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 해법은?
|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환경 보호' 시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폭염, 산불, 홍수 등 기후 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전 세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도 예외일 수 없다. ESG와 지속가능경영이 강조되는 지금, 환경을 위한 움직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되었다.
<2024년까지의 NASA GISTEMP, NOAA GlobalTemp, Hadley/UEA HadCRUT5, Berkeley Earth 및 코페르니쿠스/ECMWF의 연평균 지구 표면 온도(선)>
인간의 생존을 위해 세계가 환경 보호에 드라이브를 거는 현재, 환경 보호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가, 아니면 시장에서 퇴출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 점점 더 많아지는 규제
대표적인 규제로는 유럽연합(EU)의 CBAM¹이 있다.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제도는 수입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주요 다배출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수출입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¹EU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2026년 본격 시행 예정으로 수출 기업에 직접적 영향.
또한 EU는 순환 경제 구축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22년 에코디자인 규제안²을 발표하고, EU 내에 유통되는 모든 물리적 제품에 대해 DPP³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DPP제도가 정식 시행되면 EU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물론이고 제품의 공급망 전(全) 과정의 참여자와 이해관계자가 DPP에 정보를 등록하고 공유받게 된다. 즉 EU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급망이 추적성을 가지며 하나의 디지털 기록매체에 의해 제품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전망이다.
² EU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과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Ecodesign Directive)을 확장해 에너지 관련 제품뿐 아니라 거의 모든 소비재(가전, 전자기기, 의류, 가구 등)로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
³ 제품의 원산지, 재활용 가능성, 탄소발자국 등 환경 정보를 담은 디지털 여권. EU 순환경제 정책의 핵심 도구로 2026년부터 단계적 도입.
제품에 대한 규제 뿐 아니라, 기업에게 탄소 관련 보고 및 공시 제도 또한 요구되고 있다. EU의 CSRD⁴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기업들에게 탄소배출량의 Scope 1(직접 배출)부터 Scope 3(공급망 및 제품 사용 단계까지 포함한 간접 배출)까지 포괄적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단순히 배출량 숫자만 공개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를 함께 공시하는 ‘더블 머티리얼리티’ 개념을 도입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와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진 중이며, 국제적으로는 IFRS 산하 ISSB가 전 세계 공통의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마련해 이를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 또한 2025년부터 코스피 대기업을 시작으로 ESG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탄소배출량 산정과 공시가 기업의 핵심 경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⁴ESG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EU 지침. 기업 뿐 아니라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까지 보고 의무 확대.
| 숫자로 말해야 한다
이렇듯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전 생애 주기 동안의 온실가스 배출량뿐만 아니라 자원 고갈, 수질 및 대기오염 등 다양한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정량화하고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보는 기업의 내부 전략 수립은 물론, 외부 규제 대응과 소비자 신뢰 확보에 있어 필수적인 기준이 된다.
국제 사회는 이미 이러한 정량 데이터를 중심으로 제품 설계, 생산, 인증, 유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공급망까지 재구성하는 중이다. 디지털 제품 여권, EU 탄소 발자국 규제와 같은 제도들은 이러한 흐름을 제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공정 단위가 아니라 제품 단위에서, 감이 아닌 데이터로 환경 영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제품 수준의 환경 정보를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⁵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 CBAM 대응 및 ESG 보고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
| 데이터 기반 대응 전략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전체 사업장의 총 배출량 뿐 아니라, 공정 단위, 설비 단위의 세부적인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지 감축 목표 설정의 문제를 넘어, 각종 규제 대응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작용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은 다음과 같다.
>FEMS – 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FEMS는 사업장의 전력, 스팀, 용수 등 다양한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공정별·설비별 에너지 원단위를 정량화하고, 효율 개선을 위한 기준선(Baseline)을 설정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추적하여, 규제 대응은 물론 비용 절감까지 도모할 수 있다.
>SCADA – 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FEMS가 에너지 사용의 양을 다룬다면, SCADA는 품질을 관리한다. 전압, 주파수, 고조파 등의 전력 품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설비 안정성과 생산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지털 제품 여권 및 탄소 배출 정보 관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FEMS와 SCADA의 통합은, 곧 ESG를 수치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준비된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MEMS – Manufacturing Energy Management System<
FEMS가 공장의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면, MEMS는 개별 공정과 제품 단위별 에너지 소비 특성을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FEMS는 생산 라인을 하나의 에너지 부하로만 보기 때문에, 제품별 에너지 소비 차이나 공정 흐름에 따른 세부적인 에너지 효율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그러나 MEMS는 공정 데이터와 제품별 생산 정보를 수집하여, 각 공정 단계별 에너지 투입량을 정량적으로 산출한다. 이를 통해 제품별 에너지 원단위를 보다 정확하게 산정하고, 생산 흐름 전반에 걸친 에너지 효율성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MEMS는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기준선을 설정하고, 이를 활용해 에너지 시뮬레이션과 예측 알고리즘을 실행한다. 이를 통해 공정별 최적의 에너지 사용 방안을 모색하고, 실제 생산 상황에 맞춘 효율 개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MEMS는 FEMS와 연계되어 공장 단위의 에너지 정보 정합성을 높인다. 생산 흐름 기반의 세밀한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탄소 감축과 비용 절감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 위기이자 기회
글로벌 환경 규제는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되었다. CBAM, DPP, CSRD와 같은 제도는 단순히 탄소 배출량 공개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투명한 데이터 관리와 제품 단위의 환경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ESG 대응은 더 이상 비용 절감 차원의 과제가 아니다. 정밀한 에너지 관리와 탄소 추적 체계를 구축한 기업은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와 고객 모두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기업 가치와 시장 평가, 나아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 확보와 공개가 미흡한 기업은 경쟁력 저하와 평판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환경 데이터는 단순한 보고 의무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 진입 장벽이자 기업 생존 전략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