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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May 26. 2022

가족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힐링도서3, 베스트셀러 추천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때로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김경일 교수(아주대 심리학과)의 의견에 따르면, 뇌에서 가족과 ‘나’를 거의 동일한 위치에서 인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늘 곁에 있는 가족이니까 ‘나와 동일하게 생각할 거야’라는 여긴다는 것이다. 가족도 결국은 타인이고 나와 다름을 인지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이런 가족에 대한 배려가 어느덧 잊혀지고는 한다.  



가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의 관계를 조금 더 부드럽게 해줄 책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와 힐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늘 가까이 있어서 무심했던 서로에 대해 반성도 하고, 가족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보며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가족 구성원의 삶을 비난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더 나아가 그런 시선이 관계 회복에 물꼬를 트이는 마중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책 한 권을 읽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값비싼 선물들보다도, 화려한 놀이공원이나 레스토랑보다도 때로는 책 한 권이 가족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탄탄하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파친코, Pachinko> 이민진 작가, 문학사상


<파친코>를 아직 안 읽어본 분은 있어도 읽다 포기한 분은 없을 것이다. 상당히 두꺼운 책임에도 말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4대에 걸친 한인 이민자 가정의 여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파친코’란 제목 때문에 게임에 대한 책인가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이 산업에 종사하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이다.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감동과 재미가 함께 있어 한 번 책을 펼치면 눈을 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Apple TV


지난 3월 Apple Original 시리즈로 방영된 <파친코>를 이미 TV를 통해 접한 분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윤여정, 이민호, 진 하, 김민하 등 화려한 출연진들로 구성된 본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고취시켰다. 이미 드라마로 본 분들은 물론이고 아직 ‘파친코’란 제목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먼저 드라마의 원작인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밤낮으로 일해 손톱이 다 부러져도 내 아이는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울 겁니다.”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살아가며 생존과 가족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이민 가족의 꿈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다. 


부모 세대뿐 아니라 조부모 혹은 증·조부모의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삶 속에 빠져 있다 보면, 2022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윗세대의 많은 희생과 피땀 어린 노력이 지금의 한국을, 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냈음을 알게 된다. 


가족 간의 진심 어린 사랑과 그 사랑을 다시 내리사랑으로 전하는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부모님께 받은 은혜와 자녀에 대한 사랑을 다 같이 생각해 보게 된다. 


재미교포인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를 영어로 썼고 한글본은 번역본이다. 원서는 두께감이 꽤 있어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워낙 문체가 수려하고 스토리가 흥미로워서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은 쉽게 사라진다. 긴 스토리에 비해 영어는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 있다. 그래서 영어책에 어느 정도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원서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글책의 경우 1, 2권으로 나눠져 있고, 번역 역시 너무 잘되어 있어서 작가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파친코> 한글본은 현재 판권 만료로 인해 잠시 서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책이 되었다.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판매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도서관 대여 및 중고시장을 활용해야만 책을 구할 수 있는 희귀템이 되었다. 하지만 희귀템을 찾아 도전해 볼만큼 읽어볼 가치가 큰 도서임이 틀림없다. 


-책 속 한 문장-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11 페이지-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 사계절


필자는 아들이 5세 때 화장실 수건을 매번 바닥에 떨어뜨려 놓아서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집에 아들 키 높이에 수건이 없고, 어른용 수건걸이에 걸린 수건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용 수건걸이에 걸린 수건을 잡아당겨 사용하고 다시 걸어둘 길이 없으니 바닥에 놓고 나온 것이었다. 아! 얼마나 어리석은 꾸지람과 잔소리였던가. 바로 다음 날 아들의 손이 닿을 자리에 수건걸이를 하나 마련했다. 그 이후로 수건이 화장실 바닥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단 한 번만 아들의 관점에서 화장실을 바라봤다면, 그런 잔소리를 하지 않았어도 되는데. ‘왜 난 올챙이 적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봤을까’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 후로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자꾸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좀 흘러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소영 작가가 바로 매 순간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화장실 수건걸이 사건에서 느꼈던 단 한 번의 깨달음을 작가는 훨씬 더 자주 다양한 곳에서 느끼며 어린이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인이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초등학생 대상의 독서수업을 이끌며 어린이들을 자주 접하는 김소영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작가의 맑고 세심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이 그동안 어린이 세상에서 멀어진 독자들을 한 걸음씩 누구나 겪어왔던 그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어떤 육아서가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 중인 부모가 있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많은 육아서를 읽지 않고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아이를 혼낼 일도 확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부모들은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등이 돌아오면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거나 여행지를 물색하기 바쁘다. 선물과 여행 모두 아이에게 값진 선물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어릴 적 나를 만나보고 오는 것은 어떨까? 특별한 경험이자 내 아이와 가장 가까워지는 지름길일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어린이 문제는 한때 지나가는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거쳐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202페이지-  



<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작가, 처음북스


우리가 ‘어린이’란 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에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난 온 길이고 우리 뒤에 오는 미래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같은 연유로 우리는 이제 나이 들어가고 있기에 <나이롱 시한부>를 읽어봐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 나이 듦, 노인, 죽음이란 길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이롱 시한부>는 김단한 작가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머니(안나)의 곁에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과 추억을 적은 글이다. 조모와 손녀와의 사랑은 누구보다도 애틋했다. 어릴 적 많은 추억을 각자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수많은 소소한 대화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유지시켜 주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작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였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글로 담아두고 싶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 때, 서로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그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방식이 상당수 글을 차지하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짧고 소박하지만, 인생의 지혜가 듬뿍 담긴 할머니(안나)의 대화에서 따뜻한 위로와 평안을 받게 된다. 특히, 유한하고 끝이 있는 인생을 생각하며, 우리 바로 곁에 있는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훈육을 빙자한 잔소리, 

객관적 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비판적인 눈빛과 말투, 

너무나 익숙해져서 서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짜증 섞인 말들...


아무리 큰 유산을 넘겨준다고 해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결국 이런 것들을 가족들에게 전했다면 우리는 죽음 앞에서 참으로 슬플 것이다. 안나는 손녀에게 항상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그 진심이 손녀의 마음에 닿아 한 편의 책이 탄생되고 세상에 다시 받은 사랑을 전하는 듯하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길, 잠시 우리 모두가 시한부임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부모님이 세상에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함께 대화 나누고 식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진심 어린 사랑과 감사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 -27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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