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습관#36

결혼기념일

by Lovely Kay

결혼 9주년

고작 애 둘 낳았을 뿐인데

기념일 챙기는 것이 왜 이리 번거로운지

그 좋아하는 여행도 계획해 가본 지가 오래


남편도 무심한 성격이라 작년에는

어떻게 보냈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올 해는 24일이 결기라며 당일날 나를 째려본다

어떻게 그걸 잊냐는 비난의 눈빛으로


그래 이번주가 결기인 것 까먹고 지난주 주말

여행대신 김장을 해버렸지

근데 우리 결기는 28일 이라네


자기 용돈 모은 것으로 갖고 싶은 것 사주겠다 하여

거절 않고 가방과 부츠를 요청하고 나니

나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해 미안해

급히 호텔뷔페 예약해 부랴부랴 분위기를 내본다

첫째는 엄마 아빠 기념일이건 말건 맛있다며 신났고

한 술 더 떠 호텔에서 자고 가잔다


애들이 비싼 건 알아서 둘째도 웬일로 아기의자에 앉아

식판에 놓아준 갈비탕과 고기와 김치를 싹쓸이하고

후식으로 버터 옥수수와 에그타르트, 초콜릿으로 야무지게 마무리한다


그래도 오늘은 내 기념일이니 잠시 아이들 두뇌발달 문제를 내려놓고

각자 휴대폰 하나씩을 쥐어준다.

얼마만의 평화인가


애초에 술 한잔 하겠다는 생각으로 택시 타고 나와

시원한 와인을 호로록 마신다

좋다 돈이 좋다

요 며칠 늦게 자고 각자의 일로 지쳐 있지만

가장 평화롭고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아이들 챙기느라 부부대화 거의 못했지만

9년 중 반은 남의 편이 틀림없음을 확신하며 지내왔지만

그래도 고생했네

고맙네 수고했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와인잔 건배 소리에 쑥스러워 전하지 못한 말을 실어 보낸다


내년엔 꼭 10주년 여행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