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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Sep 23. 2022

카프카 변신, 인간의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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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했는데 또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이야기니까 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카프카다.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성실한 회사원이자 가장인 그레고르 잠자가 나온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커다란 바퀴벌레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방에서 나오지 않자 가족들은 그를 걱정하기 시작하고

직장에서는 지배인이 와서 그를 꾸짖는다. 

그는 가족들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고당할까 걱정된 그레고르는 방문을 열고 흉측하게 변해버린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기대와 달리 지배인은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도망쳤고, 

가족들마저 그를 두려워하며 다시 방에 가둔다. 

그는 방에서 갇혀 간간히 들리는 바깥 소음과 유일하게 호의적인 여동생의 

이야기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가 다시 방 밖으로 나가려 시도했을 때, 어머니가 그의 모습을 보고 기절하고

그를 다시 방에 가두려 사과를 던져 공격한다. 

사과는 그레고르의 등에 박혀 시간이 갈수록 썩어들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은 그의 존재를 잊어간다. 

그러던 중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돈을 벌지 못하게 되었으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숙생 세 명을 집으로 들인다. 

어느 날 하숙생들을 위해 여동생이 바이올린 연주를 하게 되고,

그레고르는 음악에 이끌려 방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레고르를 발견한 하숙생들은 기겁하고 당장 방을 빼겠다며 화를 낸다. 

결국 여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이 분노하여, 그레고르를 더 이상 가족으로 

생각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레고르는 담담하게 방으로 들어가 숨을 거둔다. 

가족들은 한결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을 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레고르는 유일하게 돈을 버는 일원으로, 가족 모두의 생계를 책임졌으며

다른 가족이 만든 문제인 빚까지 그레고르가 갚고 있었다. 

그레고르가 맡은 책임이 굉장히 무거웠지만 

그는 여동생의 꿈인 바이올린 연주를 응원하고 자신이 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음악 학교를 보내주려는 자상한 오빠다. 

그러나, 그가 벌레가 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지자, 

가족들은 태도를 바꾼다. 

공동체 안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일원에게는 짐일 뿐인 것이다. 


이는, 우리 현실의 자본주의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 

돈을 벌지 못하면 능력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점점 사회에서 고립되어 간다. 

그렇게 사회의 소수가 되다가, 사회적 죽음을 맞는 것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시스템에 반기를 들기보다

순응하며 고립되어가다 끝을 맞이한다. 


벌레로 변해도, 가족의 일원이고 변신 전에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었는데,

그레고르는 너무 불쌍하고, 가족들은 너무 매정해보인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사람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존재 자체로 소중하게 여긴다.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해서, 어떻게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는, 학교, 직장을 다니며

우리는 본연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돈을 못 벌고,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안 한다든지,

아무 것도 못하면, 이상하게 본다든지.

그 사람은 잠시 쉬고 있을 수도 있는 건데. 

지금까지 한참을 달렸는데, 또 달리라 한다. 

자신과 다른 사고로 누군가를 도우면, 자신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본다든지...

자신들이 받은 상처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편견 때문에 타인을 밀어낸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건, 좋은 사람 뿐이다. 

마음 따뜻한 사람만이 마음 따뜻한 사람을 알아본다. 

착한 사람만이 착한 사람을 알아본다. 


있는 모습 그대로,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또한, 그렇게 했는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나 또한, 그동안 학교, 사회에서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잘못된 시각이나 생각을 갖지는 않았는지.

또한, 나에 대해서도, 완벽성만 추구했던 건 아닌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음 편안히 받아들인 적이 있는지,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마음 편안히 받아들여주었는지.


사람은 가진 게 많을 때보다,

잃었을 때,

더 많은 것을 깨닫고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는 것들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보석같은 진리들일지도 모른다.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을 소중히 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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