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탈룽(Phatthalung)의 Thale Noi 여행 -Part1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시작부 내레이션.
"습지는 죽음을 통달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이지만 늪은 죽음을 의미한다.
생명을 창조하고 죽음을 보듬는 습지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 자신은 인간의 무관심과 편견으로 죽어가고 있다.
두 달간의 태국 여행을 준비하던 중에 발견한 Chaloem Phrakiat's 80th Birthday Bridge ( https://maps.app.goo.gl/GXZgv7Rv7aF2zEBa8 ) 의 끝이 없는 호수와 그를 관통하는 5.5km에 달하는 길게 뻗은 다리의 이미지는 내 눈을 사로잡았다.
평소 여행의 성격이 인파가 북적이는 관광지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오지마을 탐방을 더 좋아하는 우리로써는 최적의 장소라는 결론을 내리고 구글맵을 통해 크라비에서 파탈룽까지 3시간 40분가량의 운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우리는 크라비에서 며칠을 묵고 차량을 렌트하여 파탈룽으로 가기로 했다.
날씨가 엉망이었던 끄라비에서 작년에도 만났던 카렌트 회사 대표와 왓츠앱으로 대화를 나눈다.
대략 일 년 만에 연락했음에도 녀석은 나를 기억했다.
나 : 6일 동안 차 렌트할 건데 얼마에 줄꺼? Honda City 급이면 돼. 보험 포함해서.
렌터카 : Honda City Hatchback 하루에 1,200 바트 오케이?
나 : 비싸. 다음에 보자.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다른 렌터카 회사를 알아보던 중 녀석에게서 왓츠앱 메시지가 날아왔다.
렌터카 : 하루 1,000 바트. 오케이?
나 : 오케이 좋아. Deal!
렌터카 : Deal Ok. 숙소가 어디야?
나 : 여기 아오낭 어디 어디 숙소야. 그런데 반납할 때는 아마 끄라비 타운에서 할 거야. 괜찮지?
렌터카 : 그래 뭐 좋아. 아오낭 호텔로 가져다줄게. 그날 만나.
나 : 고마워 브라더!
태국에서 한 달 가량 장기 렌트를 하면 대략 15,000바트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지만(성수기에는 하루 100바트의 추가금이 붙어 18,000바트를 내야 한다) 이번 파탈룽 여정은 6일뿐이라 장기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보통은 성수기라 하루에 1,200바트는 받는데 꽤 괜찮은 가격에 상태가 좋은 차를 받을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차가 좀 큰 덕에 카메라 장비와 옷가지 등의 가방을 모두 챙기고도 여유가 있었다.
파탈룽으로 떠나기 전 날 크라비 아오낭 비치 옆에 있는 Noppharat Thara Beach 에서 일몰을 보며 크라비의 여운을 그리움으로 담는다. 우리에게 크라비는 치앙마이만큼이나 고향 같은 곳이라 이번 여행에서 크라비에 비중을 적게 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달까.
파탈룽은 관광명소가 아니다.
남부 끝자락 핫야이 바로 위에 있으며 동쪽과 서쪽 모두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다.
외국인 자체가 참 보기 힘든 지역이며 실제로 우리 부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현지인 혹은 국경이 가까이 있는 말레이시아인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는 번역기에 꽤나 의존해야 했는데 이런 점도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느껴졌고 파탈룽은 진짜 태국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곳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공원은 있었지만 거의 관리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도시의 느낌은 낡았으며 어딜 가도 현지인 위주의 식당과 호텔이 있었는데 덕분에 물가는 다른 관광지보다 매우 저렴하고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없어서 매우 좋은 점도 있었다.
쉬엄쉬엄 온 탓에 거의 4시간의 드라이브를 하고 숙소 두짓타니 프린세스 호텔에 도착했다.
Dusit Princesss Phatthalung (https://maps.app.goo.gl/MUbhKecX8Ep2nDUYA)호텔은 이제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신상 호텔이었는데 3성급이다. 우리가 갔을 땐 미처 오픈하지 못하고 아직 공사 중인 객실도 여럿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쯤은 다 되지 않았을까?
아내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호텔이었고 이 호텔은 우리의 파탈룽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된다.
파탈룽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Thale Noi 투어일 것이다. 5.5km의 습지를 관통하는 긴 다리. 탈레 노이 호수는 보트를 타고 투어를 진행할 수 있다.
우리는 탈레 노이 일출 보트를 타기 위한 장소를 알아보다가 Tonlamphu Pakpra 를 찾게 되었다.
https://maps.app.goo.gl/pG4hxyozz3jMgjccA
아직 이 장소의 위치나 현지 사정을 아직 모르니 미리 낮에 한 번 들러서 확인해 보기로 하고 찾아가게 되었는데 해당 장소에 도착을 하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여기가 맞긴 한 건가 두리번거리다 맞은편 작은 식료품점 가게에 아저씨가 보이길래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시골 현지인이라 영어가 안되니 번역기의 도움을 빌어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손짓 발짓과 함께 대화가 통해 그는 우리에게 바로 앞 장소가 맞다 했다. 새벽 5시 30분쯤 모여서 출발하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마치고 나와 잠시 담배 한 대 피우며 서성이는데 Tonlamphu Pakpra 쪽에서 여성 한 분이 다가오더니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이곳이 새벽 보트투어를 하는 곳이 맞고 예약을 하려면 미리 이야기를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반가운 마음에 우리는 일기예보를 미리 보아 둔 날짜에 보트 투어를 하기로 예약을 했고 예약비로 200바트를 선불로 지불하여 예약을 완료하였다. 그녀는 나에게 출발일 하루 전 미리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였는데 예약금을 미리 주고 영수증 한 장 조차 없어서 나는 괜찮았지만 아내는 조금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런 시골에서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아 나는 그냥 믿고 진행하기로 했다.
보트를 정리하면
* 보트 한 척당 1,200바트
* 보트는 6명까지 탈 수 있으며 1/n 할 수 있다.
* 운이 없으면 혼자서 1,200바트를 모두 내고 타야 한다.
* 아침 6:00까지 해당 지점에 와서 비용을 지불하고 보트에 탑승하면 된다.
우리는 당일 아침 5:30까지 와서 기다렸는데 보트 투어를 나가기 전 Thale Noi 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먼저 진행하고 투어를 나가게 된다. 생각보다 브리핑의 내용이 매우 좋아서 만약 투어를 가게 된다면 꼭 이 브리핑을 듣고 보트 투어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선착장을 벗어나 처음 호수와 마주할 때는 마치 바다 같은 파도를 맞아 몹시 긴장했었다.
배는 좁고 길게 생겼는데 파도가 생각보다 거세게 쳐서 이러다 배 뒤집히는 건가 싶었는데 잠시 2분여만 잘 참고 견디면 곧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호수이자 습지인 Thale Noi 가 나타난다.
Yor 가 즐비한 수로를 지나 Thale Noi 에 들어서게 된다.
탈레 노이는 태국어로 Thale:바다 / Noi:작은 으로 작은 바다 라고 불리운다.
실제로 보면 작은 바다라는 말이 우습게 거대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탈레 노이는 폭이 약 5km, 길이가 6km 정도인 광대한 담수호이며 물새 287종, 파충류 26종, 포유류 6종 등이 있고 맹그로브 종을 포함한 수많은 수생 식물과 얕은 염도의 식물성 플랑크톤까지도 존재한다
Thale Noi와의 첫 만남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두에서 말했지만 습지는 생명의 잉태부터 소멸까지 모든 것을 품은 곳이며 거대한 자연정화 시설이기도 하다. 찬란하고 아름답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이곳. 탈레 노이. 자연에 대한 경외감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기도 하는 곳이었다.
이야기는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