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식은 ‘한국’이 아니라 ‘아시아’다

프랑스 캥페르에서 만난 한식

by 감자

며칠 전 프랑스의 작은 도시 캥페르(Quimper)에 다녀왔다. Carrefour라는 마트가 있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진열되어있는 걸 보았다. 3년 전 교환학생 시절에는 없었는데, 새삼 K-푸드의 성장을 느낀 순간이었다. 아시안 마트의 규모와 매장 수도 늘어난 걸 보니 K-푸드의 존재감이 커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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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흥미로우면서도 뼈아픈 지점이 있다. 파리(Paris)와 같은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여전히 일식당이 훨씬 더 많고, 현지인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음식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한식은 아직 ‘한국 음식’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라기보다, ‘아시아 음식’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의 선택지 중 하나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화와 정체성, 그 사이의 고민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한식의 파워를 키우기 위해 현지화를 더 해야 할까, 아니면 덜 해야 할까?


실제로 해외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은 한국 내수용보다 덜 맵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하지만 강렬한 매운맛은 한국 라면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대중성을 위해 맛의 수위를 낮추는 순간, 진입장벽은 낮아질지언정 ‘한국다움’이라는 색깔은 함께 희석되는 게 아닐까?



‘맵다’는 공식 너머의 한식

여기엔 또 다른 아쉬움도 남는다. 흔히 ‘K-푸드’ 하면 매운 음식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한식에는 맵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매력적인 메뉴가 무궁무진하다. 불고기나 잡채, 비빔밥뿐만 아니라 정갈한 나물 요리와 궁중 음식까지, 외국인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한식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한국 음식 = 맵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한식의 진짜 다채로움을 보여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식은 중요한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아시아라는 큰 틀 안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편적인 맛으로 부드러워질 것인가, 아니면 한국만의 독보적인 강도와 다채로운 매력을 유지하며 독립된 이미지를 구축할 것인가. 한식이 ‘아시아 음식’ 중 하나가 아닌, ‘Korean Food’라는 고유한 이름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정답은 무엇일까.


기자 Jay Lee님의 칼럼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초기 확산기에는 ‘한국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 오히려 그 강조가 확산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주류화는 “한국 음식이라서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고 합리적이라서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뿌리가 한국인 것”이다. 설명이 줄어들수록 그 문화의 힘은 강해진다. 에스닉 코너에 머무는 것은 화려한 ‘차별화’일 수 있으나, 일반 진열대에서 현지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은 진정한 ‘정착’이다.

*기사 참고: https://www.thinkf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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