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압기점검 사례로 본 전기 설비 품질 관리의 핵심조건

– 배전반과 몰드변압기 점검 현장에서 느낀 이야기

by LS ELECTRIC

"이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은 장담 못 합니다."

몰드변압기와 배전반 점검을 위해 어느 대형 산업시설을 찾았을 때, 동료 품질 엔지니어가 한 말이다. 이 말은 가볍게 들릴 수 있었지만 전기설비 품질의 본질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그날 우리는 새벽부터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향했다. 해당 시설은 수도권에 있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현장이었고 약 6개월 전, 해당 현장에는 LS ELECTRIC의 몰드변압기와 배전반이 설치됐고 이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번 방문은 그 운전 상태를 점검하고, 초기 품질 유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사후관리 차원의 출장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외형을 살펴보니, 배전반의 문짝은 반들반들했고, 배선 상태도 매우 깔끔했다. 스티커와 표기도 잘 부착되어 있었고, 고객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라며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우리는 외형만으로 설비의 상태를 판단하지 않았다. 전기설비는 '겉보다 속', '처음보다 시간이 지난 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림1.png


몰드변압기 쪽 점검을 시작하던 중 동료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거, 이상한 소음 들리지 않아?" 실제로 귀를 가까이 대고 들어보니 미세한 고주파음이 일정하지 않게 들렸다. 정격 전압이 인가된 상태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음은 예상된 수준이었지만 주파수와 음의 패턴이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즉시 청음기와 열화상 카메라, 전자 청진기 등을 활용해 정밀 진단에 들어갔다.


그림2.png


정확한 원인은 변압기 하단부 고정부에 설치된 TR 고정용 베이스 앙카 볼트의 조임 토크가 기준보다 낮아 운전 중 진동으로 고정부가 공진하면서 발생한 파생음이었다. (여기서 체결 토크란 부품을 고정하는 데 사용되는 볼트나 너트를 얼마나 강하게 조였는가를 의미한다. 기준보다 약하면 진동에 의한 느슨해짐, 접촉 불량, 온도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과할 시에는 나사산 파손, 기구 변형 등의 위험이 있다. / 공진이란 특정 부품이 진동을 받을 때, 그 부품의 고유 진동수와 외부 진동 주파수가 일치하면 진동이 증폭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고정 볼트의 체결이 느슨하면 진동이 구조물에 그대로 전달되어 특정 부위에서 소리가 증폭되며 파생음이 발생할 수 있다.)


절연 구조상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장시간 지속된다면 고정 지지물의 피로 누적이나 진동에 의한 접착부 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었다. 동시에 배전반 내 접지상태와 접점 온도를 확인한 결과, 특정 부위에서 기준보다 약간 높은 온도 상승이 감지되었다. 원인은 접점부 체결 불량이었다. 체결 토크가 기준보다 낮아 접촉 저항이 발생했고, 장기적으로는 열화나 차단기 트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였다.


현장에서 해당 문제는 즉시 체결 토크 게이지를 활용하여 고정부 앙카 볼트의 조임 상태를 전수 점검하였고, 기준 미달인 부분은 모두 정상 기준값으로 재조임했다. 이후 동일 조건에서 진동 및 소음을 재측정한 결과, 파생음이 사라지고 공진 현상도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다.


그림3.png


그날의 점검은 단순히 문제가 있냐 없느냐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설비가 실제 운전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촘촘하게 들여다본 과정이었다. 우리가 판단하는 '좋은 전기설비'는 출하 상태의 깔끔함이 아니라, 실 운전 중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기설비의 품질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차이를 만든다. 단기적인 무고장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신뢰할 수 있는 설비야말로 진짜 '좋은 전기설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좋은 전기설비를 판단해야 할까? 이제부터 그 기준을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좋은 전기설비’는 어디서 갈리는가?

전기설비는 단순히 전기를 흐르게만 해주는 인프라가 아니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차단하며 장기간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력 시스템의 중심이다.


우리는 위 사례와 같이 현장에서 ‘몰드변압기 운전 중에 발생한 파생음’이라는 주요 사례를 접했다. 해당 소음은 단순한 운전음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진단 결과 하부 TR 고정용 베이스 앙카 볼트의 조임 불량으로 인한 진동 공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물 피로 누적이나 절연 열화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였다.


모두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화재, 설비 정지, 심지어는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들이었다.


결국, 좋은 전기설비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림4.jpg


좋은 전기설비의 3가지 기준


1.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품질이 일관돼야 한다

몰드변압기에서 발생한 파생음처럼, 전기설비는 외형만으로는 품질을 판단할 수 없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 구조나 체결 상태에서 미세한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진동, 소음, 온도 상승 등 간접적인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체계적인 품질관리 기준과 검사 장비가 필요하다


2.장시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설비는 짧은 시간의 테스트가 아닌, 수년간의 안정적인 운전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몰드변압기의 경우 진동이나 열화에 의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기 쉬우므로, 초기 설계부터 고정 구조, 절연 시스템, 냉각 방식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좋은 전기설비는 시간이 지나도 '처음처럼' 작동해야 한다.


3.현장에 맞는 커스터마이징과 유지보수 편의성이 있어야 한다

설비는 각 현장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최적화되어야 한다. 먼지가 많거나, 진동이 심하거나, 고온 환경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유지보수가 쉬운 구조, 예를 들면 모듈형 설계, 손쉬운 체결 구조, 진동 방지 고정 장치 등이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실제 운용자의 편의성과 장기적 신뢰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느낀 전기설비의 '문화'

그날 점검을 마치고 현장 관계자와 점심을 먹으며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 설비, 유지보수성이 참 좋네요. 지난번 장비보다 훨씬 손이 덜 갑니다."

이 말은 단순히 우리 제품을 칭찬한 게 아니었다. 전기설비를 쓰는 입장에서 진짜 좋은 설비가 뭔지를 보여주는 말이었다. 기술자는 기술자의 언어로, 사용자는 사용자의 언어로 전기설비를 평가한다. 좋은 전기설비란, 바로 그 둘의 언어가 만나는 지점에 존재하는 것이다.


좋은 설비, 좋은 문화

LS ELECTRIC은 전력기기를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장에서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파트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넘어서 좋은 문화와 태도, 즉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과 함께 성장하는 마인드셋이 결국 더 나은 전기설비를 만든다고 믿고 있다.

좋은 전기설비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성능이 좋은 제품이 아니라, 현장의 운전 환경과 긴밀히 맞물려 작동하고 시간이 지나도 신뢰할 수 있는 현장의 안전과 효율을 지키는 설비라고 생각한다.


LS ELECTRIC은 앞으로도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전기설비의 신뢰성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


이태경M.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화성에서 펼쳐질 LS일렉트릭의 우주 전력 인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