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라작가 Sep 19. 2022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


누구보다 정직하게, 내 힘으로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자리가 들어와도, 

내 인생이 변할 수 있는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하고, 

의리를 지키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왔다.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그래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일을 하다 쓰러져서 

맹장을 떼고, 장염과 위염으로 응급실을 들락거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더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열정적인 작가라고.

그땐, 정말 무모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래야할 이유가 내게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열정과 인내, 끈기였다. 

무모할 정도의 인내와 끈기가, 

그 모든 것들을 견디게 해주었다. 


정말 똑똑했다면, 돈을 더 밝혔다면,

절대 그러고 있지 못했을 거다. 


방송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래서 방송 밑바닥은 더더욱 고되고 힘들다. 


똑똑하거나, 돈을 더 생각하는 사람들은

막내시절을 견디지 못하고, 때려치우고 다른 일로 간다. 


그곳에서 견디고 오래 남는 사람들은,

그저 마음 하나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템을 찾고 취재를 하고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사람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희망.


이 지루한 삶 속에서, 

함께 더불어 잘 살아보려고 버두덩대는 이 현실 속에서 

언제나 뒷통수를 치고, 앞통수를 치는 이 삶 속에서,

살고자 하는 '희망'


죽고 싶은 삶 속에서, 

그래도 살아야 된다고 말해주는 희망.


어떻게든, 퍼올려내는 희망.


밑바닥에서부터 퍼올려 내는 희망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안다. 

한 발자국만 떼면, 다시 예전처럼 금방 갈 수 있다. 

습관처럼 훈련으로 해온 일들이다. 

그 모든 것들이 몸에 자동으로 베어있다. 

조금만 가동해주면, 그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훈련으로 오랜 시간 해왔던 일들이고, 

누가 가르쳐줘서 한 게 아니라,

스스로 해온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고 싶은 마음이 주위에 의해 꺾이고, 또 꺾인다. 


해야될 이유를 찾지 못하면,

해야될 이유가 있더라도, 막히고 막힌다면,

거기서 멈추고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바랬던 꿈,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해주고 싶던 것들,

내 욕심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한 것들.


나의 부족함을 날이 갈수록, 바라보게 된다. 

몸은 예전같지 않다. 

예전에는 펄펄 날고, 두뇌도 빠르게 돌아갔던 것들이

몸도 두뇌도, 전같지 않다. 


마음은, 누구보다 열정적인데도, 

몸과 두뇌가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꿈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억한다. 


지금보다 더 아무 것도 없고, 힘들었을 떄도,

죽기 살기로 버텼던 날들이 있다. 

그때의 내 처참하고, 비참했던 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똑똑하지 않아서, 그저 마음 하나로 

버틴 날들이다. 


나는, 매 순간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잘 해내기 위해서, 성공시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그러나,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는

그 힘이 점점 사그라든다. 

기운을 내려고 해도, 

사그라들고, 또 사그라들 때가 있다. 


나도 내가 뭐가 문제인지 안다. 


좋게 좋게만 말하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하는 것 같겠지만,

절대 아니다. 


쓴 소리도, 싫은 소리도 하는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을 위하는 사람이다. 


다시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정말 살기 싫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사람은 늘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아니겠냐고. 


좀 똑똑하지 않으면 어때. 

똑똑했다면, 그토록 몸도 정신도 고된 영상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부족하면 어때.

부족하니까 노력으로 그 부족을 채울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내 모습이 좀 실망스러우면 어때.

그 모습도 사랑스럽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모습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힘으로 버텨야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왜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지 못할까.


생명, 사람 그 자체로 존귀하고 소중한 건데


당신이라는 한 사람은,

우주보다 더 귀한,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딱 한 사람, 제일 소중한 사람이다. 


안 그래도 힘들고 고달프게 살아온 인생을

왜 채찍질만 할까. 


마흔, 불혹의 나이다. 

10대, 20대, 30대를 지나고 마흔이다. 

마흔에 느끼고 생각하는 건,

30대와 같지 않다. 


부모, 사회, 사람들의 시선, 

남들이 바라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는다. 


남들 보기에만 좋았던 인생.

내 마음은 정말 지치고 힘들기만 했던 인생.

왜 내 인생인데, 나를 빼고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소중한 게 뭐지

정말 중요한 건 뭘까


인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뭔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 전에는 보지 못한, 

그 전에는 이만큼만 보았던 것들,

이제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보이는 만큼,

더 말하지 않는 것들도 생긴다. 








작가의 이전글 고마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