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며칠간 저를 사로잡았던 게으름을 이겨내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창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요.^-^ 그럼 창원을 여행한 다섯째 날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창원에 가겠다는 말을 했을 때, 아이 아빠가 새싹이에게 처음 건넨 이야기는 요즘 읽고 있는 역사책(현재 통일신라시대까지 읽었대요)에서 본 나라 중, 창원이란 지역은 어느 나라에 속했는지 찾아보고 그 시대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에 다녀오면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어요. 새싹이도 너무 좋겠다고 해서 저와 함께 창원의 문화유적지를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선사시대부터 전해 내려 온 유적지를 비롯해 여러 곳이 있었지만, '경주'나 '부여'처럼 옛 국가의 흔적이 느껴질 만한 뚜렷한 사적지는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선조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고 찾아갔죠. 그래서 가게 된 곳이 바로 '창원의집'입니다.
창원의집 입구
'창원의집'은 옛 양반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순흥 안씨 집안에서 200년 간 소유했던 고택을 창원시에서 구입해서 향토문화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곳이래요. '창원의집'을 찾아가면 입구에서부터 오래된 가옥의 위용을 느낄 수가 있답니다. 부지도 상당히 넓고 관리도 아주 잘 되어 있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수석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방문객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아이 돌 사진을 찍으러 온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어요.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방문이 더 쉽고, 한 바퀴 돌며 옛 문화를 느끼기에 적절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창원의집 내부에 있는 대나무숲길
사랑채와 안채를 따라 한 바퀴 돌면 각 채에 꾸며진 다양한 민속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연자방아, 디딜방아, 어처구니(어이)가 없는 맷돌 등 지금껏 아이가 흔하게 보지 못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제게도 낯선 물건들이 많았죠. 한 바퀴 돌다 보니, 한 시간만 기다리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문화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아이와 함께 여유롭게 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창원의집_문화해설사 선생님을 기다리며 땅따먹기 한 판!
창원의집 맞은편에 있는 '사림동 커피'_땅따먹기로 한 시간을 때우긴 힘들어서 저흰 이곳에서 블루베리 스무디와 카페라떼를 마셨습니다
창원의집 맞은편에 있는 '사림동 커피'는 크지 않고, 너무 현대적이지 않아 동네와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달달한 스무디와 라떼를 마시고, 휴대폰도 충전하며 한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문화해설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창원의집 문화해설사 선생님과 설명을 듣는 새싹이
저희가 만난 선생님은 연세가 좀 있으신 남자분이셨어요. 창원의집 입구에 높은 기와 문은 말을 타고 드나들던 옛 양반들을 위해 그렇게 높게 지어진 것이라며, 그런 문을 '솟을대문'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셨죠. '연자방아'와 '디딜방아'의 차이점, '안채'와 '사랑채'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해주시며 창원의집을 한 바퀴 쭉 돌았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건, 설명이 너무 쉬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설명 말고, '창원의집'에서만 볼 수 있다거나, 들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일곱 살 아이와 함께 갔기 때문인지 내용이 깊이 있고, 자세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던 것 같아요. 가옥 안에서 종종 전통혼례가 치러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행사가 있는 날에 가면 볼거리가 더 많아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원의집 뒤편에 있는 창원마루
한 시간을 기다려서 들은 설명인데, 썩 만족스럽진 않아서 조금 아쉬운 마음을 안고 나왔습니다. 나와보니 뒤편에 '창원마루'라는 곳이 있네요. 그래서 사진을 한 컷 찍고, 그 옆에 있는 '창원역사민속관'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창원'이라는 지역이 담고 있는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곳이겠구나 싶어서요.
창원의집 뒤편에 있는 창원역사민속관
이곳에는 창원에서 발굴된 여러 유적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시설이 아주 깔끔하게 잘 되어 있고, 아이들이 문제를 풀어보며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게 활동지도 갖춰져 있어서 아이가 반가워했습니다. 카드를 찍으면 실물이 등장하는 전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흥미로워 보이기도 했어요. 안내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직접 어떻게 하는 건지 시범도 보여주셨어요.
창원역사민속관에서 선생님 설명을 듣고 있어요
창원역사민속관에서 디딜방아 체험 중
2층으로 올라가면 '창원의집'에서 본 것들과 관련된 다양한 민속 도구 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직접 디딜방아를 찧으며 가상의 곡식을 빻는 체험도 할 수 있었어요. 맷돌을 돌리는 것도 있고, 안쪽에 탈춤 문화재와 관련된 영상도 볼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창원역사민속관에서 소개하는 창원의 관광명소 30선
이곳을 보고 나서 또 어디를 가볼까 고민을 많이 하던 참이었는데, 한쪽에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어서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주남저수지'는 철새 떼의 군무와 갈대(혹은 억새)가 멋지고, 람사르 기념관에 가면 계절마다 만날 수 있는 철새들의 종류를 소개하고 있어서 가을에 가기에 제격인 곳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작년에 이미 다녀온 터라, 이번에는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창원에 오면 많이들 방문하시는 곳 중에 '저도연육교', '콰이강의 다리'라는 곳이 있는데요, 경치가 굉장히 좋습니다. 크리스탈 다리 위에서 느끼는 개방감과 끝 모르고 뻗은 바다와 섬의 조화가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었어요. 그곳 역시, 작년과 재작년에 두 번이나 방문한 터라, 이번에는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느린 우편함에 엽서를 넣어서 한 달인가, 1년 만에 받기도 했거든요.^^ 아무래도... 30곳이나 되는 명소 중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은 '과학체험관'이 아닐까 싶어서 다음 목적지는 '창원과학체험관'으로 정했습니다.
창원역사민속관에 저희의 흔적을 남겼어요ㅎ
창원역사민속관에서 나와서 이내 아이와 함께 '창원과학체험관'으로 향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정말 좋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그런데 도착한 후에, 입구에 계신 안내원분이 지금 현재는 3층이 공사 중이라 2층 전시실만 관람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알고 보니, 중요하고 재미있는 체험시설은 다 3층에 있더라고요.ㅠ 너무너무 아쉬운 마음이었죠. 외관이 상당히 큰 편이고, 우주와 관련된 체험도 많이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슬펐어요. 하늘도 슬픈 마음을 아는지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씨에...^^;;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전시실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 열심히 돌아다녔답니다.
창원과학체험관에서 만난 로봇물고기
창원과학체험관에서 도체 실험을 하고 있어요
창원과학체험관에서 로봇 축구에 도전 중인 새싹이_생각보다 조종이 어려워요
창원과학체험관에서 풍력에너지 실험 중
2층 전시실을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체험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와 손을 잡고 나와 저녁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가로수길 쪽에 맛집이 많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서 먹을만한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저는 폭풍 검색을 시작했죠. 금옥돈까스가 육즙이 풍부하고 맛있다는 글을 봐서 그곳으로 찾아갔는데...브레이크 타임이 30분 남았대요...ㅠㅠ 그래서 그럼 또 어떤 것들이 있나 한 바퀴 돌아보자고 하고 수다를 떨며 신나게 걸었는데, 다른 돈까스집을 발견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이긴 하지만, 창원 가로수길 '하루엔소쿠'에 갔어요.
돈까스 세트와 가라아게를 시켰는데 오오! 맛있어~ 맛있어~!
아이가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두 군데 구경하고 갖가지 체험하느라 허기졌나 봐요. 너무나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기만 했던 엄마의 마음.ㅋ
창원 가로수길 하루엔소쿠에서 저녁 식사 중
하루엔소쿠가 협찬한 드라마의 무한 돌림 영상을 보며^^; 새싹이와 맛있는 저녁을 마친 저는,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기 위해 주변에 있는 베이커리에 들렀습니다. 가로수길에는 간판이 크지 않은 분위기 좋은 빵집과 카페가 많이 있었는데요, 그중에 한 곳인 베이커리 '밀'에 들어갔습니다.
창원 가로수길 베이커리 밀
창원 가로수길 베이커리 '밀'의 간판
초코가 붙은 바삭한 빵과 밤빵을 샀는데, 소금빵을 서비스로 주셨어요. 덕분에 다음 날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하고 또 새로운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답니다. ^-^
날이 영 꾸물꾸물하고 바람이 찼던 다섯째 날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에요. 이제 3일 치의 이야기만이 남았네요! 더 분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