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딸에게 닿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 학창 시절에도 그랬지만, 선생님들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은 학생들에겐 늘 이상하고 우습게만 느껴졌더랬죠.
복도에서 마주친 여학생이 오랜만에 파마를 한 제게 말하더군요.
"쌤! 머리가 왜 그래요? 자두엄마 같아요. 하하하!"
내가 너희에게 무슨 칭찬을 바라겠니...라는 생각을 하며 '너는 오늘 단원평가 망해라'라는 저주를 퍼붓고 통쾌한 마음으로 돌아서서 교실로 들어왔죠.
한창 열 올리며 수업을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카톡이 왔더군요.
덕분에 저녁은 안 차려도 되겠다는,
혹은 뻔한 배달음식을 안 먹어도 되겠다는
기분 좋은 생각으로 퇴근을 했어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갓 지은 밥 냄새, 고기 굽는 냄새- 적당히 데워진, 김을 가득 머금은 집안의 공기가 제 얼굴에 확 끼쳤어요. 분주한 소리도, 어서 오라는 인사도 더없이 반갑더군요.
"어쩐 일이야~ 오곡밥 못 해 먹었을까 봐 걱정돼서 왔어?"
"응~ 요 앞으로 목욕 온 김에..."
말이 잠시 끊기고 눈이 마주쳤을 때 엄마가 마저 말을 이었어요.
"머리가 더 자라서 파마했구나? 예뻐졌네. 짧은 것보다 훨씬 예쁘다."
.
.
.
가끔,
엄마가 저를 작가로 만들어요.
오랜만에 듣는 예쁘단 말이 마음에 박혀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게 만드네요.
마흔이 넘었어도, 일흔을 앞둔 엄마에게 저는 세련되고 예쁜 딸인가 봐요. 머리도 요렇게, 옷도 요래 저래 입혀보고 싶은 귀한 딸인가 봐요.
오곡밥으로 채운 배도 든든한데,
엄마의 한 마디가 포만감을 보태줘서
더 푸근하고 따뜻한 밤이 됐어요.
.
.
.
안녕히들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