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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안 믿어지겠지만
나 그 작품 독수리 타법으로 썼어요.
고치고 또 고치고,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고,
쓰다 보니 자판을 외우겠더라구요.
하두 지워서 가운데 손톱은 너덜너덜해지고,
그때 알았어요.
아, 작가는 손톱을 기르면 안 되는구나.
삼일동안 화장실을 못 가도 배는 고프구나.
이틀에 네 시간만 자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
친구들에게서 잊혀지는구나.
단편 한 편을 끝내면 두 계절이 가는구나.
나는 여자가 아니구나, 작가구나.
그랬어요. 그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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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하나로 드라마 전체를 평가할 순 없잖아요.
60명이 넘는 스텝들이, 배우들이, 감독님이
제 대본 한 줄 한 줄을 읽고, 또 읽고,
셀 수도 없이 찍고 또 다시 찍고
누군간 다치고, 누군간 부모님 제사에도 못 가고
누군간 출산하는 아내 곁도 못 지키며
그렇게 만드시는 거에요.
근데 내가 울면 그들의 그 힘든 수고가 헛수고가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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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4시간 대중에게 노출된 삶을 삽니다.
그래서 대중은 절 스타라 부르죠.
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저보다 절 지켜보신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제 추락이 재밌으셨나요?
절 끌어내리면서 즐거우셨나요?
덕분에 전 제 위치를 알았고
제 옆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았습니다.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큰다고 하죠.
요 며칠 여러분이 주신 사랑 그대로 가져가셨으니
전 오늘부터 신인입니다.
신인의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끝으로 절 믿어주신 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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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은 자기의 몸매를 보여주려 하지만
스타는 자신의 영혼을 보여준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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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작가님한테 난 감독으로든, 남자로든
미덥지 못한 사람인가봐요
부탁인데
앞으로 내 자존심은 내가 지키게 해줄래요?
자존심과 자격지심을 혼동하는 거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어떤 여자의 지나간 인연까지 궁금한 남자한텐
자격지심도 자존심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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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준씨한테 제일 중요한 건 오승아고
오승아한테 젤 중요한 건 장기준 믿음이야.
장기준한테 오승아...여자잖아.
여잔, 세상에서 내 편 딱 한 사람이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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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믿었잖아.
세상 사람 다 안 믿어도 당신은 나 믿겠지 했는데 나 안 믿었잖아.
99% 믿고, 1%못 믿어 확인했어도 그럼 안 됐던 거지.
난 사람들이 다 나보고 미쳤다고 했어도
장기준 믿고 장엔터로 갔다고
난 당신 믿었다고
'같이 가요. 칸 갈 때, 갈 수 있게 해줄게요. 그러니까 나 믿어요'
난 믿었다고
그 따위 말도 안 돼는 얘기도 난 믿었다고
장기준이 하는 말, 판단, 마음, 장기준이 하는 거짓말까지 다 믿었다고
근데 장기준은 나 안 믿었잖아.
비디오가 있건 말건 눈앞에서 그 비디오를 틀었대도
오승아는 아니라고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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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넌 아니여야 하는데?
넌 왜 예외인데?
매니저로서 확인했어야 했고 한 거야.
그 말 꺼내기전까지 백만번도 더 씹고 천만번도 더 삼켰어.
그래서 결론은 그거야.
널 못 믿어서? 아니야.
니가 아니라고 그런 거 없다고 펄펄 뛰었어도 난 그 말도 안 믿었어.
알아? 그게 내 일이야
너에게 터진 문제, 속속들이 알아서 뒷말없이 해결하는거
근데 그거 하지 말라고?
안하면 나 뭐할까? 그냥 오승아 남자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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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작게 빌려 크게 갚는 거 하지 말고
3만원 꿨으면 3만원으로 갚아.
우동 끓이는 법도 배워.
남에 손 안 빌리면 못해서 쩔쩔매는 것도 다 배워.
참았다 한꺼번에 우는 것도 고치고, 건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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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그냥 그리워해요.
그리움도 끝이 있고 바닥이 있지 않겠어요?
폭풍 같은 그리움이 잠잠해져야
진짜 그 사람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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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은 지난 시간 속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한 때는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었는데
너무 늦은 내 마음 때문에 누군가는 아파하고 있을 오늘이었는데
그래도 은영아, 사랑을 하렴
누군간 떠나고, 누군간 남겨지지만
사랑은 또 계절처럼 나도 모르는 새 그렇게 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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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대로네
오승아가 아주 그대로 그래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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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할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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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끓이는 법 안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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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배웠어요. 난 이렇게 먹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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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배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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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일 줄 알면 안 돌아올까봐
어떻게 나한테 말 한 마디도 없이
그렇게 감쪽같이 날 내팽겨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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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었다.
나 4일 있다가 다시 들어가. 나랑 같이 안 할래?
폴헤이스 감독이 아시아 배우를 찾고 있어.
비공개 오디션 티켓이야.
아시아 배우로는 오승아가 유일하고
주인공은 아니야.
오디션에 떨어질 수도 있어.
칸에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어.
가면 처음부터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해.
이 티켓도 펄스트 아니고 이코노미야.
그리고 아주 가난한 남자랑 평생 살게 될지도 몰라.
니가 원하는 그 반지도 못 사주는 나랑 같이 안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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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표님 맞아요?
장대표가 보낸 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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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 엉망이지? 배워서 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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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켜봤어요? 다 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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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모습, 미운 모습, 힘들어하는 모습
자고 나면 더 높이, 자고나면 더 멀리, 그렇게 가더라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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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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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오지 그랬니. 하루라도 더 일찍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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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텝, 내 작가, 내 배우, 내 여자...
난 내 사람들한테만 잘 하는 스타일에요.
그래서 여자들이 좋아하죠.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