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내기

by 나무 옆 벤치

처음 보는 손님이 왔다.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약간 살집이 있지만 오히려 활달하고 생활력이 강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녀는 수세미, 고무장갑, 주방세제와 락스를 선반 위에 놓고 계산을 기다리다 금액이 예상보다 많자 고무장갑은 집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빼고 다시 계산을 기다린다.


문득 "여기 매일 막걸리 사러 오는 아저씨 있죠? 마르고 머리숱 없는"라고 묻는다.


약 두 달 전부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침마다 막걸리를 두 병씩 사간다.

매번 거의 속옷처럼 보이는 얇은 티를 입고 아무 말도 표정도 없이 막걸리만 두 병 사간다.

오후에도 다시 막걸리만 두 병 사간다.


저녁에 일하는 매니저에게 물으니 저녁에도 같은 패턴이라고 한다.


그는 삶에 대한 의욕도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얇은 티 안으로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필통보다 커 보이는 사각기구(?)의 틀이 항상 도드라져 보여 불안했다.


내가 그를 떠올리며 알 것 같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아들이 가보라고 연락을 해서 왔어요. 평소에는 아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나보고 좀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휴~~~" 그러더니 물건을 챙겨 나간다.

그녀가 가고 나는 괜스레 마음이 쓰인다.


몇 시간 후에 그녀가 다시 온다.

"근처에 빨래방이 있나요?

아들은 학교에서 수업 중이라 전화가 안 돼요. 애가 착해요.

아이고~~~ 여태까지 청소했어요. 참....."

난 우리 건물 3층에 있는 빨래방을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저씨가 오지 않는다.


속절없이 막걸리를 파는 내 마음도 좀 놓인다.

한 병에 1600원 하는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시간을 버티는 듯 보이는 그가 안타깝다.


삶은 때때로 버겁고 구차하고 쓸쓸하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나의 모습을 평생 가슴에 담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 시간을 살아내야 한다.


다행히 곁에 가족 혹은 벗이 있다면 그것은 불행 중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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