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으로도 트랜스지방이 존재할 수 있답니다.
안녕하세요 로우입니다.
어렸을 적, 후라이팬에 마가린을 두르고, 식빵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그 마가린의 맛. 마성의 마가린 식빵 3개와 우유를 먹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제가 그동안 먹었던 그 마가린 식빵이 내 몸에는 참 독이 되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마가린(식물성 경화유)의 트랜스지방과 식빵의 밀가루(정제 탄수화물)가 만났으니... 내 몸을 부수는 최강의 조합이었던 셈이죠.
마가린과 쇼트닝 등 식물성 경화유에 다량 함유된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을 주장한 인물은 바로 미국의 프레드 쿠머로우 박사(1914~2017)입니다. 약 60년간의 미국 FDA와의 논쟁과 소송 끝에 마침내 트랜스지방을 미국의 식탁에서 밀어낼 수 있게 한 은인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트랜스지방'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상식처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상태의 트랜스 지방이 있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트랜스 지방에 대해 살펴보고, 모든 트랜스지방이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트랜스지방을 섭취하자는 글은 아닙니다.
가끔 어떤 분들은 '식물성' 기름을 '고체'로 '트랜스(변화)' 했기 때문에 트랜스지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은, 트랜스지방은 Trans-라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방을 의미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죠.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이지만, 그 형태가 일반적인 Cis형태가 아닌 Trans형입니다. 수소의 위치가 조금 다르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이게 왜 중요하냐구요? 이 수소의 위치 때문에 마가린이 개발되었기 때문이죠.
1940년대 포화지방이 누명을 쓰고, 버터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온 세계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식물업계는 이러한 소비자 인식에 맞추어 버터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들어야 했죠. 식물성 기름이 '건강하다'는 그 당시 상식에 입각하여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그동안 버터에 익숙하던 미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버터의 고소함과 그 풍미를 잊지 못했죠.
하지만 식물성 기름은 Cis형 불포화지방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상온에서 거의 액체로 존재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식품업계 연구진들은 식물성 기름을 고체화 시키는 '경화공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강제로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주입하여, 탄소의 이중결합을 일부 해제하고 Trans 형태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이는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지방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은 유지하면서 버터와 같은 상온에서의 고체형태를 갖게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공정이었죠. 게다가 고체로 된 트랜스지방은 운반과 관리, 조리가 편리하고, 원가가 저렴하여 경제적으로도 아주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인공적인 '경화유'와는 다르게, 자연적으로도 이러한 트랜스형태의 불포화지방은 존재합니다. 이러한 트랜스지방을 만들어내는 존재는 바로 '반추동물'입니다.
미국의 유제품 연구기관 Dairy Nutrition에 따르면, 소, 양, 염소 등의 반추동물의 위장 안에 있는 박테리아들이 섭취한 식물을 분해하면서 트랜스지방이 형성됩니다. 이 과정은 자연적이고 박테리아의 촉매적 역할을 바탕으로 합성되는 과정이며, 일반적인 동물의 체온에서 일반적인 압력에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경화유는 금속촉매를 사용하며 아주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수소화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수소화는 이제껏 인간이 섭취한 적이 없었던 다량의 트랜스 지방을 형성하게 되죠.
그렇다면 자연적인 트랜스지방과 인공적인 트랜스지방의 차이가 있을까요?
보시는 바와 같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은 거의 다 이중결합의 위치가 11번째인 트랜스지방입니다. 이러한 지방산을 trans-Vaccenic Acid, 박센산이라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트랜스지방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대비해서 훨씬 위험성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 『“Natural” trans fat less harmful than artificial version』) 게다가 trans-박센산은 유방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 또 다른 트랜스지방인 공액리놀렌산(Conjugated-Linoleic Acid)로 변환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트랜스지방이라서 걱정된다구요? 안심하세요. 자연계에 존재하는 트랜스지방의 양은 아주 작습니다. 반추동물의 우유를 아주 많이 들이키신다고 하더라도, 몸에 해로울만큼 많은 양을 드시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식물성 경화유'입니다. 아래 버터의 영양성분표 사진을 보시면 트랜스지방이 2g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바로 버터가 성분이 좋지 않은 것으로 단정짓지 말아주세요! 여기서 우리는 원재료명 및 함량을 보셔야 합니다. 해당 버터는 유크림 100%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분표에 '식물성 경화유'가 없다는 것은 이 버터가 순수 우유로만 만들어 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함유된 트랜스지방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트랜스지방이라는 것을 의미하겠죠?
어떠신가요? 이제 트랜스지방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셨나요? 찝찝하신 분들은 저 트랜스지방도 피하신다면 본인의 선택이지만, 너무나 식품 포비아에 사로잡힌 현대사회에서 보다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드리고자 본 포스팅을 작성하였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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