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이후의 시간
강의는 내 삶에 있어서 마치 심장박동 같은 의지를 북돋어주는 시간과도 같았다.
때론 숨이 찰 만큼 치열했고, 3개월마다 돌아오는 커리큘럼 시즌은 마치 계절 알람처럼 감정적으로 큰 압박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도태되고 싶지 않다는 내 나름대로의 반항과도 같았다.
새로운 시즌마다 큰 부담에 노출되지만 수강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때로는 작품을 함께 완성해 나가는 그 과정에서 힐링을 체험하는 수강생들이 늘어갈 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쉴 틈 없이 달려오던 어느 날 문화센터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작스럽게 폐강 통보를 받았다.
모든 수입이 끊기고 반강제의 백수생활에 돌입하고 보니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내 ‘재생버튼’이 강제로 꺼진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멍때리는 시간을 보내며 날밤을 새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 취미로 그리던 그림 말고… 진짜 수입하고 연결된 그림 그려보는 건 어때요? 전공도 살리고, 요즘은 디지털 드로잉이 유행이잖아.”
잠시 정적.
그리고 번뜩이는 눈빛.
“수입이 된다고?”
사실 나는 글만큼이나 그림에 취미가 있었지만 강의를 하느라 손을 놓은 지 오래였고, 가끔 하는 취미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 큰딸이 생일 선물로 건네준 최신형 아이패드는 마치 신이 내게 준 두 번째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딸이 알려준 사이트에 그림을 업로드한 지 얼마 안 되어 수입이 들어왔다.
아직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돈보다 더 큰 것은 오랫동안 바닥에 깔려 있던 자신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는 소중함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휴면에 들어갔던 브런치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강의에 모든 걸 쏟아부었던 그때의 감정을 하나씩 떠올리며 꾸역꾸역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구석구석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었다.
지금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드로잉 작가로서 다시 회복 중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모든 걱정이 잠시 멈추는 진짜 ‘쉼’의 시간이다.
아직은 소박하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잠시 멈추었던 길에서 조금 돌아가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나는 여전히
드로잉하고,
글을 쓰고,
한발한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