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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 Aug 16. 2022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저자 인터뷰

현요아 저자

불안과 우울과 고독의 시대, 혼란스러운 감정을 품게 되는 지금 저마다의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 울타리를 만들어 자신을 가둔 사람들은 슬픔과 무기력으로 힘을 잃어만 간다. 점점 더 아래로, 깊은 곳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자살 사별자가 된 작가는 금기시되는 죽음 뒤에 가려진 남겨진 이의 상처와 회복에 대한 담담한 서술을 통해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발견한 삶의 애착과 희망을 전한다. 

개인적 고통이 보편적인 슬픔과 울림으로 번지는 모습을 마주하게 하는 이 책, 현요아 작가의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는 '제9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으로, 외로운 이들의 혼잣말에 귀 기울이고 손 내밀겠다는 작은 선의를 통해, 연결이 가져다주는 치유의 힘을 강조한다.




브런치에서 연재한 글의 제목은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이었는데요. 어떻게 이 글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동생을 잃은 사건을 기점으로 원래 있던 '자기 연민'이라는 감정이 두터워졌어요. 상담을 받고 조언을 구하려 사람들을 찾아다니던 중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들을 만났고, 모두가 자기 연민이라는 늪에서 나와 연대의 힘으로 사회를 밝게 물들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겨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자세한 집필 동기는 책이 끝나는 에필로그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브런치에서 연재한 글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과 책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의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브런치에서 연재한 글은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가까운 시간대에 쓰여서, 주관적이고 내밀한 날 것 그대로의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러나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를 쓰면서는 상처와 아픔에 조금 더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퇴고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동생이 물었던 “언니, 나는 왜 살아야 해?”라는 질문을 받고 심연에 들어가 저의 철학을 담은 답을 완성했어요. 악플을 감안하고도 한 명은 살릴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용기 내어 답을 밝혔습니다. 또한,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는 사회에서 받은 연대와 치유의 힘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낼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집필을 무사히 마친 책입니다. 따라서 브런치북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보다 더욱 단단하고 확신에 찬 글로 묶었습니다.

작가님이 마주한 슬픔을 이겨내기를 다짐하였을 때, 가장 염두에 둔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의 구절을 인용하고 싶어요.

“찾아온 불행에 억지로 서사를 더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않을 것. 나는 태어날 때부터 운이 없는 사람이라 확신하지 않고 마주친 상황 하나에만 잠시 좌절할 것. 고통뿐인 하루를 지나가는 과정 속 중간중간 마주치는 행복을 인지할 것. 어제는 불행을 느꼈지만, 오늘은 행복에 도취하는 모든 모습이 나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 것. 타인이 겪는 아픔의 깊이가 내 것보다 얕으리라는 믿음을 버릴 것.”

불안과 무기력을 만성적으로 겪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셨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불행 울타리에 가두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자면, 쉬워서인 것 같아요. 불행 울타리는 아늑하고 고요하니까요. 나의 아픔과 불안과 무기력은 타인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확신하는 순간, 스스로가 스스로의 완전한 편이 될 수 있어서 더욱 빠져나가기 힘든 것 같아요. '넌 날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듣기 싫은 말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힘이 생기기도 하고요.

저는 범불안장애를 앓고 있는데, 범불안장애를 앓는 사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솟아나요. '당신과 나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안고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면 피하려고 노력해요. 속으로 조용히 사람들을 나누고 함께 울타리 안에 들어가기보다, 모두 우리를 마음 깊이 생각할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 자기 연민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 같아요.



책의 제목처럼 작가님께서 스스로 살리고, 사랑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연 하나를 택하자면 다정한 애정을 베푸는 일입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든,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처음에는 모두 같은 애정을 전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누군가 저를 이유 없이 미워하는 것 같다면 자책하지 않고, 그 사람이 내게 사랑을 건네고 싶지만 아직 미숙해서 내가 먼저 애정을 보여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치유와 연결, 연대의 힘을 믿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삶의 애착’과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최근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는데, 난기류로 기체가 크게 흔들렸어요. 방송에는 ‘기장의 지시에 의해 모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는데, 저는 ‘기장’을 ‘비상’으로 들었어요. 따라 ‘착륙’을 ‘바다에 비상 착륙’하는 것으로 이해했고요.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편하다'가 아니라 '아쉽다'였습니다. '나는 조금 더 살고 싶은데, 이렇게 삶을 끝내기는 아쉬운데' 하는 마음이 들어 그때 비로소 삶에 애착이 많이 생겼음을 실감했어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마지막 꼭지 ‘왜 살아야 해요?’에 적어두었습니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를 읽으실 독자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 능력이 있어요. 보이지 않는다면 만들면 되니까요. 저 또한 자주 가로막히고 선택지가 이것뿐인가 하며 낙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 문구를 입으로 읊으며 새깁니다. 

"우리에게는,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 능력이 있어요."


                    


*현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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