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담긴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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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담긴 냄새
이 작품은 특정 인물을 묘사한 초상화라기보다는, 16세기 베네치아 화파가 그려낸 ‘이상적 미인’의 전형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공식 해설에 따르면, 이 그림 속 여인은 티치아노의 연인이나 실존했던 귀족이 아니라, 당시 베네치아 예술계가 추구하던 ‘벨라돈나(아름다운 여인)’의 시각적 결정체로 해석된다. 티치아노는 풍성한 금발과 우윳빛 피부, 관능적 체형 등을 조합해 당대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모두 투영한 가상의 존재로 그려냈다.
거울로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특별한 구도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계의 대표적인 논쟁이었던 ‘파라고네(회화와 조각의 우열 비교)’에서 회화의 반격이었다. 당시 조각 우월론자들은 '관람객이 인물의 앞, 옆, 뒷모습을 다 볼 수 있게 해 주니 조각이 더 입체적이고 완벽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티치아노는 여인 뒤에서 두 개의 거울을 들고 있는 남자를 등장시켜, 평면인 회화가 거울이라는 장치를 빌려 인물의 앞모습과 뒷모습, 심지어 숨은 공간까지 동시에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회화 역시 조각처럼 입체적인 감상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치밀한 연출이었다.
또한, 화면 전체에 부드럽게 흐르는 빛과 색채의 조화는 베네치아 화파 특유의 ‘콜로리토’ 기법의 정점을 보여준다. 여인의 어깨를 감싸는 섬세한 아마포 속옷, 무게감 있는 녹색 벨벳 드레스, 그리고 금발 머리카락의 촉감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해 손끝으로 만져보고 싶을 정도다. 이처럼 티치아노는 실존하지 않는 이상적 미인을 통해 르네상스 베네치아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한 폭에 응축했다.
마냥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듯하지만, 이 그림은 또한 경고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구 미술에서 거울은 '바니타스(허무)'를 상징했다. 거울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비추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늙고 병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울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행위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허영'을 의미했다. 도상학의 거장 에르윈 파노프스키는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 속 거울을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과 '경고'라는 이중적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름다움. 눈부시게 찬란하지만, 찰나의 순간 빛나고 져버릴 그것을 위해 , 인간들은 자신들의 무엇까지 내어줄 수 있을까.
16세기 베네치아의 미적 기준에서 ‘아름다운 눈’은 단순히 형태의 아름다움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촉촉한 광택이 감도는 눈망울이 매력으로 여겨졌다. 티치아노는 이 같은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눈의 윤곽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동공에는 짙은 유채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함으로써 검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당시 베네치아의 이런 유행에 따라 당시 여성들은 신비롭고 관능적인 눈빛을 연출하기 위해 ‘벨라돈나’라는 식물에서 짜낸 즙을 눈에 직접 넣는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벨라돈나에 포함된 아트로핀 성분은 부교감신경을 마비시켜 인위적으로 동공을 확대한다. 동공이 커지면 상대방이 강한 호감이나 흥분을 느낄 때와 유사한 눈빛을 연출할 수 있고, 이는 남성에게 유혹적이고 수동적인 매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아름다움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랐다. 벨라돈나 즙을 장기간 사용한 여성들은 극심한 눈부심과 시력 저하에 시달려야 했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안압이 높아져 결국 실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림 속 여인이 손에 쥔 작은 향유병에 정확히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니 상상해 볼 수 있다. 혹시 그녀도 더 아름다운 눈동자를 만들기 위해 벨라돈나 즙을 넣어 다니진 않았을까?
탑노트: 첫인상, 휘발성이 강함
미들노트: 향의 중심, 휘발성 중간
베이스노트: 본질적이고 은은한 향. 휘발성이 약함
Top Note: [몽롱] 묵직한 머스크 계열의 꽃향
-벨라돈나 꽃은 화려하지 않은 암갈색이나 자주색을 띤다. 일반적인 꽃에서 느낄 수 있는 싱그러운 향기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신경을 둔화시키는 듯한 무겁고 눅눅한 풀 내음과 동물적인 머스크 향이 어우러진다.
-흙바닥의 습기가 더해진 탁한 꽃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향긋하다기보다는 코끝을 무겁게 누르는 듯한 압박이 강하게 느껴지고, 미묘하게 남는 동물적이고 끈적이는 향이 후각을 자극해 어느새 정신이 흐릿해진다.
Middle Note: [탐욕] 설탕에 절인 듯 달콤한 베리향
-벨라돈나의 검은 열매는 식용 베리와 비슷하게 보이며, 실제로 당분이 많아 달콤하다. 이 지나칠 정도의 단맛은 동물을 유혹해 씨앗을 퍼뜨리려는 진화의 산물이다.
-잘 익은 검은 체리나 포도를 진하게 졸여낸 듯한 시럽 향이 지배적이다. 으스러진 과육에서 터져 나오는 진득한 과즙 냄새가 강하게 맴돈다.
Base Note: [마비] 알칼로이드 독성의 쓴내
-유혹적인 향 밑에 숨겨진 벨라돈나의 진짜 냄새이다. 벨라돈나를 짓이기면 나오는 독성 알칼로이드가 날카롭고 비릿한 쓴내를 불러일으킨다. 미적 욕망 이면에 숨어 있는 실체와도 닮아 있다.
-생풀을 거칠게 짓눌렀을 때 풍기는 역한 초록색 내음과 약품 특유의 건조하고 날 선 향이 뒤섞인다. 만약 먹는다면 혀에서 시큰한 금속성 비린내와 맞물리며, 앞서 퍼졌던 달콤한 향들을 날려버리고 서늘하고 불쾌한 잔향이 길게 남을 것이다.
1. [팩트체크] 그림 속 여인은 정말 벨라돈나를 썼을까?
티치아노가 그린 그림 속 여인이 실제로 벨라돈나 즙을 눈에 넣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남아 있지 않다. 해당 인물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그린 것이 아니라, 당시 베네치아 사회에서 선호했던 ‘금발에 크고 또렷한 검은 눈동자’라는 미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상상 속 미인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내용은 “만일 이 그림 속 인물이 실제 존재했다면, 그녀 역시 실명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름다움을 선택했을까?”라는 가정과 상상을 전제로 했다.
2. [약리] 동공 확장 원리와 논점
벨라돈나의 주요 성분인 아트로핀은 부교감 신경을 억제해 동공 괄약근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이로 인해 동공이 크게 확장되는 산동 현상을 일으킨다. 동공이 커지면 눈동자의 검은 부분의 면적이 더 넓어져, 눈동자 색이 더 짙고 깊어 보인다. 이 약리 작용은 오늘날 안과 진료에서도 동공 확대 검사에 사용되며, 이미 르네상스 시대에도 알려졌던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여성들이 벨라돈나를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널리 사용했는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벨라돈나는 원래 안질환 치료제로 쓰였으며, 이 과정에서 동공이 확장되는 부작용이 관찰됐다. 그 부작용이 훗날 “아름다움을 위한 고의적 사용”이라는 이야기로 미화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즉, “치명적인 미용법이 유행했다”는 식의 단정보다는, 치료와 미용의 경계에서 탄생한 특이한 현상이 이후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상징적 이름과 결부되어 그럴듯한 전승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 더 조심스러운 해석이다.
3. [어원] 생명을 끊는 여신 혹은 아름다운 여인
식물의 학명인 Atropa belladonna는 '거역할 수 없는 생명의 종결자‘와 '아름다운 부인'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Atropa'는 그리스 신화 속 운명의 세 여신 중 인간의 생명줄을 가위로 끊는 '아트로포스(Atropos)'에서 유래했다. 이는 벨라돈나가 지닌 치명적인 독성을 경고하기 위해 18세기 식물학자 린네가 부여한 명칭이다.
16세기 식물학자 피에트로 안드레아 마티올리는 디오스코리데스의 저서 주석서인 『Discorsi』에 "베네치아 여성들이 이 식물을 증류해 화장품으로 쓴다"라고 기록했다. 이 기록은 벨라돈나라는 이름이 실제 여성들의 미용 관습에서 비롯됐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현대 민속식물학에서는 이러한 용례의 범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한다. 벨라돈나라는 이름이 단순히 안약 용법에서만 기인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당시 ‘화장품’이란 개념 자체가 안색이나 피부 관리 등 폭넓은 미용 행위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벨라돈나라는 명칭은 특정 용법에 국한되기보다, 위험을 감수하며 치명적인 식물을 아름다움에 활용하려 했던 당대 여성들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4. [부작용] 아름다움의 대가
동공이 강제로 계속 확장된 상태에서는 눈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한 눈부심과 시야 흐림이 유발된다. 장기간 남용할 경우 시신경이 손상되어 영구적인 실명에 이를 위험도 있었다.
5. [전승] 클레오파트라도 사용했다?
벨라돈나와 같은 독초를 이용한 미용법은 르네상스 시대에만 유행한 것이 아니다. 안과학 및 약리학사 연표를 살펴보면,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7세가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벨라돈나나 그와 비슷한 헨베인 추출물을 눈에 넣어 동공을 확장시켰다는 이야기가 일화처럼 전해진다. 이러한 사례는 벨라돈나 계열 식물이 동공을 크게 만드는 ‘산동’ 효과로 인해 인류의 미용사에서 오랜 역사를 지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자주 인용된다.
다만, 클레오파트라가 직접 이런 방법을 썼다는 점은 당대 1차 사료로 뒷받침되는 역사의 사실로 입증된 바 없다. 현대 학계에서는 이 이야기를 치명적인 독초의 유혹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후대 의학사나 민속 식물학 서술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덧붙여진 ‘전승’으로 분류한다. 실증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이러한 일화가 반복적으로 재해석되고 회자된다는 사실은 벨라돈나가 ‘아름다움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은밀한 독’으로 인류 기억에 각인되어 왔다는 점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6. [전승] 마법사의 식물과 광란의 이야기
벨라돈나는 중세 유럽 민속에서 환각과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사의 풀’ 또는 ‘마녀의 약초’로 알려지며, 신비로운 전승의 중심에 자리했다.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여사제들이 신성한 광란 상태에 이르기 위해 이 약초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문헌을 통해 이어진다.
‘마녀의 약초’이나 ‘광란을 유발하는 약초’라는 전승은 학술적 해설이라기보다는, 고대 문헌에 등장하는 상징적 사례들을 활용한 수사적 재구성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야기에는 벨라돈나가 실제로 인간의 감각을 둔화시키고 의식에 변화를 주었던 역사적 맥락이 투영되어 있다. 즉, 인류의 신경을 자극하고 이성을 흐트러뜨리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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