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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l 02. 2024

Dynamic 인도네시아

그들의 삶의 리듬 속을 여행하다

2024년 5월, 

올여름의 폭염을 예고하는 지금의 더위가 찾아오기 직전, 신이 주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그런 5월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가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를 처음 가보는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덥겠구나”였다. 마침 한국의 날씨가 너무 좋았기에 이런 날씨를 두고 적도 부근의 더운 나라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뒤 아쉬운 마음은 모두 사라지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좋은 인상은 물론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늦은 저녁 비행기에서 처음 내려다본 자카르타의 야경은 어둡고 조용했다. 처음에는 ‘역시 전력이 부족한 낙후된 나라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뉴욕, 홍콩과 같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화려한 야경은 아니었지만, 작은 불씨들이 앞으로 크게 타오르기 위해 은은한 때를 기다리는 듯한,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야경이었다. 



다음 날 아침 가볍게 호텔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큰 공원이 있었다. 공원의 나무숲 사이로 초고층 빌딩들이 또 다른 숲을 만들고 있었다. 자연과 문명이 서로 어우러져 공존하는 모습은 인도네시아를 단순하게 낙후된 더운 나라라고 무심코 생각했던 생각을 깨 버리는 도끼와 같았다. 공원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트랙에서 러닝을 하는 사람들, 기세 좋게 솟아 있는 고층 빌딩 숲 사이를 바쁘게 지나다니는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젊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이 나라의 역동성은 길을 조금만 걸어보아도 느낄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자카르타 도심의 교통체증은 정말 심각했다. 밀려 있는 차들 사이로 수많은 오토바이가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다. 밴을 타고 다니며 한국이었다면 벌써 사고가 나고도 남았을 상황을 계속해서 목도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사고는 나지 않았고 답답하다고 화를 내는 드라이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마도 그들의 운전 실력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혼잡한 도로 위에서 나름의 질서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시간을 활용해 동남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라는 이스티크랄 모스크에 방문했다. 확실히 그 규모가 사진으로 다 담기 어려울 만큼 웅장했다. 무슬림 비중이 87%로 가장 높은 나라답게 모스크에 사람이 붐볐다. 재밌던 점은 단순히 기도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쉼’을 위해서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원의 기둥이나 벽에 기대어, 또는 바닥에 편하게 누워서 그야말로 쉬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과 융화되어 한편에 자리를 잡고 기둥에 등을 대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나는 물론 무슬림이 아니지만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을 입고 사원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무슬림들의 시선에서 어떠한 이질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아저씨는 우리의 사원에서 편하게 쉬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또 하나 재밌었던 부분은 모스크 바로 앞에 성당이 있었던 점이다. 금요일과 일요일은 두 종교의 기도일인데 각자의 주차장을 상대 종교에게 개방한다고 한다. 관용과 중용의 미덕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이슬람’하면 ‘극단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신선한 울림을 주었다. 일부 극단주의자로 인해 모두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극단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느낀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 인종이 한 데 잘 어우러져 있었다. 


가보기 전에는 단순하게 “덥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인도네시아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한 나라였고,

그들의 열정이 뜨거운 나라였으며,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용광로 같은 나라였다.

고된 삶을 살아도 웃음과 친절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짧게 보고 느낀 인도네시아는 그러했다.

어쩌면 짧은 경험이었기에 단편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영겁과 같은 우주의 시간에서 인간의 인생과 생각은 어차피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이 보고 느끼는 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면 그뿐이라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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