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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Jul 09. 2024

대기업 마케터 10년차가 전하는 프로모션 이야기

2편 시장조사

마케팅팀에서 자주 하게 되는 업무 중 하나는 시장조사(Market Research)이다. 시장조사 는 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구비되며 사용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하는 시장에 관한 조사이다. 

회사의 특성에 따라, 조사 시점이나 목적에 따라, 시장조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1.구입 사용 실태조사: 가장 기본적인 조사로는 A라는 제품을 어디서, 누가,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를 조사

2.판매계획 조사: 어떤 판매계획을 세웠을 때 매출이 최대가 되고 이윤이 최대가 되는지 등의 판매촉진 정책을 조사

3.제품 계획 조사: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제품의 개량을 위한 조사

4.수요예측 조사: 표본이나 과거 통계, 설문 등을 통해서 이뤄지는 조사


2~4번째 조사들은 B2B 기업과 B2C 기업에서 모두 활용되는 조사이다. 1~4번이 각각 조사가 이뤄지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이론적인 설명은 다소 딱딱하게 들릴 수 있으니, 실제적인 예시를 들면서 시장조사 이야기를 해보자. 여러 차례 시장조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란 시장조사’를 사례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란 시장조사를 선택한 이유는 지역적으로도 ‘이란’이란 국가가 접근이 용이한 곳이 아니기도 하고, 여러 시장조사에 비해 비교적 강도 높게 진행되었던 시장조사였기 때문이다.  



[1] 목적이 명확해야 조사가 쉬워진다

회사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시장조사의 목적이 명확하고 단순할수록 조사는 쉬워진다. 목적이 두리뭉실하거나 애매한 경우는 조사 방법에서도 난항을 겪기 쉽고, 결론도 애매한 상태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장조사의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업무를 지시한 분이 계시다면 그 상사와 진솔한 미팅을 통해 조사를 통해 알고 싶은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상사가 여러분이라 업무가 여러 차례 전달되어 내려온 경우, 목적이 와전될 수 있으니 조사 담당자가 반드시 조사 목적을 확실히 짚어보고 가야 한다.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가는 일껏 수고하고 돌아왔는데, 제대로 된 칭찬 한 번 듣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출장의 목적은 (1) 이란시장의 Segment별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고, (2) 당시 Sanction 이였던 이란시장이 Sanction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1)과 (2)을 토대로 Target 시장을 재정의해서 새로운 시장의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 다른 조사 내용도 있었지만, 당시 경영진과의 논의를 통해 위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임을 확인하고 조사 준비에 착수하였다. 



[2]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시장조사의 규모와 범위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글로벌 B2C 기업의 경우, 거의 1년 내내 ‘구입 사용 실태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전담 부서가 있거나 혹은 전문 리서치업체에 연 단위로 계약을 해서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 국내 조사인지, 해외 조사인지, 조사 표본이 얼마나 되는지, 온라인 설문인지, FGI(Focus Group Interview) 조사인지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정해진다. 


이란 시장조사는 전체 출장 기간은 12일, 실제 working day는 11일이었으며, 11일간 총 15군데 대리점과 End user업체를 직접 방문하면서 대면으로 인터뷰하는 형태로 진행하였다. 출장 기간은 12일이지만, 사전 조사 기간이 1.5개월, 사후 분석 정리 기간이 0.5개월 정도 소요되었으므로 약 2.5개월 정도 진행된 셈이다.



[3] 준비기간에는 무엇을 하나?

해당 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거나, 지역전문가라면 이 부분은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사 내/외에서 수집할 수 있는 관련 자료들 최대한 모아서 철저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내 내부 자료부터 시작하자

이란 시장의 경우, 과거에 영업팀에서 고객 수요 조사 자료들이나 보고자료들이 있어서 최대한 받아서 확인해 보았다. 기존 자료들을 사전에 확인해야 중복되는 조사를 피할 수도 있고, 선배들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서 더 발전된 조사를 할 수 있다.


외부 자료들도 샅샅이 찾아보자

이란은 Sanction에 대한 정치적인 이슈가 큰 나라이므로 몇 년 치 보도자료나 KOTRA에 올라온 보고서들도 전부 확인하였다. KOTRA 보고서에서는 주요 산업에 대한 거시적인 정보들이 상세히 나와 있어서 해당 지역에 처음 방문하는 담당자에게는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바이어 프로파일도 고객 조사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기획재정부나 글로벌컨설팅 업체(예: 맥킨지, PwC 등) 홈페이지에서도 발행하는 전문 리포트를 확인하면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자료들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이며, 우리 기업에 딱 맞는 자료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경쟁사 조사와 미팅 업체 일정 조율도 미리미리 해두자

경쟁사에 대한 현황, 가격, 제품 비교자료들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파악해두고 가야 한다. 

미팅할 수 있는 업체들(대리점, End User)의 리스트를 사전에 파악하는데, 이 부분은 영업팀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업체에서 확인하고 싶은 내용들을 인터뷰 질문지로 만들어서 번역이 필요시에는 해당 언어로 번역도 해두어야 한다.

설문조사지와 업체 리스트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인터뷰 날짜를 조율하고 지역적 거리를 참고해서 하루에 근접한 2~3업체씩 방문할 수 있는 루트를 짜야 한다. 


현지 문화에 따른 준비 사항도 체크해두자

그 외에도 출장을 위해 비자를 발급하거나, 이란의 경우 옷에 대한 제재나 여성의 경우 ‘히잡’을 써야 하므로 그런 준비물도 사전에 챙겼다. 이슬람 국가이므로 당연히 노출이 심한 옷은 안 가져 간다고 신경을 썼는데, 발목이 드러나는 9부 바지를 입고 갔다가 입국 심사 시 담당 직원이 발목을 가리라고 통제하는 바람에 바지를 허리춤까지 내려서 엉거주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경험도 하였다.  


최종보고서 목차를 한번 잡아보자

마지막 중요한 것은 시장조사 전에 최종보고서 목차를 대략 잡아놓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르더라도 보고서 목차 및 목차 별로 들어갈 내용을 사전에 잡아놓고 가면, 실전에서 주요 내용을 빠뜨리지 않게 된다. 

예를 들면, 이란 시장조사에는 아래와 같이 목차를 잡아놓고 각 장마다 확인해야 하는 내용들을 2~3개 정도 적어놓고 실제 시장조사에서 채워 나가는 것이다. 물론 조사를 하면서 추가되거나 얻지 못하게 되는 자료가 생기면 목차 및 콘텐츠는 얼마든지 조정해 나가면 된다. 아래는 이란 출장 보고서 목차 예시이다.   




[4] 시장조사 하루하루에 충실하자 

시장조사는 루틴한 업무라기 보다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별도의 시간으로 내어 혹은 먼 거리까지 이동하여 이뤄지는 조사이다. 특히 고객을 직접 만나서 고객의 소리를 듣는 자리이므로 하루하루 성심성의껏 임해야 한다.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한 경우, 서로 제2외국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통역을 활용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각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가 있겠지만, 곧장 질문지를 꺼내 들고 설문을 시작하기 보다는 앞에 10~15분 정도는 스몰토크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란의 경우 손님이 오면, 과일을 깎아주는 문화가 있었다. 회사마다 미팅 테이블에 과일과 칼이 놓여 있었고, 과일 몇 쪽을 먹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가곤 했다.   


설문지에 준비해 간 내용들을 순서대로 확인해 가면서 답변을 빠르게 기록한다. 필요한 경우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하기도 하지만, 녹취는 만약을 위한 백업용일 뿐, 녹음 내용을 다시 듣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빠르게 필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당연히 사전에 내가 원했던 답변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면, 이란에서의 전체 자동화 시장 사이즈나 Segment별 규모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해당 고객은 그런 거시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아쉬운 대로 질문을 변경하여 거꾸로 접근해보아야 한다. 그 업체가 있는 지역에 유사업체가 얼마나 있는지, 전국적으로는 그 지역이 몇 위 정도 규모인지를 확인해서 그 업체의 매출액과 산업별 판매규모로 역산해 나가는 것이다. 다른 업체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을 하다 보면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설문을 마쳤을 내가 원하는 항목만 묻고 정보만 홀랑 빼 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고객에서 원하는 내용들도 귀담아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장조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바로바로 미팅 내용을 정리하고, 사진을 찍어둔 자료들이 있다면 함께 기록해 두어야 한다. 하루에 2-3업체씩 미팅을 하게 되면, 며칠만 지나도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서 정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의 경우 여러 가지로 체력적인 소비도 크고 피곤하지만, 이렇게 매일 저녁에 정리해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꼭 바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5] 보고서, 끝이 아니야

[3]-[4]번이 잘 진행되었다면, 보고서 작성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출장 시에 바로바로 정리해 둔 자료들을 종합하고 분석하면서 처음의 시장조사 목적이었던 내용들에 답(방향)을 작성해 나간다. 

시장조사기간 동안 고생하며 얻게 된 정보들을 잘 분석하고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장조사의 최종목적은 단순히 보고서(Paper)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서에서 나온 결론이 어떠한 액션으로 연결되거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까지 연결이 되어야 한다. 


이란 시장조사의 목적은 시장의 Segment를 파악하고, 정치적인 동향을 파악하여 우리 회사의 전략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있었다. 이란 시장조사에서는 기존 우리가 진입하고 있던 분야의 수요가 신규 진입을 고려하던 분야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고, Sanction이 해제되어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집권할 가능성이 우세하기에 정치적인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신규 시장 진입보다는 기존 시장 고객에게 더 집중하여 그들이 원하는 제품개발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시장조사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 사례를 예시로 드는 것이 너무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지 우려가 되기는 하다. 하지만, 누군가 새로이 시장조사 업무를 맡아서 이를 준비하고 수행해야 한다면,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형태의 시장조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단하게나마 칼럼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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