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라 Aug 15. 2022

+



학교에서 매일 일기를 쓰게 했었다. 

나는 하루 하루 일어나는 일들을 일기에 적고는 했다. 

선생님, 친구들 성향, 친구들이 하는 말,

우리 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전교 학생들을 나는, 매일 관찰하며 자랐다.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나는 가까이에서 보았다.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한 아버지의 3개월 부재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일기를 썼었는데,

선생님은 나를 보며, 문학소녀라고 말씀해주셨고,

그 말씀 한 마디가, 나를 작가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다. 

어릴 때,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글은

아버지께서 군인이었던 시절, 어머니께서 대학병원 소아과 산부인과 간호사였던 시절,

아버지가 7년 동안 어머니에게 쓴 러브레터와

안네의 일기였다. 

아버지는 글을 정말 잘 써서, 동료들의 러브레터를 대신 써주곤 하셨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글을 읽었지만, 아빠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생각한다. 

나는 아버지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알았고, 괴테를 알게 되었고,

내가 몰랐던 서양 작가들과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당시 내가 아프고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며,

일상, 가족, 친구, 사랑...내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고,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하루 하루를 예쁘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내 친구들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고, 

그러다 보니, 내게는 나를 보석이라 불러주는

때로는 태양같은, 나무같은 귀한 친구들도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처음으로 존중하고 아껴준 첫사랑을 만나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나는 첫사랑을 위해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상처나 과거의 상처를 치유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의 문을 열고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게 오는 사람들을 참 소중히 대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참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살았다. 


나에게, 가족, 친구, 동료는 굉장히 중요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교류를 하며,

점점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갔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나는 내 삶에 아이를 가장 중점적으로 두었다. 

아이와 매일 함께 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술모임은 다 끊었고,

낮에 커피를 마시며, 아이를 데리고 함께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때 당시에는, 일이 많아서

나는 방송 원고를 쓰고,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다녀오면,

녹초가 되어 뻗고는 했다. 

원고를 다 못 썼을 때는, 아이와 놀아주고 난 후,

다시 새벽까지 원고를 끝내놓고, 3시간 정도 잠을 자곤 했다. 


방송원고를 쓰고, 드라마를 틈틈히 공부하며,

친구들,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영어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고,

나는 내가 소중히 대해오던 관계들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참 외로움을 느꼈다. 

누군가를 업고, 위로해주기만 했지. 

누군가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내 힘든 걸 말하지 않았다.

그저, 혼자 속으로 삼키고, 묵묵히 참고 견뎠다.

그게 나를 참 외롭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더 솔직해도 되었다. 

더 솔직했었을 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인 거고,

내 옆에 있지 않은 사람은, 애초에 빨리 떠나보냈어야 되는 존재인 것이다.

내가 좀 더 솔직했더라면,

나는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고, 

혼자서 다른 사람의 짐만 짊어지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부재. 

생각해보면,

서로의 영혼까지 교류할 수 있을 만큼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정서적 연결의 끊김 상태. 

그런 상태였으니, 편안했을리가 없다. 


첫사랑만큼, 내 진짜 모습을, 내가 아프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알아주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강해지고 싶어서 

내 약하고 여린 모습을 숨겨왔는지 모른다. 


나는, 선생님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혼자서도 일하고 육아하고, 잘해내며

힘든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힘들까봐, 묵묵히 그 일을 대신 맡아해주고,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싸울 줄 모르고...

사실, 나는 많이 힘들고 외로웠는데,

그래서 상대방이 쉬고, 놀 수 있도록

내가 대신해서 묵묵히 도맡아 하는 일들을

나는 상대가 알고, 도와주고, 일을 나눠주길 바랬다. 


오랫동안 상대를 위하며, 나 혼자 도맡아 하던 일들이 

나를 외롭게 했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다른 사람을 섬기며, 제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어느 날 나는 서서히 지쳐갔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쉴 줄 몰라서, 

나는 계속 일을 하거나, 배우거나, 

어딘가를 가거나,

일도 육아, 인간관계도 참 열심히 했다. 


몸이 많이 아팠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에게 계속 바라기만 했다. 

너는 더 할 수 있다고, 몰아세우는 느낌이었다. 

너무 힘든데...나도 쉬고 싶은데. 

경주마가 물도 못 마시고, 쉬지도 못하고

아프고 다친 몸을 이끌고 계속 달리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정말 쉬고 싶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 어깨에 짊어진 짐을 

다 내려놓았다. 

나에게 오는 많은 사람들을 받아주고, 도와주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거절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으며,

아이와, 내 마음, 내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니, 나는 혼자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친구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일이든,

계속해서 사람들의 연락을 받았고,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주고,

돕는 일을 더 우선시하며 살았다. 


동네 친구들, 친척, 학교 친구들, 일, 봉사활동, 공부 등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일하는 것도 좋아해서, 

가만히 있는 걸 못해서, 

끊임없이 뭔갈 하고,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봉사를 하며, 그렇게 부지런히 살았다. 


그런데... 나는 생각한다. 

그런 게 다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나?


사람들은, 내가 힘들다 하면,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쉬고 싶다 하면,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당연히 그런 것들을 하면서도, 

힘들어하지 않는 줄 알았다.

나를 아주 오랫동안 보거나, 방송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내 성격이 세다고 생각하거나, 더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 능력을 과대평가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앓는 소릴 해도, 어르신들조차 나에게 더 앓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는 게 힘들 때면, 

나는 내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도 되는 편안한 동네 친구들에게

속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방송에서 만난 분들은 나에게 인간적인 최고의 존중과 아낌, 애정을

쏟아주셨다. 

나는, 어쩌면 집보다, 방송을 하며 만난 작가나 피디, 선배님, 선생님들의

애정과 지도를 받으며, 쑥쑥 자라났다. 

또한, 출연자분들의 존중을 받으며, 자존감도 높아졌었다. 

어쩌면, 사람은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자리, 책임감이 

진짜 자신을 알게 하고, 그 사람을 키우고, 성장시키는지 모른다. 

워낙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나는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더한 책임감으로, 더 많은 일,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노는 것 쉬는 것을 절제하며, 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워낙 원리 원칙에 맞지 않은 일, 상식에 맞지 않은 일,

부당한 일, 기타 등등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식을 벗어났거나 옳지 않은 것에는, 불평도 가졌고

따지거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때때로, 내가 가진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

여러 번 말을 해도 안 되는 경우, 절충안을 찾을 수 없는 경우는

일체 만남을 갖지 않거나, 포기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내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 소중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오기 급급하고 

후회를 하기 보다,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나는,

처음으로 내 모든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다시 삶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돌아보면, 삶은 늘 후회다. 

그리고, 내려놓고, 비우는 작업은, 언제나 쉽지 않다. 

특히나, 내가 애정을 갖고 소중히 대하던 그 무엇일수록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똑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 긍정적으로만 생각해왔다. 


너무 긍정적인 것보다, 

때로, 냉정하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람을 똑바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