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기까지
내 어미를 참 많이도 닮은 그 사람. 그 눈빛에는 날카로운 강렬함이 있었고, 목구지에서는 쩌렁쩌렁한 숨소리가 흔들렸다.
그 사람의 마음을 엿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하루 온종일 마음에 습도가 차올랐다.
그 태산 같던 시간을 넘긴 날, 우리는 손을 맞잡고 함께 교회에 다녀왔다.
남편이 연신 건네던 말들에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에 휘장이 찢어지듯, 잠식해 있던 어둠과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일까? 곧 사라질 환상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조심스레 묻는 내 마음을 읽은 듯, 그 사람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그 말 한마디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단단히 가려졌던 돌벽에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낡고 이 빠진 시간들이 처벅처벅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시선의 향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비로소 남편의 마음이 깊이 스며들어왔다.
그렇게 조금씩 미세한 기운들이 가을바람처럼 하늘하늘 날아 작은 딸과
멀리 큰 딸이 사는 버나비 까지 날아갔고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남편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 시선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여리고 성처럼 단단한 벽에 가려 그 진실을 놓쳐버린 지난 삶.
나의 협소한 감정과 비뚤어진 감정으로 그 사람을 수천번 재단하고 잔인하도록 잘라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우리 가정을 휩쓸어가는 동안
나도 그 사람도 수없는 생채기를 맞았지만 그렇게 우린 조금씩 성장통을 앓으며 성장했다.
몇 달 전 수술 후에 고백처럼 내게 넌지시 던졌던 말이 있었다.
‘오로지 당신이 찐 사랑이네. 고마우이.’
이제는 두 시선이 하나로 모아지듯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한 길로 걸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하지 않았던 소소한 대화들이 은밀한 의식처럼 소중해졌다.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아직은 어색하지만 눈을 마주치고, 짧은 말속에도 진심을 담아 건넨다.
구부러졌던 어긋났던 시간들도 소리 없이 정렬되고 있다.
서툴지만 사랑이라는 다소 낯선 장르에 마주하고 서있는 지금,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 행로에 한발 두발 내딛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하나님 앞에서 걸음을 맞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