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알아보는 테크이슈-튀르키예 지진, 챗GPT, 다중위기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에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하고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수만 명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크나큰 비극 속에, 그 경제적 피해는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인데요. 지진 발생 이유와 경제적 상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각판
튀르키예는 원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지구에 지각판이 세 개 이상 겹치는 지역이 총 세 곳인데 일본과 중남미, 그리고 바로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이거든요. 이곳은 유라시아판과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이 만나는 곳이라 강도 높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이번 지진은 남쪽의 아라비아판이 북쪽으로 이동하여 아나톨리아판과 충돌하면서 발생했고, 위성으로 지진 전후 이동 상황을 관찰하니 북쪽 판이 3미터가량 융기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내진 설계가 아주 중요한데요. 튀르키예는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큰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엎친 데 겹친 격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튀르키예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이미 심각한 경제 불안에 시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정통적인 재정 조치를 시행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인플레이션이 84%에 달하면서 통화 가치가 붕괴된 상황이었습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식비와 주거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경제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반토막이 난 5.6%에 그쳤고요. 이런 상황에서 지진까지 발생하니,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것은 자명한 상황입니다.
#45조 원+α
2월 27일, 세계은행(WB)은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의 물리적 피해가 342억 달러(약 45조 원)에 이를 것이라 추산했습니다. 안나 브제르데 세계은행 유럽·아시아 부총재는 342억 달러는 튀르키예의 2021년 경제총생산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전체 재건 비용은 피해 규모의 2~3배에 달할 것이라며 큰 우려를 표하기도 했어요.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2.8%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경제학계에선 이번 지진 복구에 1천 억 달러(약 132조 원)가 소요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는 나라 전체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인 도움의 손길과 재건을 위한 의지가 절실한 때입니다.
작년 말 공개된 대화형 AI 챗GPT(ChatGPT)의 월 사용자 수(MAU)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해요.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무려 30개월이 걸린 MAU를 두 달 만에 달성한 것인데요. 마케팅 홍보 문구나 보고서, 심지어 연설문까지 작성 가능하다는 챗GPT. 무엇이 챗GPT를 이토록 똑똑하게 만들었을까요?
#파라미터
미국 AI 연구소인 오픈AI가 GPT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건 2018년의 일이에요. 그리고 2019년 GPT-2와 2020년 GPT-3가 공개됐고, 이번에 공개된 챗GPT는 GPT-3.5세대죠. GPT는 특정 단어 뒤에 올 단어를 머신러닝을 통해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의 언어모델인데요. 이 언어모델의 성능을 말할 때 파라미터(매개 변수)라는 개념이 주요하게 언급돼요. 파라미터는 머신러닝 훈련에서 새로운 샘플의 예측에 필요한 변수로, 우리 뇌에 비유하자면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에 해당해요. 그 수가 많을수록 정보 전달망도 촘촘해지는 셈인데요. GPT-2의 파라미터가 15억 개였고 GPT-3엔 1750억 개가 사용되었다고 하니 GPT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여요. 다만 오픈AI는 챗GPT의 정확한 파라미터 개수는 밝히지 않고, GPT-3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 언급했어요.
#Chat
챗GPT 사용자들이 가장 놀랐던 점은 챗GPT의 결과물이 AI에 의한 것인지, 사람에 의한 것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점이었는데요. 이를 직접 확인해보고자 챗GPT에 LS ELECTRIC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해보았어요. 영어와 한국어 명령어 모두에서 단순한 정보의 조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자연스러운 답변이 생성되었는데요.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오픈AI에 따르면 챗GPT는 InstructGPT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InstructGPT는 GPT-3의 업그레이드 모델인데요. 인간이 작성한 설명을 GPT에 반영해 정확성을 미세조정하는 이른바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을 적용한 모델이에요.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와 인터넷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혼합함으로써 언어모델을 보다 인간화한 것이 챗GPT 성능의 비결이라 할 수 있겠네요.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
#환상
사람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해낼 수 있는 챗GPT. 그럼 사람 대신 챗GPT를 쓸 수 있는 걸까요? 아직은 아니에요. 챗GPT가 생성해내는 결과물에는 종종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는데요. 가령 사실과는 다른 정보가 담기는 것이죠. 왜 이런 한계가 나타나는 걸까요? 그 대답은 프라프하카르 라크하반 구글 수석 부사장에게 들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2월 6일, 구글은 챗GPT의 대항마로 ‘바드(Bard)’를 야심 차게 공개했는데, 시연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답*이 대중에 공개돼 한때 시가총액이 150조 원 가까이 증발했어요. 시연회 후 구글 수석 부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AI는 우리를 환상으로 이끌 수 있다”며 “AI가 그럴듯하지만, 실제는 완전히 꾸며낸 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라고 말했죠. 변명처럼 들릴 수 있어도 언어모델이 사실을 검증하는 비판적 사고가 아닌 통계와 확률이라는 과정을 통해 답변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앞으로 출현할 언어모델들은 챗GPT보다 더욱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테고, 우리는 이를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 언어모델이 지닌 한계를 간과해선 안 될 거 같아요.
*시연회에서 바드에게 “9살 아이에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묻자 바드는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답했는데, 사실 이를 처음 촬영한 건 유럽남방천문대의 망원경이라고 해요.
1월 11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이하 WEF)이 연례 보고서인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Global Risks Report) 2023’을 발표했어요. WEF는 2006년부터 매년 정·재계, 학계, 비즈니스 분야의 천 명 이상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위험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보고서에는 경제, 환경, 지정학, 사회, 기술 5개 부문에 걸쳐 단기(향후 2년간)와 장기(향후 10년간)의 글로벌 위험 요소가 제시됐는데요. 전 세계가 어떠한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생활비 위기
단기 위험 리스트에서 최상위에 오른 요소는 ‘생활비 위기’였어요. 생필품 가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상승하는 추세였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곡물값이 폭등하자 직격탄을 맞았죠.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리더들은 향후 2년간 생계비 문제가 최고조에 달한 뒤 그 후엔 완화할 것이라 내다봤어요. 장기 위험 리스트에서는 10개 요소 중 환경과 관련한 요소가 총 6개나 포함됐어요. ‘기후 행동 실패’, ‘이상 기후’, ‘생물다양성 손실’ 등은 순위에 변동이 있을 뿐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거론된 요소예요. 한편 장단기 리스트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할 만한 요소는 ‘사이버 범죄 및 사이버 불안 확산’으로, 올해 새롭게 포함됐어요. 보고서는 기술 발전이 전 영역에서 빠르게 진행될수록 금융, 보안, 운송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 언급했어요.
#Polycrisis
보고서는 위에서 언급한 장단기 위기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진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개별 위험 요소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고 있기에 전체의 합을 넘어서는 이른바 ‘다중 위기(Polycrisis)’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 보고서는 천연자원 경쟁으로 촉발될 다중 위기에 주목하고 있어요. 생활비 위기만 보더라도 에너지, 곡물 등 자원의 수요 공급 불균형 문제가 결국 생계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각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호 무역을 강화하며 국가 간 분쟁이 심화되는 양상이에요. 천연자원은 기후 변화 요소와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기후 변화는 자원의 사용 가능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대응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 요소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요? WEF는 여러 분야에 걸쳐 면밀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특히 이를 토대로 핵심 아젠다를 마련해야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덧붙였죠. 또한 각국은 국지적인 위험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위험의 진짜 우선순위를 분석할 필요가 있어요. 앞서 밝혔듯이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아도 요소들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천연자원을 둘러싼 다중 위기에 관해선 ‘천연자원 다중 위기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글로벌 협력이 없으면 국가 간 자원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결국 글로벌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글로벌 수준의 조치, 즉 국가 간의 공동 대응이 절실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