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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Aug 23. 2023

자동차 공룡들과 Tesla(테슬라)의 기묘한 동행

(CCS1 vs NACS, 충전표준 전쟁의 승패는?)

지난 6월 8일(미국시간), 전기자동차(이하 EV)업계에 EV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계 전체에 있어서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알려졌다. Twitter Spaces discussion 생방송 행사에서 Tesla(테슬라)의 수장인 Elon Musk(일론 머스크)와, 거대 자동차 공룡, 미국 빅3중 하나인 GM(General Motors, 제너럴 모터스)의 CEO인 Mary Barra(메리 배라)가 함께 “내년부터 GM 전기차 고객들이 북미 지역에 있는 테슬라의 슈퍼차저 급속충전소 1만2000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GM은 2025년부터 현재의 북미 표준인 CCS1(Combined Charging System 1) 충전단자 대신, 테슬라의 충전 표준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기본적으로 차량에 장착한다고 발표하였다.


* CCS1 : CCS1은 Combined Charging System의 타입 1을 의미하며, 미국, 캐나다 그리고 한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기차 충전 인터페이스 규격이다. CCS1은 콤보 커넥터 타입 1과 AC Level 1/2 충전을 통합한 표준으로서, 하나의 충전 포트로 DC 급속 충전과 AC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 NACS :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의 약어, Tesla가 개발한 북미형 충전포트 및 급속/완속 충전 관련 규격으로, 경쟁대상인 CCS1 대비 더 작고, 가벼운 충전플러그와 충전케이블을 제공하고, 400V 기반으로도 최대 250kW의 충전 전력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Tesla’s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NACS) and Combined Charging System (CCS) compared side by side. @EVChargingStations.com


CCS1 vs NACS, 두 충전포트 표준이 북미시장을 놓고 대결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InsideEVs


지난 5월에는 디트로이트의 또 다른 자동차 공룡, Ford(포드)의 슈퍼차저(Supercharger) 네트워크 제휴와 NACS 충전규격 도입을 발표했다. 포드의 발표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 북미에서의 충전규격 경쟁이 본격화 되겠구나”라는 반응이었으나, 이 발표 이후 2주만에 나온 GM의 전격 합류는 업계의 흐름 자체를 완전히 흔들어버리는 큰 사건이었다.


이후, Next Tesla를 외치며 성장중인 EV Startup인 Rivian (리비안)도 합류를 발표하였고, 유럽 제조사로는 최초로 Volve(볼보)및 산하 브랜드 Polestar 또한 NACS 채택을 발표했다. 그 다음으로 합류하는 유럽 메이커는 어디일까? Volvo의 발표 후 체 2주가 되지 않아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북미 충전네트워크에서 테슬라의 NACS 동맹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지난 7월 9일 공개하였다. 


또 다른 빅 메이커인 폭스바겐-아우디 그룹 그리고 스텔란티스도 테슬라와 계속 협상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불과 한달여 만에 북미 시장의 충전규격 중심이 CCS1에서 NACS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날벼락을 맞게 된 회사들도 있었다. 북미에서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와 경쟁하던, CCS1 규격으로 급속충전기를 보급하고 운영하는 대표적인CPO(Charge Point Operator, 충전운영사업자)들인 ChargePoint와 EVgo의 주가는 Tesla와 GM의 이번 제휴 발표 이후 -12%가 넘는 급락을 보였다. 


일명 ‘나락’으로 빠져버린 6월 9일의 ChargePoint, EVgo 주가 그래프 @Bloomberg


울며 겨자 먹기로, 북미의 대표적인 CPO들인 ChargePoint, EVgo, Electrify America는 차례차례 Tesla Charing Network로의 합류를 발표했고, 현재 설치되어 있는 그리고 앞으로 설치할 충전기들에 대해서도 CCS1와 NACS를 모두 지원하겠다는 발표 후 주가하락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을 외치며, 많은 잠재고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차량에서 Apple CarPlay, Google Android Auto로 대표되는 북미 Tech 공룡들의 Connectivity 지원의 점진적 축소를 발표했던 GM이 - 결국 시장의 반발을 못이기고 이 선택을 철회하긴 했으나 - 왜 EV시장에서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Tesla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을까? 


여기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두드러지는 점 몇 가지를 논해보고자 한다.


Apple CarPlay와 Android Auto의 축소를 발표했던 GM의 지난 3월 31일 보도자료 (현재 철회됨) @General Motors

우선, 이러한 기업들의 참여는 두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충전 네트워크의 활용, 그리고 차량의 충전 플랫폼 표준이다.


첫째로, 충전 네트워크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는 글로벌 규모에서의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각 메이커들이 본인들의 차량을 시장에 더욱 쉽게 진입하게 해준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충분한 자체 급속충전 네트워크를 확보하지 못했던 GM과 Ford같은 기업들, 그리고 이제야 첫 EV를 고객에게 인도하고 있는 신생 메이커인 Rivian과 같은 기업에게는 Tesla의 충전 네트워크는 본인들의 약점을 채워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인프라이다.


전기자동차용 ‘급속’ 충전기는 제품의 특성 상 ‘완속’ 충전기보다 더 까다로운 품질관리와 더 높은 수준의 전력전자 기술을 요구한다. 제품의 안정성/신뢰성은 기본이고, 충전 에너지 효율 또한 급속 충전기의 경쟁력에 있어 중요한 인자 중 한가지이다.


국내 최고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LS일렉트릭 전기차 충전기 @LS일렉트릭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는 기술적으로도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되고 운영되고 있는 급속 충전기이고, 전 세계적으로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고객 및 잠재고객과의 접촉을 기대할 수 있는 충전 네트워크라는 점이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의 선택의 근거가 된다.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Tesla의 Supercharger Network @TESLA


그러나, 테슬라가 이미 구축한 슈퍼차저 네트워크의 강점은 단순히 전세계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장점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보급된 범위를 넘어서, 보급된 수량에서도 경쟁사를 뛰어넘는 인프라이기에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네트워크로의 합류를 결정하고 검토하고 있다. 


아래의 표는 북미지역 충전사업자(CPO, Charge Point Operator)들의 충전 네트워크 보급 순위를 정리한 표이다. ChargePoint는 완속 충전기를 포함하여 가장 많은 충전기를 보급한 CPO이지만, 많은 자본의 투입이 필요한 DCFC (DC Fast Charger, 급속충전기) Ports 개수에서 테슬라는 독보적으로 많은 12000기 이상의 충전구를 보급하였으며, 이는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의 급속충전기 포트를 모두 합한 숫자보다도 38% 더 많은 숫자이다.



Tesla Supercharger의 충전기 수가 전체 네트워크의 과반 이상을 점유(58%) @EVAdoption


이처럼 압도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동맹에 합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로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각 차량에 장착되는 충전 플랫폼의 단일화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이미 Tesla 차량을 운행중인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다음 자동차 선택에 있어 자사의 차량으로 “운영환경”의 큰 변화 없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선택도 포함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청정에너지&전기차 전문 뉴스레터인 CleanTechnic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북미 전체 EV판매량에 있어서 Tesla는 다른 메이커들의 판매량을 압도하는, 4개의 차종으로 합산 약 16만대의 판매량을 올렸으며, 테슬라에서 두번째로 많이 판매한 전기차 Model3의 판매량은, 기타 제조사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GM(Chevrolet)의 Bolt EV/EUV의 2.5배이다.


압도적인 판매량의 TESLA @CleanTechnica


시장의 과반을 가볍게 넘어서는 점유율을 보이는 Tesla차량들의 소유주가 다음 전기차로의 교체 또는 차량의 추가 구매를 고려할 때 큰 구매인자로 두는 것이 무엇일까? 이미 본인의 차량을 운행하면서 쌓인 충전네트워크의 경험과 충전 환경은 분명 선택에 있어 높은 순위에 위치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양한 전기차 경험이 Tesla라는 브랜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기반한다면, 자사의 차량의 미래 판매를 위해서라도 그 경험을 그대로 자신들의 차량으로 가져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테슬라 충전 네트워크의 개방/제휴의 시작은 2021년에 제정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특별법안에 따라, 미국 지역 고속 충전기 네트워크에 대한 총 75억달러(약 9조 5천억원)의 지원대상에 들어가기 위해서 마치 어쩔 수 없이 개방하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테슬라는 이러한 개방을 통해 차량 제조사들을 본인들의 네트워크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북미지역 충전망 경쟁에서 경쟁상대들을 확실하게 앞서는 위치도 함께 점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충전경쟁에 아직 합류하지 않고 있는 다른 제조사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토메이커인 HMG(Hyundai Motors Group, 현대 모터스 그룹)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이러한 충전 네트워크 동맹과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시장과 산업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한가지 관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에 웃게 될 자는 누구인가? @Charged E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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