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파멸'을 향수로 만들었다.

값싼 가짜 위안에서는 어떤 냄새가 났을까

by 냄새도감 Nose Co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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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파멸을 향수로 만들었다

그림 속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냄새는 무엇일까



윌리엄 호가스, <진 거리>, 1751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Description_개요

윌리엄 호가스의 〈진 거리〉는 18세기 중반 런던 세인트 자일스 교구의 비참한 현실을 집요하게 포착한 사회 고발 판화이다. 작품 속 인물 각자의 모습은 당대 '진 광풍(Gin Craze)'이 불러온 사회적 붕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화면 전면 중앙에 앉아 있는 여성은 중독으로 감각이 마비된 채, 품에 안은 아기가 바로 아래 진 저장고 계단으로 추락하는 순간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녀는 오로지 손가락으로 집으려는 코담배 한 꼬집에만 몰두할 뿐이다. 이 장면은 강력한 중독이 모성이라는 가장 본능적인 인간의 감정마저도 마비시키고, 쾌락에 종속시키는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계단 끝에는 해골처럼 앙상한 남성이 넋이 나간 채 앉아 있다. 극도의 굶주림과 쇠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그의 손에는 진 병이 끝내 놓이지 않는다. 이는 중독이 가져온 신체적 파멸의 귀결을 대변한다. 바로 옆 전당포 앞에는 가난한 주민들이 생계 수단이었던 조리용 솥, 톱 등을 맡기기 위해 줄 서 있다. 이 모습은 생활 기반이 무너지고 마을 전체가 피폐해지는 와중에도 전당포만이 번창하는 불균형한 경제 구조를 지적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뒤편에는 더 충격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발소 간판 옆, 창가에는 이발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목을 맨 모습이 나온다. 이는 지역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상징한다. 거리 한가운데에서는 이성을 잃은 광인이 고기를 굽는 꼬챙이에 아기를 꽂아 들고 다니는 극단적 행위까지 벌어진다.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진 중독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윤리와 인간성이 무너진 참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장의사는 그 옆에서 무심히 시신을 관에 담고 있다. 이런 묘사들이 더해지면서 폭력과 죽음이 일상이 된 사회적 지옥도가 완성되고,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이 혼란과 대조적으로, 먼발치에는 세인트 조지 교회의 첨탑이 위엄 있게 솟아 있다. 꼭대기에는 실제 런던 블룸즈베리에 있는 국왕 조지 1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호가스는 멀리서 무심히 내려다보는 견고한 교회와 왕의 동상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지옥 같은 현실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는 종교의 무능과 권력의 방관적 태도를 비판하고자 한 것 아닐까.


<맥주 거리>와의 비교

1751년 호가스가 제작한 〈맥주 거리〉와 〈진 거리〉는, 당시 런던을 휩쓸던 ‘진 광풍’을 제어하고 진법(Gin Act)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 비판 연작이다. 호가스는 영국산 맥주를 마시는 건강한 번영의 모습과, 수입된 진에 중독되어 파멸한 광경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그는 하층민들에게 도덕적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판화 가격을 낮춰 선술집과 커피하우스 등 공공장소에 널리 전파하게 했다. 이는 동시대 사회 비판 문학을 대표했던 친구 헨리 필딩과 보조를 맞춘 것이며, 빈곤과 범죄 문제를 날카로운 풍자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두 판화는 ‘번영’과 ‘몰락’이라는 극명한 이미지를 정교한 상징을 통해 보여준다.

진 거리〉에서는 죽음과 절망이 가득한 세인트 자일스 빈민가를 배경으로, 전당포(그립 씨)와 증류업자(킬먼), 장의사만이 살아남는 기형적인 구조를 드러낸다. 특히 전경의 매독 궤양 여성과 코담배, 아기를 떨어뜨리는 장면은 실제 ‘주디스 뒤푸르 사건’을 반영해, 중독이 몰고 온 모성 상실과 도덕적 해이의 절정을 상징한다. 반면 〈맥주 거리〉는 부지런한 노동자들이 맥주와 고기를 즐기며 휴식하는 활기찬 모습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전당포(핀치 씨)만 파산에 이르는 설정을 통해, 건전한 경제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현대의 평론가들은 양쪽 거리의 번영과 빈곤이 실제로 맞물려 있음을 짚는다. 〈맥주 거리〉의 마차에 탄 부유한 여성과 〈진 거리〉에서 관에 실려 가는 가난한 여성의 대비는, 규제가 부재한 시장경제 속에서 더욱 심화된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소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Focus_어떤 냄새가 났을까

값싼 가짜 위안이 가정을 파멸로 이끌었다.

‘진 로열(Gin Royal)’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진 저장고'향하는 계단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시선을 끈다. 당시 런던 세인트 자일스 교구에서는 집 네 채 중 한 채가 진 가게였을 정도로, 진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값싸고, 어쩌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거리마다 광기에 가까운 열기로 번졌던 이 술에서는 과연 어떤 냄새가 났을까?

‘진 열풍’, '진 광풍'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업자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상적인 증류 과정을 점차 생략했다. 원가를 줄이려 곰팡이가 핀 곡물이나 음식물 찌꺼기 같은 저급 재료를 발효시켜 만든 싸구려 알코올에는 역한 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이를 감추려 진한 솔 내음을 가진 주니퍼 베리 대신 값싼 테레빈유까지 첨가했고, 높은 도수 특유의 목을 자극하는 감각마저도 황산과 같은 화학물질로 흉내 냈다. 결국 당시의 진은 향기로 코를 속이고, 통증으로 미각을 둔하게 하는 화학적 혼합물에 불과했던 셈이다.

다시 계단에 앉은 여인을 바라보면, 흐릿한 눈빛과 다리에 난 매독 궤양, 그리고 아기가 떨어진 줄도 모른 채 코담배 가루를 집어 올리는 모습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가정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진’은, 그 처참한 영향력 때문에 ‘어머니의 파멸’이라는 잔혹한 별명까지 얻었다. 중독은 모성애보다 즉각적인 쾌락을 앞세웠고, 급격히 높아진 런던의 영아 사망률과 가정의 붕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부패한 곡물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감추기 위해 덧입힌 진한 향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저렴한 가짜 위안이 한 시대의 어머니들을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끈 것이다.


Olfactory Reconstruction _ 조향


Top Note: [위장] 솔향을 모방한 테레빈유

• 18세기 저가 진의 첫인상은 철저한 기만에서 출발한다. 주니퍼 베리 특유의 톡 쏘는 솔향을 흉내 내기 위해 테레빈유(송진 용제)를 다량 첨가했으며, 이 인공적인 향이 진의 강렬한 시작을 알린다.

• 으깨진 솔방울에서 풍기는 매운 풀내음이 잠시 스치지만, 곧 페인트 통을 막 열었을 때 퍼지는 휘발성 용제 특유의 날카로운 냄새가 코를 훅 찌른다.

Middle Note: [작열감] 증류 대신 황산 한 방울

• 정제되지 않은 저급 술의 강한 타격감을 주기 위해 황산이 첨가되었고, 이로 인해 날카롭고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

• 이는 향이라기보다는 거의 통증에 가깝다. 숨을 들이마시면 식도가 타들어 가는 듯한 독한 가스 냄새가 강하게 느껴진다.

Base Note: [본질] 저질 알코올의 곡물 부패 냄새

• 모든 자극이 사라진 뒤에 남는 것이 진짜 본질이다. 곰팡이가 핀 곡물과 폐기물로 빚어낸 술의 실체, 그리고 위생이 무너진 거리에서 풍기는 잔향이 느껴진다.

• 시큼하게 삭은 위액 냄새와, 정제되지 않은 곡물 찌꺼기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썩은 내가 무겁게 바닥에 깔린다.


Keyword_ 키워드정리

Note

1. [사건] 어머니의 파멸

18세기 런던에서 진이 ‘어머니의 파멸’이라는 악명을 얻은 데에는 1734년에 발생한 ‘주디스 뒤푸르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빈민 구제소에 머물던 주디스 뒤푸르는, 두 살배기 딸의 새 옷을 벗겨 팔고 그 돈으로 진을 사 마시기 위해 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도랑에 버렸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당시 올드 베일리 법정 기록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독한 술에 중독된 어머니가 자식보다 술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공포와 경각심을 상징하게 되었다. 진은 맥주와는 달리 길거리 노점에서 저렴하게 잔술로 판매되어, 빈민가 여성들에게 거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로 인해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급격히 늘었고, 출생률 감소와 영아 사망률 급증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다.

당시 문헌에도 이러한 실태가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소설가이자 치안판사였던 헨리 필딩은 1751년 저서 《강도 범죄 급증의 원인에 대한 조사》에서, “진은 수천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게 하거나, 설령 살아남아도 비참하고 마른 몰골로 태어나게 만드는 독약”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의회에 제출된 통계 자료 역시 런던 일부 지역에서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식인들은 이를 ‘진 광풍’이 런던의 모성을 붕괴시킨 결과로 해석했다. 호가스의 〈진 거리〉에 등장하는 아기를 떨어뜨리는 여인의 모습은 실제 사건과 통계적 비극을 시각적으로 압축해 상징한 장면이다.


2. [비판] 현대적 관점

‘어머니의 파멸(Mother’s Ruin)’이라는 자극적인 별칭과 주디스 뒤푸르의 사례를 해석하는 데에는 현대적 관점에서의 비판적 주의가 필요하다. 당시 사회가 여성의 진 중독을 유독 ‘모성의 붕괴’라는 틀로 강조한 것은, 빈곤과 실업, 열악한 도시 위생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실패로 환원하려는 동시대 지배 담론의 특징으로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18세기 런던 빈민가의 여성들에게 진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오염된 식수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액체였으며, 극심한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일종의 생존 수단이었다. 주디스 뒤푸르의 비극적 사건 역시 개인의 잔혹성보다는, 아이의 옷 한 벌 값조차 마련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웠던 당시 빈민층의 경제적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호가스의 〈진 거리〉 속 여성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라기보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한 환경에서 가장 먼저 희생된 빈민 계층의 초상으로 읽힌다. 일부 지식인과 정치 담론이 이들을 ‘파멸한 어머니’로 형상화한 것은, 당시 진 소비를 둘러싼 문제를 구조적 개혁이 아닌 규제와 처벌 중심으로 해결하려 했던 접근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3. [성분] 테레빈유 냄새

• 가짜 진: 그 시절 '진'이라고 팔리던 술 중 상당수는 실제 주니퍼 베리로 증류된 것이 아니었다. 이윤을 노린 업자들은 원가를 낮추려고 테레빈유와 황산 등 화학약품을 섞어 맛과 향을 흉내 냈다. 이러한 가짜 술은 시력을 잃게 하거나 정신 착란을 일으켰고, 빈민가에는 페인트와 비슷한 화학약품 냄새가 항상 퍼져 있었다.

4. [병리] 매독과 코담배

• 궤양의 의미: 여인의 다리에 난 궤양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매독의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많다. 당시 진 한 잔 값은 몸을 파는 대가와 다름없었고, 이는 곧 감염 확산에 기여했다. 또한, 그녀가 코담배에 손을 뻗는 장면은 술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다중 중독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 [상징] 이발사의 상징

• 그림 배경 다락방 창가에 걸린 기둥 모양 간판은 당시 ‘이발소 겸 외과’를 상징하는 전통적 표식이었다. 18세기에 이발사는 단순히 머리만 깎는 사람이 아니라, 방혈이나 간단한 외과 처치까지 담당했던 주요 기술직이었다.

• 일부 연구자들은 이발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을 통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직 장인들까지도 생계가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해석한다. 마을 사람들조차 빵을 사거나 머리를 깎는 등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멈추고 '진'에 전재산을 탕진하자, 가장 먼저 자영업자와 장인 계층이 생계절벽에 몰려 극단적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18세기 런던의 진 문화는 단순한 음주를 넘어 사회적 재난과 구조적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확인할 수 있다.

6. [화학] 주니퍼베리와 테레빈유

18세기 저가 진의 후각적 구성은 천연 테르펜 성분의 공유와 유기 화합물의 산패, 그리고 강산의 화학반응이 뒤섞인 결과이다. 주니퍼 베리와 테레빈유는 소나무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분자인 알파-피넨 성분을 공통적으로 함유하고 있어 외형적인 솔향을 공유하지만, 공업용 테레빈유는 고농도의 탄화수소 화합물이 후각 수용체를 즉각 마비시켜 자극을 남긴다.


7. [건축] 세인트 조지 교회와 조지 1세

런던의 '진 거리' 배경에 우뚝 서 있는 세인트 조지 교회는 1730년에 완공된 실제 건축물로, 그 시대 기준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건물이었다. 이 교회는 런던에서 유일하게 첨탑 꼭대기에 십자가 대신 조지 1세의 동상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동상은 고대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을 연상시키는 계단식 첨탑 위에, 로마 황제 복장을 한 국왕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설계는 당대 대형 양조업자이자 국회의원이었던 윌리엄 헉스가 왕에 대한 충성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자 기증한 결과였다. 원래 종교적 상징인 십자가가 들어서야 할 신성한 공간에 세속 군주의 동상이 들어선 이 모습은 당시 시민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일부 런던 시민들은 왕이 신의 위치까지 차지하려 한다는 논란을 제기할 정도로, 교회 첨탑 위의 조지 1세 동상은 기묘하면서도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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