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허무하다면
푹신한 의자에 앉아 쿠션에 손을 얹고 앞에 있는 창문을 쳐다본다.
상담실에서 창문을 통해 보는 하늘은 그렇게 푸를 수가 없다.
시끌벅적한 홍대거리와는 대조되게 조용한 하늘을 가져다 놓은 듯 상담실은 고요했다.
“시안 씨,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네. 커피로 부탁드릴게요.”
달그락.
커피 안의 얼음이 녹아 잔에 부딪친다.
내 인생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예전보다 그런 감정들을 더 능숙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됐음을 깨달았다.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법도 상기했다.
상담사와의 대화 속에서도 전보다 웃음을 많이 지었다.
마음도 창 밖의 구름 마냥 가벼웠다.
“벌써 11월도 끝나가네요.”
“그러길래요. 시간 참 빨라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날짜 이야기가 나왔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흐른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10대를 지나, 격정의 20대를 거쳐, 뭐가 뭔지도 모를 사이에 육체만 30대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30대 중반이 넘어갈 줄 몰랐다.
영원히 20대일 줄 알았고, 항상 꿈만 꾸며 살 줄 알았고, 조건 없는 연애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곧 40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렇게 50이 되고 60이 되고 저 멀리 떠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참 덧없이 느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근데 뭐 하러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나….’
어차피 눈 깜빡이면 40이고, 60이고, 그리고 떠날 텐데.
인생 정말 짧고 허무하구나.
한창 우울증에 고생하던 예전의 나라면 ‘굳이 이러는 거 왜 사나’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서 그런가, 왠지 마음이 전보다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이 좀 다르게 든다.
이렇게 짧을 인생, 왜 그리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살아갈까?
행복하고 즐거워도 모자를 시간일 텐데, 뭐를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할까.
어차피 인간은 언젠간 죽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빠르게 다가온다.
그러면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 살 것이냐의 선택이 중요한 건 아닐까 싶다.
선택.
그래, 나는 선택하련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살길 선택하련다.
물론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세계에 먹히지도 않고 먹으려고 입을 필요 이상으로 벌리지는 않겠다.
나를 어지럽히고 끌어내리는 말은 한 귀로 흘리고, 나를 힘내게 하고 사랑하는 말만 경청할 것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사랑을 받고 사랑하련다.
나를 발전시키고 일으켜 세워주는 마음에 문을 열겠다.
그러기에도 짧은 인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