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원활하게 작동하기를 바란다면 사람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빌 게이츠가 올해 초 휴머노이드 로봇을 언급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말이에요. 휴머노이드란 인간(human)의 형태를 한(-oid) 로봇을 말해요. 작년 말 테슬라가 크게 개선된 2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했고, 지난 1월에는 MS와 오픈AI가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인 피규어 AI에 공동 투자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휴머노이드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요. 빅테크 기업들이 왜 이렇게 휴머노이드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 관련 동향을 정리해봤어요.
#DARPA
제조업의 자동화 라인 혹은 서비스 시장에는 이미 다관절 로봇이나 이동이 가능한 서빙 로봇 등이 상용화된 상태예요. 인간 신체의 일부만 모방하더라도 자동화는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재난 현장에서 인간 대신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자 ‘DARPA 로보틱스 챌린지’를 개최한 적이 있어요. 이 대회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로 재난 현장으로 이동하기, 계단 오르기, 밸브 잠그기 등의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손과 팔, 다리 등 인간의 신체에 가까운 외형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옵티머스2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려면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 개발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어요. 작년 12월 테슬라는 1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한 지 9개월 만에 2세대 모델을 발표했는데요. 옵티머스2는 공개된 영상에서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조심스레 옮기는 모습 등 1세대에 비해서도 섬세해진 동작을 보여줬어요. 이전 모델과 달리 모든 손가락에 촉각 센서가 장착되었고,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액추에이터(actuator)도 탑재됐다고 해요. 액추에이터는 인간 신체에서 관절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인간만큼 세심한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예요. 그러나 손가락, 발가락 관절 등 필요 개수가 많고 모양도 제각각이라 지금껏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여겨져 왔어요. 테슬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30개에 가까운 액추에이터를 6개로 범주화해 원가 절감을 시도했다고 해요.
# RT-2
2023년 7월 구글이 공개한 로보틱스 트랜스포머2(이하 RT-2)도 주목할 만해요. 이 로봇은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자연어로 제어가 가능한 로봇이에요. 자연어로 로봇을 제어한다는 건 휴머노이드의 범용성 확보에 의미가 커요. 기존에는 로봇에게 새로운 작업을 시키려면 그 작업과 관련한 행동 지침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해주어야 해서 로봇에게 사람만큼 다양한 작업을 맡길 수 없었거든요. 구글은 이 프로그래밍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RT-2에 시각 언어 행동(VLA, Vision Language Action) 모델을 적용했어요. 시각 언어 행동 모델은 시각 언어 모델에 RT-1의 행동 데이터를 결합한 AI 모델이에요. 시각 언어 모델은 웹상의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동영상 데이터까지 학습하는데요. 구글이 공개한 영상에서 RT-2는 멸종된 동물을 고르라는 사용자의 명령을 듣고 장난감 더미에서 공룡을 집어 들어요. 프로그래밍 과정 없이도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웹 데이터에서 이미 관련 정보를 학습한 덕분이랍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1월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어요. 이로써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었는데요. 자산 운용사, 증권사, 은행 등의 기관 투자자에 의해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요. 그동안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배경과 향후 영향을 살펴볼게요.
#현물 ETF
ETF란 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의 약자로 특정 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펀드를 말해요. 주식뿐만 아니라 금이나 은, 석유 등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구성할 수 있고, 수익률은 자산의 가격에 따라 달라지죠. 비트코인 현물 ETF 역시 같은 개념의 펀드예요. 물론 과거에도 비트코인과 관련한 ETF가 있었어요. 2021년 SEC는 투자기관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바 있어요. 선물 ETF는 자산의 현물 가격이 아닌 미래 가격에 연동된 펀드로, 현물 ETF와는 다른 점이 많아요. 당시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했던 건 이 상품이 현물 ETF와는 달리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감시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기에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연방항소법원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지난 10년간 가상자산 업체와 자산 운용사들은 줄기차게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신청해왔으나, SEC는 앞서 언급한 가격 조작 가능성, 사기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해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SEC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승인 이후 업계에서는 현물 ETF가 승인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왔었는데요. 작년 8월 미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어요. 2021년 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신청했다 거절당했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미 연방항소법원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전력이 있는데 현물 ETF를 반려한 합리적인 이유가 결여됐다며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했어요. 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며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길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언급했어요. 그러나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점이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라며 “가상자산과 관련한 다양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기관 투자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불러올 효과는 무엇일까요? 이제 개인 투자자는 디지털 지갑을 개설해 비트코인을 직접 사들이지 않고도 자산 운용사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투자 편의성이 높아진 것이죠. 은행, 자산 운용사, 공제회 등의 기관 투자자는 자신들의 운용 자산에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자산을 추가할 수 있게 됐어요. 그동안 기관 투자자들은 비금융 상품 투자 제한으로 인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없었거든요. 따라서 원래 비트코인에 투자가 가능했던 일반 투자자보다는 이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샘 올트먼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이 연일 화제입니다. 지난 2월 그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9,000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 밝히며 관련 시장이 크게 들썩였는데요. 그 몇 주 뒤에는 오픈AI가 생성형 AI 소라(Sora)를 발표해, 그가 발행한 ‘월드코인’ 가격이 덩달아 크게 뛰었어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리해봤어요.
#광폭 행보
샘 올트먼은 어떤 사람일까요?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AI’ 그리고 ‘빠른 속도’예요.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중에 루프트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었던 올트먼은 2014년 28살의 나이에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을 키워낸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이하 YC)의 대표로 발탁돼요. 당시 올트먼은 한 AI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오픈AI예요. 올트먼은 대기업의 AI 기술 독점을 막자는 취지에서 일론 머스크, 구글의 AI 과학자 일리아 수츠케버 등과 함께 비영리 단체인 오픈AI를 설립했으나, 2018년 머스크와 헤어지게 되죠. 기술 개발 속도에 의견 차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머스크는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술을 상용화하길 바랐지만 올트먼은 일단 기술을 상용화한 후에 사용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었거든요. 2023년 11월 올트먼은 비슷한 문제로 오픈AI 이사회와 정면충돌하게 돼요. 이사회가 올트먼의 경영 방식이 회사 설립 목적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돌연 그를 해임했거든요.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올트먼 해임에 앞장섰던 수츠케버가 평소 “지금 AI 개발 속도가 10이라면, 우리는 1이나 2 정도 속로도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온 걸 보면 그 이유가 대강 짐작 가실 거예요.
#월드코인
올트먼은 그의 해임을 반대하는 오픈AI 직원들과 오픈AI 최대 주주인 MS CEO 사티나 나델라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5일 만에 복귀하게 돼요. 그렇게 올트먼 해임 사태가 일단락된 지 4개월 만인 지난 2월 15일 오픈AI는 영상 제작 AI인 소라를 발표하며 ChatGPT에 이어 다시 한번 대중을 놀라게 했어요. 소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불과 20초 만에 최대 1분 길이의 고화질 영상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예요. 소라가 발표되자마자 가짜 뉴스 등에 기술이 악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어요.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소라의 공개와 함께 샘 올트먼이 만든 암호화폐 ‘월드코인’의 가격이 180% 급등했거든요. 문제는 월드코인이 개인 정보 침해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월드코인을 발급받으려면 지점을 방문해 홍채 인식으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으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월드코인 발급이 금지됐고, 유럽 국가들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고요.
#9,000조
소라가 발표되기 불과 며칠 전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샘 올트먼이 자사 AI 개발에 쓸 반도체를 직접 조달하기 위해 최대 9,300조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국내외 시장이 한바탕 들썩였어요. 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금을 중동 ‘오일 머니’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해요. 지난해 대만의 TSMC, 영국의 ARM과 접촉했고, 올해 초에는 방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만남을 가진 것을 보면 반도체 설계와 생산시설에 관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여요. 물론 아직은 모든 것이 계획에 불과해 이 프로젝트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볼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지위가 흔들릴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