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Feb 10. 2022

갓 더 비트가 이어오고 있는 것

SM 퍼포먼스 프로젝트의 연속과 현재

2012년의 Younique Unit, S.M The Performance 프로젝트, 하나의 곡에 특정한 멤버들을 투입시키는 NCT U, 그리고 SuperM과 갓 더 비트(GOT the beat)로 이어지는 한 프로젝트가 있다. 이 실험은 각기 다른 팀의 멤버들에 의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퍼포먼스적 요소를 강조한다는 목적으로 -비록 긴 텀을 가지고 있지만- 이어져 왔다. 개별적인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진 목적과 목표는 각각 다르지만,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를 만들겠다는 SM의 일종의 고집은 대략 10년의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갓 더 비트의 'Step Back'은 그들이 만들어온 특정한 공식의 현재를 보여준다.


동방신기의 'Catch Me', 소녀시대의 'The Boys', 샤이니의 'Everybody', EXO의 '늑대와 미녀', 그리고 NCT 127의 'Black On Black'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듯, 팀의 퍼포먼스에서 중시되는 요소는 전체적인 형태감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곡에 따라 각 멤버들이 특정한 구성을 만들거나, 군무를 강조하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의 형태를 만듦으로써 곡의 테마, 혹은 팀의 아이덴티티와 규모 등을 강조하는 것이 그동안의 일반적인 작업 방식이었다. 하지만 SM이 그동안 선보인 연합 프로젝트의 경우처럼, 각 팀의 '에이스'라고 불릴 만한 실력의 멤버들을 모아 만드는 퍼포먼스는 기존의 고정 팀이 수행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야만 한다. 인기 그룹의 멤버들을 한 데 모아 보다 새로운, 혹은 팬들에 의해 주목될 만한 퍼포먼스를 만든다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각 멤버들을 강조한 개인샷과 개인 안무, 파트를 더 이질적으로 분리시켜야만 했다.


이런 경향성은 특히 S.M The Performance의 'Spectrum'에서 매우 강하게 드러났다. 하나의 통일된 형태를 보여주기보다는 각 멤버들을 강조하기 위해 곡의 구조를 비틀고 분절시켰다.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곡이니 보컬과 가사는 거의 부재했고, 제목인 'Spectrum'처럼 멤버들과 안무들이 곡과 무대에서 스쳐 지나가는 데서 그쳤다. 물론 각 멤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기에 그것이 실패한 프로젝트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퍼포먼스가 각 팀의 팬들, 그리고 많은 감상자들에게 어느 정도로 유효하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따진다면 그 답은 다소 안개에 가려진다.


자기만족적 실험에 머물렀던 프로젝트는 보컬 멤버들을 모은 프로젝트인 S.M The Ballad, 특정한 곡에 어울리는 멤버들을 조합하는 NCT U, 그리고 각 팀을 대표할 만한 멤버들을 모아 만든 연합팀 SuperM의 경험을 거치며 현재의 형태에 이른다. 곡의 테마와 전체적인 형태감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멤버들의 파트와 안무를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어레인지먼트 방식은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을 구현하는 영역에 머물렀던 프로젝트를 말 그대로 새로운 하나의 단일팀의 구성을 성공시키는 데에 이르렀다. 특히 '호랑이(Tiger Inside)'는 그 자체로 단일한 퍼포먼스성을 지니며 -이벤트성이긴 하지만- 다른 아이돌 멤버들에 의해 또다시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재현되기도 했다. 마치 '어벤져스'와 같이, 개별적인 특성과 영역을 가진 멤버들을 또 하나의 단일체로 만들고자 하는 SM의 오랜 실험은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Step Back'은 그 공식이 다른 멤버들, 특히 여성 멤버들에게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아를 포함해 태연과 웬디와 같이 특징적인 보컬 파트들은 SMP와 유영진 특유의 날카로운 디렉팅으로 다듬어져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소 구태의연하게 들릴 수 있는 유영진 작곡가 특유의 랩 파트 역시 오랜 경험치 덕에 곡의 각 자리에서 제 기능을 한다. 특히 브릿지 파트에서 효연은 이 부분을 낮은 톤의 비음과 발음으로 교묘하게 뒤틀어 변형을 준다. 슬기는 비교적 높고 날카로운 보컬들 사이에서 완충 지대를 만들고 동시에 퍼포먼스에 무게감을 더한다. 카리나와 윈터는 앞선 멤버들에 비해 즉흥적으로 보여주는 힘이 부족한 듯 하지만, 형태감을 무너뜨리지 않고 각 파트를 기능적으로 수행한다.


물론 SuperM의 첫 타이틀 곡이 그랬듯,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Girls On Top'과 'Woman'의 메세지를 던졌던 보아를 포함해 큰 존재감을 가진 멤버들의 역할을 퇴색시키는 가사와, 마치 유령처럼 부유하는 유영진 프로듀서의 코러스,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인트로 등 '정통 SMP'라는 일종의 구태의연함이 작업물의 곳곳에 남아있다. 고정 멤버인 SuperM과는 달리 멤버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 팀이라는 점에서, 이 구성의 멤버들이 첫 곡의 아쉬운 부분들을 만회할 수 있는 다음의 기회를 기대하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하지만 안무와 카메라 워킹에 따라 각 멤버들을 충분히 강조하면서도 중심이 되는 멤버들과 포인트가 되는 멤버들이 서로 균형감을 가지며 하나의 곡, 하나의 퍼포먼스, 하나의 주제를 보여주는 과정은 여전히 다음의 가능성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Younique Unit과 S.M The Performance에서 그저 각 멤버들의 역량과 정체성의 연속으로만 제시되었던 모호한 가능성은 갓 더 비트를 통해 도식화에 성공했다. 이제 이 청사진을 통해 어떤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갓 더 비트, 그리고 SM 퍼포먼스 프로젝트의 다음 과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Re:View] 태연 - Weeke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