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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Oct 21. 2023

드라마를 쓰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저는 아주 예쁘게

태어났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7살 때까지

저를 남자아이처럼 키웠어요

머리를 커트머리를 하고

남자옷만 입혔습니다

저는 동네 아이들과 매일 어울려다니며

사내아이처럼 컸어요

친척 언니는 5살 때 저를 보고

언니라 한 번도 안 부르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는

제가 동네깡패처럼 무서웠다고 합니다


7살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서

엄마 아빠랑 야구장에 가면

치어리더를 따라 춤을 췄어요

말도 많고 활동적이고

시크한 그런 아이였습니다


9살 때부터 매일 독서와 일기 쓰기

글쓰기 공부를 했고

성가대 걸스카웃

고적대 콘탁 육상부 무대 공연

영어연극 공연 연출 등을 하며 자랐어요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엄청 잘 어울렸어요


23살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ebs막내작가로 입사했고

Kbs ebs에서 입봉작을 쓰며

그 후 지상파 3사 케이블 국가기관 등에서

방송원고를 써왔습니다

매주 4시간을 자며

매주 3일씩 밤을 새고

매주 60쪽.

하루에 30쪽씩 쓰는 날도 있었어요

한 번도 힘들다 생각한 적 없었고

제가 꿈꾸던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생각했습니다


저를 참 많이 사랑한 사람을...

제 사명과 신념, 트라우마 때문에 떠나보내고

참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

평생 함께할 거라 믿은 사람

헤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책임지는 법

그리고 기다리는 법도 배우고 있어요


참 많은 고민 생각을 했던 시간들이었어요

꾹꾹 참고 잘 살아왔었는데

그런 것들을 남들과 나누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용기내는 법도 알게 되었고

헌신 희생하는 법도 알게 됐어요

이해 못할 사람도 이해하게 되었고

용서 못할 사람도 용서하게 되었어요

용서 못할 일들도 여전히 있지만

어쩔 수 없음도 이제는 받아들입니다


참 힘들고 고독하게

드라마를 쓰고 있어요

황홀한 글감옥에서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제 나 자신과의 화해를 했고.

다시 나를 가두고 글을 쓰는 작업이

때론 죽을 만큼 힘들 때도 있고

내가 왜 또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참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을 해서

온에어를 시켜보려고 합니다


이번 작품이 완성되어서

온에어되게 된다면

저는 정말 많이 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작품을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안고 함께 울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도 그땐 용기내어

지금보다 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내 안에서 꺼내야하는 이야기들이 있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기에

끝까지 쓰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럼 여러분들의 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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