다.
딸도 따라 웃길래 바구니에서 마법지팡이를 빼어 제자리에 두었다.
이제 그만 가자고 돌아 나오는데, 또 마법지팡이를 바구니에 담아가지고 따라 나온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나는 장난치지 말라며 웃는데, 이번엔 딸아이가 웃질 않는다. 몇 번의 내려놓고 다시 바구니에 담는 전쟁 끝에
딸의 눈두덩이가 붉어진다.
속으로 살짝 당황스럽다.
그까짓 거 그리 비싸지도 않은데 사주면 그만인데,
꼴에 늘 교사라는 사명감에.
그래도 더 나은 엄마여야 한단 이상한 부담감에.
단지 필요하지 않아서, 가성비가 좋지 않아서의 이유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생각보다 굳건한 신념의 바윗돌에 해리포터 마법사의 지팡이가 부러진다.
즐겁자고 들어간 소품샵 구경이
입이 한참 튀어나온 붉은 눈두덩이 얼굴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