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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Jul 04. 2024

글쓰기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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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서는

매일 결심하고 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운다


방송국에서 원고를 쓰거나

누군가 의뢰한 글을 쓰는 건

힘들어도 기계처럼 해오던 거라 하면 된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내 작품을 만드는 건

나의 시간, 돈, 공부, 지식, 창의성

모든 것을 동원해 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서관에 꽂힌 저 수많은 다양한 책들

그리고...드라마 영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명작들

나도 그런 걸 한 번은 쓰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매번 내가 새로운 걸 찾아내고

새로운 걸 쓸 때마다

발빠른 드라마 관계자들은

열심히 재빠르게 만들어내었다 내 아이디어로.

자리도 주었지만,

나는 내 글에 늘 성이 안 찼다

완벽주의자는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늘 새로운 걸 쓰는 걸 좋아했고

내 아이디어가 도용되면

나는 또 새로운 아이디어로 내 걸 썼다

그동안은 방송국 원고를 매주 쓰느랴

그리고...한동안 봉사를 하고

영성상담을 받으며 통찰력을 일깨우고

삶의 이유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몇 년을 울면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글쓰는 것보다

세상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했었다

과거에 그랬다

그러나, 이제 나는 다른 사람이었던 나에서

변화하고 있다

이응진교수님은 신발 신지 말고 스토리텔링 공부하고 글을 써야하는데 자꾸 딴 걸 하면 아프다 했는데...

나는 글만 쓰다가 시청률 걱정하다 인생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훌륭한 작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보다 세상과 더불어 하루 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장르를 깨고 나만의 남들은 못쓰는 새로운 걸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매번 틀을 깨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그런다

그런 데서 재미를 느낀다

이번에도 그렇다

다행히 아이디어는 많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다

자료조사를 포함해 연구하고 공부해 글을 쓰고 글수정을 하고...

평생 이렇게 글감옥에 들어가 글을 써도 모자르다

죽는 날까지 이러고 살라 해도

이러고 살 수 있겠지만

간혹 글감옥에서 나와야할 때도 있다

1년 365일 24시 글감옥에 갇힐 수만은 없다

나는 사람이니까


방송국에서 원고를 쓸 때는

글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 보는 눈, 취재능력, 원만한 대인관계,

펑크내지 않는 성실성

환경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인내력이 필요하지만


내 것을 만들어나갈 때는,

글실력, 창의력, 취재능력

발로 뛰고 직접 눈으로 보고

깨닫고 느끼고

공부하며 여러 지식을 알고

스토리텔링해나가는 능력

자본과 시간,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사람이 용을 쓰고 젖먹던 힘을 다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더하고 더해

일하고 타인을 위해 돕다 보면

사람도 사람인지라, 어느 새 기운 빠지는 타이밍이 온다


그럴 때가 나의 삶과 인생에 대해

다시 진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전에는 글 밖에 모르고 살았다

24시 글 뿐이었다

나보다 누군가를 돕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삶도 사람도 계절도

책도 보면서 천천히 인생의 항로를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루 하루 느끼고 생각하고

하고 싶고 궁금한 것들이 달라진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려고 이러는 걸까 싶지만


누군가 강요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찾고

내가 하고 싶은 목소리를 내야하기에...

찬찬히 꼼꼼히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손해보는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남을 위해서 사는 인생이 아니니까


오늘은 3시간 30분 동안 13페이지를 썼다

그리고, 전같았으면 20, 30페이지까지 쭉쭉 쓰는데

그렇게 살다가 탈이 났기 때문에

몸이 힘에 부쳐서...

일단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더 좋은 씬 줄거리를 구상하기 위해

한템포 쉬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디고 늦는 것 같아도

내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가는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간다


채찍질 당해 달리기만 하는 말은

옆과 뒤를 보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린다

그렇게 해서 1등은 갈 수 있겠지만

평생 그렇게 달리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중간 중간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방송을 할 때는 아이템 서치 섭외와 취재 편집이나 자막 뽑는데 며칠씩 들어가는 시간을

글쓰기를 할 때는 절약할 수 있다


새로 쓴 글은 생각보다 다행히도

잘 써진다

중간 중간 막히는 것도 있지만

계속 써내려갈 생각이다

책 출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쓰고 싶은 것 해야할 일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해야할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매일 조용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

매일 글을 읽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몸이 하나인지라

다 잘할 수 없다


과거 나는 다 잘해내고 싶었다

다 잘하려고 엄청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남 좋은 일 다하고

내 마음이 지쳐 나가 떨어지더라


나는 내 모든 자리 지위 내가 갖은 돈

모두 내 실력으로 얻었다

그리고 운도 좋았고

나의 적성에도 딱 맞았다


그러나, 나는 큰 변화를 맞이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인생의 항로도 달라지고 있다


나는 이제 내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게 하고 싶지 않다

인생은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불어오는 바람

예쁜 자연

매일 똑같은 평온한 일상

심심하고 지루하지만,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서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일상이 익숙해지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라갈 때도 중요하지만

잘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이런 걸 뜻하는 말인가 보다


하늘을 날 때보다

땅을 걸을 때, 더 많은 걸 보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꽃동네 봉사활동에 다녀와서 느꼈던 깨달음

사랑 평화 진리를 다시 느끼고 있다


찰나일지 모를 이 순간이

앞으로 오래 지속되기를 바래볼 뿐이다


그동안 참 많이 울고 고통받았는데,

이제 나는 울음을 그쳤다


우는 대신,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조용한 마을을 바라본다


그렇게 아프고 힘든 일들을

어찌 잘 견디고

그럼에도 착하게 잘 살아왔다고

나 자신을 안아주고 싶다

때로 부족한 나 자신에게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나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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