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가 집에서 산다

흑염소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

by 생존창업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다.
외할머니가 흑염소 새끼 두마리를 보내주셨다. 잘 키워서 학비에 보태라는 뜻이다.

한겨울에 시골로 온 아기흑염소 두마리는 외양간 한구석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외할머니는 흑염소를 위해 조끼를 만들어 입혔다.

동그란 두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아기흑염소.
사람처럼 옷까지 입히니 동생을 하나 얻은 기분이다. 신기하고 귀여워서 하루에도 수십번 외양간을 기웃거렸다.

당시만 해도 동물옷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동물은 그냥 고기를 제공해주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애완동물 패션산업이 성장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이후 흑염소 담당은 나의몫이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1주일이 안돼 흑염소 한마리가 하늘나라로 갔다. 얼어죽은 것이다. 눈물을 펑펑 쏟아졌다.

염소한마리를 잃고 외양간을 고쳤다.

남은 한마리는 정말 열심히 돌봤다.
맴생이라고 이름도 지어주고 학교갈때 풀이 많은 넓은 들판에 놓아주고 집에 올때 데리고 왔다.

그렇게 일년쯤 지나자 맴생이는 몸집이 제법 커졌다.
집으로 갈때는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길가에 풀을 뜯고 염소똥을 싸며 반항했다. 염소고집.

얼른 집에가서 만화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데 짜증이 날때도 많았다. 그럴때는 염소 궁둥이를 발로 차기도 했는데 곧바로 반격이 들어온다. 뿔로 내 엉덩이를 들이 받으며 녀석과 나는 친구가 됐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날.
흑염소는 고기로 변해 있었다.

그때 시골에서는 복날무렵 온가족이 모여 그렇게 단백질을 보충했다. 고기가 귀한 시절이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며칠을 눈이 부어라 울었다. 진짜 슬펐다. 반려동물도 오랜시간 정을 나누다 보면 가족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보신탕이나 흑염소를 먹지 않은 이유다.

시골에간 막내를 보러왔다. 2주만에 보는 녀석은 엄청 커 있었다. 그렇게도 나오지 않던 앞니 두개도 자리를 잡았다.

동물유치원 선생님이 꿈인 막내는 들고양이 삐쩍이를 잘 챙겨줬다.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사랑을 주니 들고양이가 먼저와서 애교를 부린다.

아침에 고양이 울음소리에 나가 보니 마루밑에 거처를 마련했다. 아예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아침을 먹고 삐쩍이 밥까지 챙겨주니 낼름낼름 잘 받아먹는다. 작은혀로 밥을 주섬주섬 핧아 먹는 모습이 귀엽다. 수십년만에 맴생이를 다시만난 기분이다.

뜻하지 않게 가족이 한명 더 늘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시대.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위로와 행복도 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