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팀
상상이나 해 봤을까? 내가 R&D라니.
고등학생 시절 고민 없이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도 영어영문학과를 나온 내가 R&D라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스마트팩토리팀에 가게 되었을 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나처럼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독자들을 위한 나의 짧은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스마트팩토리팀에서 시작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CPS(Cyber Physical System) 등의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의 폭격 속에 ‘나는 누구? 여긴 어디?’만 속으로 무한 반복하며 말하는 감자가 되어버렸다.
감사하게도 팀원들께서 끊임없는 인내와 배려로 지속적으로 교육해 주시고 질문도 흔쾌히 받아주신 덕분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틈타 모르는 것이 생기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팀원분께나 내 자리 주변에 계신 분들께 불쑥불쑥 여쭤봤다. 옆 팀 매니저께도 질문하러 가기도 했다. (아 물론 질문 전에 바쁘신지 살짝 눈치를 보고 질문했다. 다만, 내 눈치가 늘 정확했던 것은 아닐 테니 바쁜 상황에도 막내의 질문을 거절하지 못하신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이 칼럼을 빌려 무한 질문으로 고통받으신 매니저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이렇게 일 년의 질문 폭격기 생활을 하다 보니 티끌 모아 태산처럼 아주 조금은 이해하는 게 는 것 같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팀에 와서 알게 된 점은 생각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우선 공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공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생산 과정에서 어디가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 병목의 원인을 모른다면, 문제를 개선할 방법도 찾기 어렵다. 한 공정에서의 대기 시간이 다른 공정으로 이어져 전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이유가 장비 성능 문제인지, 단순히 설비 배치나 자원 할당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문제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는 수준이 아니라, '왜 이렇게 되는지'를 깊이 탐구하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마트팩토리의 핵심은 데이터 연결성이다.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각종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기간시스템의 데이터와 결합해 총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에는 몰랐던 통찰을 얻고,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데이터는 단순히 쌓는 것만으로 가치를 발휘하지 않는다.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해야만 데이터가 의미가 있다. 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수집한 데이터는 ‘그저 문자/숫자의 나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 요구된다.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히 자동화를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최신 기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이를 공정과 데이터 관리에 적합하게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AI 기반 분석, 자율주행 로봇 등 신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따라잡고 효과적으로 적용하지 못한다면 "스마트”팩토리라는 이름은 무색해질 것이다.
결국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히 기계의 자동화가 아닌, 공정, 데이터, 기술 등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연결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과 관심이 요구된다.
배우는 과정은 과정이고, ‘내가 이 팀에서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나의 강점을 활용하자’였다. 비록 스마트팩토리는 처음 접하는 영역이었지만, 전공이 영어영문학인 만큼 영어가 필요한 업무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외부와의 소통이나 협업이 필요한 업무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다. 그렇게 외국 파트너사들과의 프로젝트, 영문 브로슈어 제작, 그리고 대외 협업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에 점차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 업무들은 전공 지식과 성격적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였기에, 개인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팀의 기술 중심 업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취감도 크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업무는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독일에서 열리는 산업 박람회인 ‘하노버 메세’ 참여였다. 하노버 메세는 4월에 열리기 때문에, 신입사원은 금년도에는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년에는 꼭 참석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하노버 메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팀장님과 팀원들께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금년도에 참석 예정이었던 팀원께서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나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물론,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주신 것은 아니고, 다양한 여건과 필요를 고려해 선정해 주셨겠지만, 열정을 보여드린 점이 작게나마 고려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나둘씩 배우며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거의 지났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막막하기만 했던 스마트팩토리의 세계가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흥미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도, 알아가야 할 것도 많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스마트팩토리팀에서의 1년은 단순히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실현해 온 여정이었다. 앞으로도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며, 내가 속한 팀과 회사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나처럼 새로운 도전을 앞둔 누군가에게도 이 짧은 경험이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2024년 마지막 칼럼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